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서
꿈을 꿨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거쳐 사무실로 향하고 있던 중인데요. 검은 색 승용차 한 대가 좌회전을 하면서 저를 향해 돌진하네요. 저는 깜짝 놀라 옆으로 휘청거리며 피했고, 차는 급정거를 했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는 겁니다. 화가 나서 소리를 버럭 질렀지요. 그랬더니, 운전자가 차 유리문을 내리면서 말합니다.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황급히 내려 어디 다친 데는 없냐고 물어야 마땅한데, 유리문만 내려 고개 까딱하는 모양새에 더 화가 치밀었습니다. 무슨 운전을 이 따위로, 그것도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이렇게 거칠게 하냐고 따지려는 찰나, 뭔가 좀 이상해 보였습니다.
차 안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운전자와 비슷한 나이의 여자도 함께 타고 있었는데요. 아무리 봐도 운전자 얼굴이 발그스레한 것이 분명 술을 좀 마신 것 같았습니다. 함께 타고 있는 나머지 세 사람도 술을 마신 듯했고요.
가족인 모양인데, 저녁으로 외식을 하면서 술 한 잔 걸치고 그대로 운전을 해 집으로 오는 길인 모양입니다. 비록 꿈이었지만, 순간 저는 갈등에 휩싸였지요.
당장 경찰에 연락해서 음주 운전으로 신고를 하는 것이 마땅한가. 아니면,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앞으로 절대 조심하라는 경고와 함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보내주는 것이 나은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서 음주 측정을 하고, 법규에 따라 처벌 받도록 하는 것이 맞겠지요. 당장은 저를 원망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음주 운전 습관 자체를 뜯어고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결국은 제가 그 가족 모두를 위하는 길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과거 '법의 심판'을 받아 온가족 고통스러운 시간 보낸 적 있습니다. 그때 제 심정은, 굳이 이렇게까지 법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것인가 답답하고 원통했거든요. 사람 대 사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선처를 해주면, 저도 양심에 따라 끝까지 제 도리를 다할 텐데 많이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법과 양심에 따라 음주 운전을 고발하고, 해당 운전자와 그 가족이 따끔한 벌을 받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아니면, 제 선에서 그냥 사건을 마무리하고 보내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큰 사고가 나서 누가 다친 것도 아닌데, 굳이 내 손을 거쳐 운전자와 가족이 처벌을 받도록 해야만 하는 것인가.
요즘 온라인에 올라오는 댓글을 유심히 보는데요.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비난과 욕설이 잔인할 정도입니다. 물론, 짐승보다 못하다 싶을 정도로 정신 나간 범죄자들에 대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마디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는 자꾸만, 법적 처벌을 받았을 당시 제 가족의 모습이 떠오르는 걸 지울 수가 없는 것이죠. 만약 그때 제가 용서를 받을 수 있었다면, 저는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또 채무 문제을 일으켰을까요. 아니면, 그 용서를 가슴에 품고 열심히 노력해서 법의 테두리 밖에서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답변하기가 애매하고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하필이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태우고 있어서, 마침 제가 살고 있는 형편과 비슷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모처럼 부모 모시고 맛있게 외식 했을 겁니다. 가볍게 한 잔 걸쳤고, 또 집과 식당 가까운 거리니까 살살 운전하면 아무 일 없을 거라 생각했을 테지요. 그러다 아차 하는 순간에 저와 맞닥뜨린 겁니다.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저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만약 제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보내주었는데, 또 다른 누군가를 치어 큰 사고가 나게 된다면, 저는 그 죄책감 평생 느끼며 살아야겠지요.
경찰에 신고해서 음주 운전에 관한 처벌을 받게 한다면, 더 큰 사고는 예방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함께 타고 있던 부모 가슴에 못을 박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일 겁니다.
왜 하필이면 이런 꿈을 꾸게 되어서 아침부터 오만 생각을 다 하게 되었는지. 성격상 아마 오늘 종일 이 생각을 하면서 보낼 것 같습니다. 어쩌면 현실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를 일이고요.
살다 보면 선택하기가 어렵고 애매한 상황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과거 경험과 지식과 정보를 총동원해서, 가장 낫다 싶은 선택을 하게 되지요. 실제로 그 선택이 가장 나은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내가 내린 선택이 최선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사는 것이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겠지요. 음주 운전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 책쓰기 무료특강 : 9/27(금) 오전&야간
- 신청서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3596295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