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나 감정에 집착하지 말기
사람에 대한 분노가 들끓을 때가 있습니다. 반면, 사람에 대한 사랑이 집착으로 무너질 때도 많습니다.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지나치게 좋아하는 마음은 정상적인 일상을 방해합니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삶이 끌려다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일에 대한 회의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반면, 성취감과 자신감, 그리고 인정과 칭찬에 목말라 일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두 가지 모두 일상에 도움 되지 않습니다. 일 외에 다른 소중한 것들을 소홀히 여기는 습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돈 때문에 괴롭다 느끼는 때가 있습니다. 반면, 돈이면 전부 다 된다는 생각으로 돈만 좇으며 살아갈 때도 없지 않습니다. 돈을 혐오하거나 돈에 환장하는 태도. 둘 다 삶의 의미 혹은 가치를 상실하게 만듭니다. 세상은 돈으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 일, 돈. 이 세 가지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뒤흔드는 요소인 동시에 사는 게 참 행복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주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만 않는다면, 이 세 가지는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균형을 잡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어느 한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상황을 즉시 인식하기도 어렵고, 한 쪽으로 기울었다 하여 곧바로 중심 잡는 것도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사람, 일, 돈에 휘둘리는 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저는 오늘 감히 "그냥 내버려두라!"는 말을 전하려 합니다. 오십 넘게 살아온 제 삶을 돌아보니, 어떻게 해 보겠다며 발버둥친 순간들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솟아나는 감정과 흔들리는 마음을 억지로 억누르려 하다가 일을 그르친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 마음을 정돈하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책상 정리는 안 해도 마음 정리는 꼭 하려고 들지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찝찝하고 괴롭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마음이란 것이 정리하겠다고 결심한다 하여 정리 되는 게 아니란 사실입니다.
좋은 마음 억지로 돌려 싫어하기도 힘들고, 싫은 마음 애써 바꾸어 좋아하기도 어렵습니다. 사람이든 일이든 돈이든 다 마찬가지입니다. 사람한테 빠지면 자유가 그리워지고, 홀로 자유 누리다 보면 사람 그리워지는 법이지요.
일에서 성과 못 내면 자기 불만이 생기지만, 승승장구하다 보면 쉬고 싶다는 생각 들게 마련입니다. 돈 없으면 괴롭고 아쉽지만, 돈 많으면 두렵고 불안한 마음 지울 수가 없는 겁니다.
외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마음 고요하게 유지하는 건 어렵고 힘듭니다. 이럴 때는 이쪽으로 흔들리고 저럴 땐 저 쪽으로 휘둘립니다. 마음이란 것이 원래 그렇습니다.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이 지극히 평온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여, 마음 상태가 어떠하든 오늘 주어진 하루 해야 할 일들에 오롯이 집중하는 습관 길러야 합니다. 마음이나 감정에 따라 오늘을 살면, 마음이나 감정을 핑계삼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경우 많이 생기거든요. 그러면서 자신의 소홀과 나태를 마음과 감정 탓으로 돌리곤 합니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걸 수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강조하는 책과 강연 많습니다. 몸이 아플 땐 병원에 가면서 왜 마음이 아픈 것은 그냥 두고 보느냐. 이런 식이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고 있는 겁니다. 마음이란 것이 감기처럼 치유하겠다 작정한다 해서 치유 되는 게 아니란 사실입니다.
마음은 그저 있는 그대로 "읽어 주는 게" 최고입니다. 지금 내가 이런 마음이구나. 지금 내가 이런 감정을 품고 있구나. 지금 내가 힘들고 괴롭구나. 지금 내가 즐겁고 기쁘구나. 이렇게 자기 감정을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봐 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억지로 어떻게 해서 마음을 바꾸려 애쓰는 것은 헛일입니다. 적어도 마음이나 감정이 생겨난 직후에는 더 그렇습니다. 가만히 지켜 보면 됩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구나, 저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일에 욕심을 가지는구나, 좀 쉬고 싶어 하는구나, 돈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품고 있구나.
그렇게 자기 감정을 읽어준 다음, 이후로는 그저 주어진 일에 매진하면 되는 것이지요.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내 안에 어떤 마음이 파도를 일으키든 상관없이 삶은 계속 된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합니다. 감정이 어떠하다 해서 인생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또 오늘을 살아내야 합니다.
억지로 누르지 말고 내버려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살았더니, 감정은 감정 대로 제자리를 찾고, 인생은 인생 대로 좋아졌습니다. 마음이나 감정을 정리하고 정돈하기 위해 발버둥 쳤을 때보다 훨씬 편안하고 실속 있는 삶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