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만난 폭우
호우주의보가 내린 날. 바람과 함께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바로 그 시간에 저는 일본 유니버셜 시티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작은 우산은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았고, 딱히 방향 정해지지 않은 비 때문에 옷과 신발은 폭삭 젖고 말았습니다.
그냥 숙소로 돌아가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싶은 마음 간절했습니다. 평생 처음 온 일본 여행을 고작 비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는 가족의 단호한 의지 때문에 젖은 상태로 늦은 밤까지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이 많았습니다. 비가 잠시 소강 상태인 틈을 타 놀이기구도 정상 운영 되었지요. 그 와중에 한 시간씩이나 줄을 서야 했습니다. 일본 사람도 절반은 넘는 것 같았는데, 다들 비바람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는 듯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비바람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비바람에 신경을 쓰느라 여행 자체를 즐기지 못했습니다. 놀이기구에 신경 쓰느라 비바람 따위 안중에도 없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가족은 여기가 일본이구나 생각에만 집중하느라 날씨나 놀이기구 자체에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
하나에 관심을 가지면 다른 하나에는 관심을 갖지 못합니다. 신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 놓은 모양입니다. 달리 말하면, 어느 한 곳에 집중하면 다른 상황을 잊을 수 있다는 뜻이 되겠지요. 시련과 고난에 있어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걱정과 근심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 있는가 하면, 해결책을 모색하고 궁리하는 데에 몰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번에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은 계속 걱정만 하게 되고 궁리하는 사람은 계속 궁리만 하게 되는 거지요.
기분이 우울하거나 걱정 근심으로 괴로운 사람은 마음 상태를 바꾸어야 합니다. 그래야 행복한 성공이 가능하니까요. 우선, 자신의 심리가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이미지를 떠올려야 합니다. 끝으로, 생각 전환 버튼을 눌러 의도적으로 다른 곳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렵게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연습과 훈련이 필요할 뿐이지요. 감옥에 있을 때, 매 순간 얼마나 괴로웠는지 말도 못합니다. 심장에 돌덩어리를 박아 놓은 것 같았습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생각 전환을 시도했고, 그 결과로 일 년 반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좋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자신이 바라는 모든 것들을 이룬 것처럼 상상하고, 인생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지금 눈앞에 닥친 모든 시련과 고통이 반드시 사라진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어떤 경우에도 부정적이거나 삐딱한 생각이나 말을 삼가해야 합니다.
비바람 몰아쳤던 다음 날. 거짓말처럼 하늘이 파랗게 펼쳐졌습니다. 바람도 선선했고요. 간밤에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푹 잠든 덕분에 몸도 마음도 개운했지요. 숙소 밖으로 나오니 완연한 가을 날씨에 기분까지 좋아졌습니다. 불과 하루 사이에 제 마음은 끝과 끝을 오갔지요.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먹구름에 비바람 몰아치는 날도 있지만, 오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는 날을 만날 수 있습니다. 너무 좋아 방방 뛰다 보면, 어느 새 불운한 일이 생겨 무너집니다. 그러다 또 얼마 못 가서 새로운 희망과 행운이 다가오기도 합니다.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우리 인생을 좌우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비바람에 다 젖은 옷, 무거운 걸음, 축축한 느낌, 못마땅한 상황들에 집중할 것인가. 어차피 잊을 수 없는 일본 여행이 되었으니 마음껏 즐기고 미친 듯이 소리 질러 볼 것인가.
다른 사람들은 비가 내릴 때 비를 피하지만, 작가는 빗속으로 당당히 걸어가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바짝 오그라들어 속으로 불평만 했던 저 자신이 한심하고 아쉽게 느껴집니다. 일본까지 가져갔던 <황금멘탈을 만드는 60가지 열쇠>를 펼쳐 읽지 않았더라면, 닷새 내내 엉망인 기분 상태로 지냈을 겁니다.
평범하고 고요한 날에는 멘탈을 단련할 만한 기회가 마땅찮습니다. 위기, 시련, 풍파, 고난, 고통, 역경 등이 닥쳤을 때에야 비로소 강한 멘탈을 장착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죠. 일본 여행에서의 폭우는 저의 멘탈을 시험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무너졌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또 한 번 담금질을 한 셈이죠.
지난 삶을 돌아보면, 일본에서의 비바람 못지않은 경험이 수도 없이 많을 겁니다. 잊고 살면 그냥 지나간 시간일 뿐이고요. 하나씩 집어올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특별한 인생으로 바뀝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의 본질이자 가치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글쓰기에 집중하는 것이죠.
무엇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지금은 무엇에 집중하고 있습니까? 오늘 내가 집중한 것들이 내일 현실로 드러납니다. 당연히 행복하고 좋은 것들에 집중해야 마땅하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