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하고 부족하지만
주어진 상황이 어떤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전과자 파산자라는 상황은 최악이었으니까요.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고 초라한 의자만 하나 덩그러니 놓인 좁은 방이 내가 가진 전부라면, 한숨이 절로 나올 겁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넓고 쾌적하고 멋진 방에서 사는데, 왜 나는 이렇게 구질구질한 방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분노와 원망 터트리며 좌절하고 절망하는 사람 있고요.
작은 침대와 책상을 들이고, 커텐을 달아 꾸미고, 다이소에서 예쁜 전등도 하나 구입해서 방을 아늑하게 꾸미는 것이죠. 자신이 지금 마주하는 현실을 최대한 참하게 만든 다음, "지금 여기에서" 시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42명 예비 작가님들과 "책쓰기 온라인 154기, 1주차 수업" 함께 했습니다. 글을 쓰기가 만만찮은 환경과 조건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 보자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삶은 불공평합니다. 이 사실을 빨리 받아들일수록 인생 좋아집니다. 불공평한 현실에 불평과 불만 쏟아내기보다는, 불공평한 현실을 깨부수고 우뚝 서는 출발점이 "내"가 되는 것이 더 멋진 선택입니다.
부모 잘 만난 사람들은 좋겠다? 이런 생각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감정 낭비만 불러옵니다. 대신, 나부터 시작해서 내가 "잘 만난 부모"가 되면 됩니다. 불공평한 세상에서 멋지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불공평한 세상의 꼭대기로 올라가는 것이죠.
위대한 작가 대부분은 썩 좋지 않은 환경과 조건에서 '시작'했습니다. 불공평한 세상을 만난 덕분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글 쓰는 삶을 선택한 나는, 썩 좋지 않은 환경과 조건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는 것이 더 마땅한 생각 아닐까요.
글 쓰기 딱 좋은 환경과 조건? 그런 게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도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무언가 하나씩 턱턱 걸리는 게 있었으니까요. 몸이 아플 때도 있고, 가족 갈등 심할 때도 있고, 사람 관계로 골치 아플 때도 많고, 글감 떠오르지 않아 고민할 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어느 순간 시작을 해야 하고, 계속 해야 하며, 또 끝을 맺어야 합니다. 가만히 멈춰 삶을 끝낼 게 아니라면 말이죠. 그렇다면, 언제 시작해야 할까요? 모든 조건과 환경이 갖춰지는 그런 때를 기다려야 할까요? 그런 때가 오긴 하는 걸까요?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 시작이 어떤 고난을 맞고 어떤 맺음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시작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시작하기 어렵고 힘든 순간이지만,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삶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냥 시작했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