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내 속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다. 어렸을 적부터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남자는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되고, 남자는 징징거려서도 안 되고, 내가 힘들고 아프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생각들.
어린 시절에는 별 문제 없었다. 그 만큼 힘든 일도 별로 없었기 때문일 테지. 어른이 되고 나서는 달랐다. 강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 자신을 힘들게 했다. 매일 매 순간 고달픈 일이 끊임없이 생겨나는데, 그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기에는 내 그릇이 너무 작았던 탓이다.
한 번쯤 속 시원히 울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아무나 붙잡고 매달려 내 얘기 좀 들어달라고 보채고 싶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감싸안으며 토닥거려주고, "괜찮다, 괜찮다" 속삭여주기만 하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련과 고난 겪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남자가 강해야 한다는 말은 울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란 사실을. 힘들다 말하지 않아야 하고, 괴롭다 표현하지 말아야만 강한 남자가 되는 게 아니었다. 강한 남자의 정의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달랐다.
첫째, 남자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과거, 사업 실패로 위기를 맞았을 때, 나는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려고만 했었다. 책임을 지지 않은 탓에 더 큰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
둘째, 남자는 자신의 삶으로 타인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한때 나는 나밖에 몰랐다. 나 먹고 사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그래서, 남 도와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사이비 종교나 할 일 없는 사람들 얘기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 돕는 행위야말로 행복과 성공의 가장 근원적인 가치임을 깨달아야 한다.
셋째, 남자는 자기 중심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남의 말에 휘둘리며 이랬다가 저랬다가 줏대 없이 사는 인생은 남자의 그것으로 볼 수 없다. 맹목적으로 돈만 많이 벌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살았던 탓에, 주변 사람들 말만 듣고 무리한 사업 펼쳤다가 결국 인생 몽땅 날려버렸다. 중심 갖지 못한 사람을 노예라 부른다.
넷째, 남자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지킬 만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입만 살아 동동 뜨는 사람 중에는 실제로 지식과 지혜 텅 비어 있는 경우 많다. 책 읽고 글 쓰며 세상 보는 눈 키워야 하고, 이로써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때 비로소 남자다운 남자가 될 수 있다.
다섯째, 남자는 강한 힘을 가진 자가 아니라 강한 힘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정신을 가진 존재이다. 싸움 잘한다고 해서 남자가 되는 게 아니다. 총 들고 있다 해서 남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폭력 앞에서, 무기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을 수 있는 용기와 신념 가진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남자라 할 수 있겠다.
슬프면 눈물 흘리는 게 당연하다. 아프면 아프다 말해도 된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남자의 자격에 무관하다. 오히려 자기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진짜 남자의 표현 방식 아니겠는가.
강한 남자가 되고 싶었다. 눈물 참고 고통 숨기며 남자인 척했다. 약해빠진 정신 상태로 겉모습만 남자가 되려 했으니 인생 망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두 번째 삶은 다르게 살아 보려고 노력중이다. 강한 남자가 되겠다는 의미 없는 목표는 접었다. 존재 가치를 더하는 인생 살기로 했다. '나'란 존재로 인해 누군가 행복할 수 있기를. 그 도구로써 독서와 글쓰기를 활용한다. 덕분에 나는, 남자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행복하고 기쁜 일상을 누리며 살게 되었다.
카페에 앉아 수다 떨며 시간 보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다른 사람 변화에 관심이 생겼다. 나이 먹으니 여성 호르몬이 많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떠한가. 내 삶이 좋아 죽겠는데 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