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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07. 2024

누구도 탓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지금, 누구를 탓하고 있습니까


나는 전과자라서,

나는 파산자라서,

나는 알코올 중독자여서,

나는 막노동꾼이라서,

나는 암 환자라서,


만약 이렇게 제 탓을 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유를 대기 시작했더라면, 실제로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인간의 뇌는 신비로와서, 무슨 탓을 하기 시작하면 그 일을 할 수 없는 이유와 연결시키는 성질이 있습니다. 


살기가 팍팍해서,

기회가 없어서,

취업이 힘들어서,

불황이 계속 되어서,

정치가 엉망이라서,


이렇게 세상 탓을 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저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아마 지금까지도 불평과 불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테지요. 지난 세월 돌아보면, 단 한 번도 세상이 '살기 좋았던' 시절은 없었습니다. 항상 뭔가 문제가 있었고,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은 늘 존재했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배신해서,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마땅찮아서,

그들이 나를 조롱하고 비난해서,

사람들이 내 마음 같지 않아서,

그들이 내 뒤통수를 쳐서,


만약 이렇게 다른 사람 탓을 하며 살았더라면, 제 삶은 아마도 시궁창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한 번 사람 탓을 하기 시작하면, 제게 일어나는 모든 나쁜 일들의 원인이 그들 때문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들이 바뀌지 않는 한, 제 인생도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죠. 


내 탓, 세상 탓, 사람 탓. 매 순간 누군가의 탓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만나면 항상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에 대한 비난과 비방과 험담을 듣게 됩니다. "~~ 때문에" 자기 인생이 불행하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생각을 좀 바꿔 보라는 말조차 통하질 않습니다. 


"~~ 때문에 인생이 엉망이다"라는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세상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결과만을 내야 합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지요. 사고 후에 절망하는 사람도 있고, 사고 후에 다시 일어서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별 후에 슬픔에 빠져 좌절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별 후에 새로운 사람 만나 더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한 마디로 오랜 시간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있는가 하면, 타인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인생 살아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경기 힘들다며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경기 힘들 때가 기회라며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입만 떼면 정치 욕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정치조차도 자기 삶을 일으킬 기회로 삼는 사람 없지 않습니다. 비가 온다며 툴툴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비 오는 날 최고로 행복하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전과자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람도 많지만, 더 잃을 게 없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지와 열정 품는 사람도 있습니다. 


양극단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구분 기준은 누구의 탓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원인을 분명히 밝히는 일과 누구의 탓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원인 밝히는 것은 대책과 해결책을 세우기 위함이고요. 탓을 하는 행위는 자신의 몰락과 게으름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기독교에서는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라고 했고요. 불교에서는 "너 자신을 믿으라"고 말합니다. 누구의 탓을 할 게 아니라, 모든 것이 내 손에 달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란 뜻이겠지요.


"무엇 때문에 글을 쓰지 못했다"라고 탓을 하기 시작하면, 글을 쓰지 않은 자신이 지극히 정당하고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정당성과 당위성이 습관 되면 앞으로도 글 쓰기는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어떤 이유 뒤로 숨기 시작하면, 인생은 점점 초라해지고 낮아지게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해낸다는 의미가 포함 되어 있지요. 세상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낸 사람 많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존경 받고, 또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칩니다. 누구의 탓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과 인생을 탓하며 자기 삶을 엉망으로 만들 순 없지 않겠습니까. 일, 관계, 건강, 감정 등 무엇 하나 마음 대로 통제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내 할 일을 해나가는 태도야말로 자기 삶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 테지요. 


특히 요즘에는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자주 보는데요. 위태롭습니다.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몰라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거 제가 딱 그랬거든요. 사업도 뜻대로 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엉망이었으며, 건강도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세상 탓 인생 탓 입에 달고 살면서 분노와 원망이라는 감정에 휘둘린 채 술만 퍼마셨습니다. 


탓하는 인생이 제게 가져다 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점점 무너지는 처참한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나의 파멸이 세상과 타인과 인생 탓이라는 불평만 쏟아내며 살았습니다. 햇볕 한 줌 겨우 들어오는 감옥 방에 앉아 가슴 긁으며 오열했고, 그제야 누구의 탓을 하는 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음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수많은 수강생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책쓰기 전문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들의 삶이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훨씬 더 큽니다. 제가 겪었던 상처와 아픔을 그들은 겪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수강생들에게 때로 질타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야단도 치고 잔소리도 합니다. 수강료 받고 인기 끌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제가, 굳이 그렇게 얼굴 붉히며 혼을 낼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되는 대로 허허 웃으며 말랑한 소리만 늘어놓아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와 함께 하는 이들의 삶을 성장시켜야 하는 무한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제게 어깨를 기대는 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지요. 책만 출간할 수 있도록 도우면 그뿐이다?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의 삶이 글쓰기를 통해 나아지길 바라는 것이죠. 글이 좋아지면 삶도 좋아지고, 삶이 나아지면 글도 나아진다고 믿습니다. 


수강생들은 저를 "사부님, 스승님, 캡틴" 등의 호칭으로 부릅니다. 단순히 글쓰기 요령이나 방법만을 알려주는 역할자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이름들이죠. 그들의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본보기가 되어야 하고, 또 때와 상황에 맞는 조언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때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천둥과 벼락을 동반해서라도 생각 습관이나 태도를 바로잡도록 일침을 가하는 존재가 되기도 해야 합니다. 스승이란 자가 무조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좋은 말만 늘어놓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분 좋은 것만 따질 거면 그냥 계모임 하는 게 낫겠지요. 


자기 탓을 하는 것과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주도적 생각과도 구분해야 합니다. 자기 탓은 자기 비하와 연결 되고요. 자기 책임은 문제 해결과 직결 됩니다.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며 질타하는 것과 더 나은 방법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믿는 사고방식은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세상 탓 사람 탓을 하는 경우는 불평과 불만으로 이어집니다. 자기 탓을 하는 습성은 자기 비하로 이어져 자신감과 자존감을 상실하게 만듭니다. 다시 말하지만, 무엇을 탓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도움 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컵을 엎어 물을 쏟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딱 세 가지뿐입니다. 첫째, 아이가 다쳤는가 확인해야 하고요. 둘째, 엎어진 컵과 쏟아진 물을 수습해야 합니다. 셋째, 다음부터 조심할 수 있도록 아이를 잘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 탓을 하거나 컵을 그 자리에 놓아둔 자신을 탓하거나 컵에 물을 따라둔 누군가를 탓하거나 컵 만든 회사를 탓할 만한 단계는 없습니다. 


누구도 탓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탓하는 순간은 뒤로 물러나는 시간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입니다. 탓하는 건 쉽습니다. 적극적인 태도는 어렵고 힘듭니다. 쉬운 길을 택하는 사람은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어렵고 힘든 길을 기꺼이 선택하는 사람은 정상에 이르게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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