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하여
글을 쓴다는 것은 백지 위해 생각을 쏟아내는 행위입니다. '쏟아낸다'는 말이 애매합니다만, 어쨌든 "글쓰기=생각쓰기"라는 공식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은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도, 모든 인간은 매 순간 생각이란 걸 하면서 살아갑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걱정이란, 머릿속에 온갖 잡다한 생각이 얽혀 있는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딱 부러지게 정돈 되어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요. 이 문제 저 문제 얽히고 설켜 무엇부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고 도저히 답을 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걱정과 근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겁니다.
모든 걱정을 글쓰기로 해결할 수 있다는 '약팔이'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실제로 글쓰기가 만병통치약도 아니고요. 과거 저는 걱정과 근심 속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글 쓰면서 많은 도움 받았습니다. 걱정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면 어떤 점이 좋은가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자신이 지금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가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생각이 명료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습니다. 글을 쓰면 생각이 명료해집니다. 걱정 많은 사람이 글을 쓰면, 자신이 무엇 때문에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가 선명하게 알 수 있지요.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해결도 가능해집니다.
둘째,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통제할 수 있는 문제라면 해결책을 강구하면 되고, 통제할 수 없는 문제라면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합니다. 대부분 걱정이 나의 통제권을 벗어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또한 글을 쓰면 금방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셋째, 통제 가능한 문제인 경우 해결책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머리로만 걱정하고 있을 때보다 종이 위에 글로 적었을 때 더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사람의 뇌는 '연상기억장치'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요. 그냥 생각만 하는 것보다 내가 적은 걸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 발상에 도움 된다는 얘기입니다.
넷째, 문제와 걱정의 정체를 분명히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근심만 가득하면 종일 마음 복잡하고 스트레스 받습니다. 지금 내게 이런 문제가 있고, 앞으로 이렇게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정돈한 상태로 하루를 살면 주어진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숙고하고 성찰할 수 있기 때문에 재발 방지에도 도움 됩니다. 걱정도 습관입니다. 비슷한 실수와 잘못을 거듭하면 걱정과 근심도 계속 반복 될 수밖에요. 글을 쓰고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면 자신의 실수와 오류가 뇌에 각인됩니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걱정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쓸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걱정이 많다, 근심이 많다, 머리가 아프다, 스트레스 심하다, 우울하다, 괴롭다, 죽고 싶다, 미치겠다, 환장하겠다, 힘들다" 등 부정적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일을 자제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어둡고 불행한 느낌만 잔뜩 쏟아내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데요. 글을 쓰는 이유는 감정 풀이가 아니라 문제 해결입니다. 팩트를 써야 합니다. "부장 때문에 죽고 싶다"라고 쓸 것이 아니라, "부장이 내게 서류 뭉치를 집어던졌다"라고 쓰는 것이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어야 객관적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감정 단어만 되풀이하면 자기연민만 강해져서 더 우울하고 불행해집니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더 키우는 셈이 되겠지요. 감정 말고 팩트! 오늘 기분이 어떠냐가 아니라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초점 맞춰야 합니다.
걱정거리 많으면 표정 어두워집니다. 어깨는 앞으로 쏠리고 머리는 땅을 향해 숙여지며 걸음걸이도 느려집니다.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고 짜증이 늘며 입맛도 없고 숙면을 취하기도 힘들지요.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마음은 더 괴로워져서 없던 걱정이 다시 생기기도 합니다.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뜻입니다.
걱정이 생겼다는 말은 당장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글을 한 번 써 보자는 거지요. 어차피 다른 방법으로 당장 해결할 수 없으니,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제대로 마주하는 것이 실마리를 푸는 열쇠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누가 무슨 말을 했나요? 일이 어떻게 된 건가요? 현재 상태는 어떻습니까? 이대로 가면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자기 통제권을 벗어난 문제는 무엇입니까?
이런 식으로 질문에 답하다 보면 자신이 마주한 문제가 정확히 어떤 것인가 똑바로 볼 수가 있습니다. 당장 해결할 수 없다 하더라도 문제를 느끼는 무게감은 훨씬 줄어들 겁니다.
글쓰기는 머리와 눈과 손을 동시에 움직이는 왕성한 신체 활동입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었을 때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효과적인 해결방법은 없습니다. 걱정이나 근심을 피할 수는 없겠지요. 지혜롭고 현명한 방법으로 불행한 시간을 극복하는 것이 잘 사는 방법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