집착하지 말기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 있으면 어떻게든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요. 이것 저것 챙겨주기도 하고, 어려울 때 돕기도 하고,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면서 정을 돈독히 했습니다.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인지, 그런 사람들에게 뒤통수 맞는 때가 많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싫어하고 미워했습니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저는 유난했거든요. 꼴도 보기 싫고, 같이 어울리는 건 더 싫고, 그 사람 말하는 건 뭐라도 듣기조차 싫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싫어할 이유도 없는데, 한 번 싫어하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미운 마음 커졌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절대 가질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정도가 지나치면 반드시 실망하고 상처 받게 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증오하면, 그 부정적 마음 상태가 나 자신을 갉아먹고 결국은 피폐한 상태로 불행하게 살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존재는 사람에게 집착하는 사람입니다. 살다 보면 좋은 사람도 만나고 의지하고 싶은 사람도 만나게 되는 법이지요. 내 마음에 들지 않고 밉상인 사람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고요.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누가 자기 좋은 사람하고만 인생 살겠습니까. 좋은 사람이라고 기대해도 금세 실망하고 배신 당하기 일쑤이고요. 싫은 사람 향한 분노와 미움 때문에 종일 마음 괴로운 것도 다반사입니다.
지난 삶을 돌아보면, 사업 실패라는 커다란 위기를 비롯하여 온갖 험한 경험 많이 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사람 때문에 마음 아프고 괴로워한 기억들이 가장 많이 아프게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과 있었던 상처만 아니라면 인생 굵직한 시련들 다 피해갈 수 있었을 거란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나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지나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영원한 건 없습니다. 진탕 고생 한 번 해 보고 나니까요. 영원한 사랑? 영원한 친구? 그런 거 없었습니다. 돈 문제 딱 터지고 나니까 다들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냥 모든 인연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고 여기고 마음을 홀로 남겨두는 연습 해야 합니다.
둘째, 극단의 위아래가 없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나보다 엄청난 사람? 나보다 형편없는 사람? 실제로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다들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사람 사는 모습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그러니, 좀 잘났다 싶은 사람한테 애착 가질 필요도 없고, 좀 아니다 싶은 사람 미워 죽을 필요도 없습니다.
셋째, 나의 존재 이유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함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똑같은 수준에서 치고 받고 지지고 볶으며 섞이려 하지 말고, 한 계단 위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마음도 덜 다치고,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넷째,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나에게 배움과 깨달음을 주는 존재란 사실도 명심해야 합니다. 잘난 사람한테서는 잘난 점 배우면 되고, 못난 사람한테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깨달으면 됩니다. 그러고보면 모두가 스승인 셈이죠. 무너질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습니다.
다섯째, 오직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만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꾸만 다른 사람이 내게 무엇을 주었는가에 대해서 집착합니다. 상대가 내게 좋을 걸 주면 좋다고 난리고, 상대가 내게 나쁜 걸 주면 나쁜 것 준다고 법석을 피웁니다. 누가 내게 무엇을 주든 상관할 바 없습니다. 내가 그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오직 이것만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마음 편안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 정답 없습니다. 앞으로 백만 년 지나도 관계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존재할 겁니다. 중요한 것은, '나'란 존재가 그런 시비와 사소한 문제에 얽혀 감정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죠.
사람은 절대 사람을 가질 수 없습니다. 갈 놈은 갑니다. 남을 놈은 남습니다. 가면 보내주고 오면 받습니다. 나만 내 자리 지키며 살면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