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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01. 2024

애쓰지 않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착하게 살려는 노력, 멈춰 생각해 보길


대학교 4학년 때 제주도로 졸업 여행 다녀왔다. 인상적이었던 건 비행기가 아니라 배를 타고, 배 안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이었다. 크루즈까지는 아니었지만 제법 큰 배였는데도 많은 사람이 멀미를 했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사람들은 다행히 멀미를 면했고, 나도 멀미하지 않았다. 나는 새벽 두 시까지 술을 마셨다. 서너 병을 마시는 바람에 한껏 취했고, 인사불성이 되어 배 이 곳 저 곳을 싸돌아 다녔다. 파도에 흔들리는 배보다 내가 더 많이 흔들렸으니 멀미를 할 리가 있나. 


밤새도록 멀미한 사람들은 아침에 눈이 퀭했다. 새벽 두 시까지 술을 퍼마신 나는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육지에 발을 딛는 순간 "와!" 하며 탄성을 지를 줄 알았는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은 몸에 힘이 풀려 주차장에 서 있던 버스에 몸 싣기 바빴다. 


어릴 적부터 멀미를 자주 했었다. 버스를 타면 토하기 일쑤였고, 그나마 택시를 탈 때는 조금 나았다. 멀미약을 미리 먹기도 했고, 귀 밑에 동그란 패치를 붙이기도 했는데, 별 소용 없었다. 열차 외에 다른 교통 수단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대학 졸업 여행 때 깨달은 바를 사회에서도 써먹을 수 있었다. 어지럽고 매스꺼울 땐 차라리 술을 퍼마시고 정신을 잃는 게 낫다는 것. 배나 버스가 흔들리는 것보다 내가 더 흔들리면 멀미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 


살면서 "미쳐버리겠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회사 일이 힘들 때도, 친구들과 의견 맞지 않을 때도, 기대했던 만큼 성과가 나지 않을 때도, 그리고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었을 때도. 


내가 미친 게 아니었고,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거였다. 내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배가 흔들리는 거였듯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만 미치지 않기 위해 발악해 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혼란과 방황과 좌절을 막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미쳤어야 한다는 걸,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세상은 도무지 정상이 아니다. 마스크를 써야 하고, 스마트폰에 중독 되었으며, 인공지능이 판치고, 위선과 거짓과 가식과 억지가 좌우로 나뉘어 나라를 대표한다. 경제는 도무지 희망이 보이질 않고,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는 교실에서 버젓이 폭력을 행사한다. 사람이 압박 당해 목숨을 잃은 바로 그 현장에서 젊은이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배는 침몰했고, 선장은 탈출했고, 아이들은 가라앉았고, 정치인들은 책임이나 수습보다 '이용'을 먼저 했다. 


이런 세상에서 지극히 정상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스스로 멀미를 자처하는 행위이다. 멀쩡한 눈으로 세상을 보면 미쳐 돌아갈 것만 같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세상보다 더 미쳐야 한다. 그래야 흔들리는 세상을 버틸 수 있다. 


무엇에 미쳐야 하는가. 첫째, 공부에 미쳐야 한다. 내 안을 채우는 행위야말로 바깥 세상의 소음과 혼란을 견딜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둘째, 고독에 미쳐야 한다. 사람에게 기대려는 속성이 가장 큰 상처를 남긴다. 혼자 있을 수 있는 힘이야말로 인생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이다. 셋째, 오늘에 미쳐야 한다. 과거 집착도 그만하고 미래 두려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오직 오늘에 미칠 때 비로소 흔들리는 세상 버틸 수 있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욕하고 험담하는 것도 아무 쓸모 없다. 그런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소리지르고 비난하는 것이 마치 세계 정의를 지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모양인데, 자신이 지금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선하고 긍정적인 줄 알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돌변하여 부정적이고 악한 인간임을 알게 되는 경우 많이 겪었다. 처음엔 그 사람이 변한 줄 알았다. 아니었다. 내가 사람을 볼 줄 몰랐던 거다. 세상이나 사람이나 매 한 가지다. '밖'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내가 변해야 한다. 이것이 나와 내 인생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세상이 더럽고 치사하게 느껴지는가? 사람 때문에 상처 입고 괴로워하는가? 그러한 이유로 힘든 시간 보내고 있다면, 스스로 괴로움을 자처하고 있다는 사실 깨달아야 한다. 


세상은 원래 그랬다. 사람도 원래 그렇다. 잘못이 있다면, 내가 어떤 세상 어떤 사람에 대해 기대를 품었다는 것. 가시밭길에 던져졌다. 그것이 인생임을 알아야 한다. 세상보다 더 독하게, 타인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만이 인생 제대로 사는 길이다. 


이런 나를 세상은 비관주의 혹은 염세주의라 부른다. 전혀 아니다. 나는 세상과 타인을 사랑한다. 그들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가식과 위선을 앞세워 어쩌면 좋은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어쩌면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사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나쁘게 보자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자는 거다. 


지난 금요일, 그리고 어제. 이틀에 걸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내게 힘 내라는 위로를 주었고, 출간을 축하한다며 선물을 전해 주었고, 내 곁에 자신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당부도 건넸다. 


이런 좋은 사람들 때문에 나는 자꾸만 '정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몇 명의 천사를 만났다 하여 세상을 환하게 보는 착각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애쓰지 않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착하게 살려는 노력. 멈춰 생각해 보길.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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