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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02. 2024

입을 다물 자비심과 그냥 지나갈 용기

고요하고 차분한


글을 쓰려고 앉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간신히 몇 줄 쓰고 나면, 이 무슨 횡설수설을 하고 있는가 싶을 때도 많습니다. 다 쓰고 난 후에 내 글을 읽은 독자들 반응이 영 시원찮을 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화가 납니다. 속상합니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인가. 지난 10년 세월이 도로아미 된 것 같아 심정이 벌렁거리고 숨소리도 거칠어집니다. 마구 욕설 내뱉으며 노트북을 번쩍 들어 바닥에 내팽개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폭발 직전에, 저는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부디 험한 말 쏟아내지 않고 입을 다물게 해주시고, 거친 행동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도록 도와주세요!' 종교가 없는 저는 콕 집어 기도하는 대상은 없습니다. 그저 제가 '신'이라고 부르는 존재에게 기대는 것이죠. 


남들이 보면 별 것 아니라 여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작은 '중얼거림'이 제게는 기도나 다름없습니다. "입을 다물게 해 달라"는 요청과 "그냥 지나가게 해 달라"는 바람은 매번 효과 있습니다. 특히, 저처럼 성질이 고약하거나 다혈질인 경우, '중얼거임'이나 '기도'는 삶을 진정시키는 특효약이 되곤 합니다. 


글이 뜻대로 써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구 욕을 내뱉어도 내일이 되면 다시 글을 쓰게 됩니다. 노트북을 집어던질 만큼 속에서 천불이 나도 다음 날 아침이 밝으면 저는 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 순간 제 기분이나 감정이 어떠하든,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저는 또 변함없는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욕하는 것이 제게 도움 주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건을 집어던지며 화를 내는 것도 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 되지 않습니다. 순간적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제멋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나면, 어김없이 후회하곤 합니다. 마치 저 자신이 제 삶을 더럽히고 망친 것 같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뿐만 아닙니다. 살다 보면 욱할 때가 많습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돈 문제고 근심하게 되고, 사람 때문에 감정 최악으로 치닫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개인은 분노, 질투, 짜증, 시기, 불만족, 억울함, 배신감 등 부정적인 기분에 휩싸여 평소와는 다른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분에 휘둘려 나쁜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았을 때, 시간이 흐르고 난 후 후회해 본 경험 다들 있을 겁니다. 그냥 좀 참을 걸.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렇게 행동하지 말 걸 그랬어. 


후회한다는 건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감정이 좋을 리 없습니다. 불편한 감정으로 후회를 이어가다 보면 감정이나 기분이 또 안 좋아집니다.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는 말이지요. 한 번만 입을 다물었더라면, 한 번만 그냥 지나갔더라면, 차라리 아무 일 없었을 텐데. 이런 생각이 고요한 일상을 또 헤집어 놓는 겁니다. 


그때 참 잘했다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때 참 잘했다 싶은 '행동'도 있습니다. 나 자신이 때와 장소에 맞게 혹은 누군가를 위해 '좋은 말과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기쁩니다. 아무리 속상하고 화가 나도, 입을 다물길 잘했다 또는 그냥 지나가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면 한결 기분 좋아집니다. 


화가 날 때, 상대 혹은 그 사건을 뒤집어 엎어서 분풀이를 해야만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많습니다. 순간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지요. 허나, 조금만 시간 지나면 '독설과 난동'은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스스로 정당화 시키기 위해 고작 한다는 말이 "그럴 수밖에 없었어" 정도입니다. 


제가 살아온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자면요. 입은 다물수록 인생 좋아집니다. 거친 행동은 자제할수록 삶이 나아집니다. 자신이 아무리 정당하고 아무런 잘못 없다고 여기는 상황에서도 가급적이면 입을 다물어야 하고 거친 행동은 자제해야 합니다. 이것이 자기 삶을 지키고, 자신에 대한 평판도 좋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사건과 반응 사이에 조금이라도 간격을 두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실수와 실패는 '즉각적인 판단과 반응' 때문에 일어납니다. 0.5초라도 틈을 두고 생각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실수와 실패와 잘못이 허다합니다. 


그 작은 간격과 틈에서 우리는 '기도'를 해야 하는 것이죠. 나보다 더 위대하고 절대적인 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겁니다. 지금 내 입에서 욕설과 분통이 터져나오지 않도록 입을 다물게 해 주세요! 지금 내가 저지르려 하는 거친 행동과 반응을 그냥 지나가게 해 주세요!


실제로 신이 내 기도를 들어 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중얼거릴 때마다 아주 조금이라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입을 다물게 되고, 그냥 지나가게 됩니다. 그런 다음, '잘 참았다, 잘 견뎠다, 잘 지나갔다'라고 스스로 칭찬하는 것이죠. 삶이 좋아진다는 말이 허풍이 아닙니다. 


감정을 추스린다는 건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억지로 참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고 일일이 다 밖으로 터트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지요. '중얼거림'이나 '기도'는 말이나 행동을 억지로 멈추게 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희한하게도, 작게 중얼거리거나 기도를 하면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지곤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몇 차례 효과를 볼수록, 정말로 신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마치 제 곁에 서서 늘 저를 지켜보고, 혹시 제가 바라는 게 있으면 기꺼이 챙겨두고 들어주는 게 아닐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신으로부터 따끔하게 혼 난 적도 있습니다. 무리하게 돈 욕심 부리다가 탐욕에 대한 대가로 실패와 좌절과 절망을 맛보았습니다. 그런 시간을 겪은 덕분에, 세상과 인생을 배울 수도 있었는데요.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절대적인 존재가 곁을 지켜준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굳이 해야 할 말이 아니라면 입을 다무는 게 낫습니다.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려 거칠게 행동하는 것도 차라리 그냥 지나가는 게 자신을 위한 더 나은 태도입니다. 


기어이 한 마디를 뱉어야 속이 시원하고, 기어이 물건 하나라도 집어던져야 속이 풀리는, 과거 저는 그렇게 '순간적인 반응'을 되풀이하며 살았습니다. 저지르고 후회하고, 저지르고 후회하고. 불행한 악순환 속에서 '그래도 열심히 살면 된다!' 위안 삼곤 했었지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말과 행동에서 촐싹 떨면 결국 인생 망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말 많은 세상입니다. 과격한 행동을 정당화 시키는 시절입니다.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남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자기계발 이론입니다. 하지만, 당당한 자기 주장이 욕설이 되어서는 곤란하고요. 내가 하고 싶은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자유와 책임의 경계를 명확하게 지키는 것이 잘 사는 태도입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영상을 통해 거친 말과 행동을 자주 보게 되는데요.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런 장면들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입이 고요하고 행동이 차분하면 더 나은 인생과 세상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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