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대한 예의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사람 있습니다. 게으른 사람이 주로 하는 말이지만, 평소에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만사 귀찮아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특별한 계기가 있을 수도 있고, 아무 이유 없이 삶의 의욕을 상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울증 때문일 수도 있고, 순간적인 좌절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무기력은 삶을 망치는 증상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에 잠들기 전까지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 일이 생산적일수록 좋고, 다른 사람 위하는 일이면 더 좋겠지요. 각자의 몫이라는 게 있습니다.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그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가면 세상도 엉망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자기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이 무기력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해야 합니다.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해 봅니다.
첫째,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야 마는 일일 루틴을 정해야 합니다.
기분이 내키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말고. 이런 정신으로는 성장이나 성공 이뤄낼 수 없습니다. 기분에 따라 사는 게 아니라 기본에 충실하며 살아야 합니다.
매일 글을 씁니다. 매일 책을 읽습니다. 10년째입니다. 아버지 입원해 계실 때에도 글 썼고, 어머니 병원에 계실 때에도 책 읽었습니다. 감정에 치우쳤다면 걱정하고 염려하느라 쓰지 못하고 읽지 못했다고 스스로 변명하고 핑계 댔을 겁니다.
다른 사람한테 변명하고 이해 받는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반듯할 줄 알아야 자기 존중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읽고 쓰는 삶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어떤 일이든 기본을 정해두고,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그 기본을 지킨다는 원칙을 자기 삶에 적용해야 합니다. 무기력이 발동해도 기본은 지킵니다. 루틴을 실행한 후에 침대에 누워야지요.
둘째, 생각을 단순하게 하는 습관 가지면 좋습니다.
글 쓰려는 이들이 어렵고 힘들고 막막하다 하소연하는데요. 대부분 초보 작가들이 생각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아침밥 먹은 이야기부터 하나하나 적다 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글을 쓸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자꾸만 '그럴 듯한 글'을 쓰려고 하니까 이 생각 저 생각 복잡하게 얽히는 겁니다. 결국에는 못쓰겠다 펜을 놓고 말지요.
무기력했던 날들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온갖 생각 다 하면서 괴로워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몸은 가만히 누워 있는데 머릿속은 쓰레기통 같았지요.
이럴 때에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과 단순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딱 오늘 하루만 생각하는 거지요. 아니, 딱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는 겁니다. 음악을 듣고 싶다면 노래 가사에만 집중하고, 점심을 먹는다면 점심 먹는 행위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마치 음악 듣는 것이 인생 전부이듯, 밥 먹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듯,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몸도 마음도 좀 가벼워집니다.
셋째, 딱 세 군데만 찾아가 보길 권합니다.
저는 무기력할 때 노량진 수산 시장에 갔습니다. 이른 새벽에요. 어차피 불면증 때문에 잠도 오지 않았고, 달리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거든요. 무작정 새벽 수산시장으로 갑니다.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보고 있으면 저절로 피가 끓습니다.
구미에 있는 양로원과 대구 파티마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도 가 보았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몸에 힘이 없어 누워 지내거나 휠체어를 타거나 잠들어 있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절절히 느낄 수 있습니다.
무기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늘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말 들을 때마다 저조차 힘이 쪽 빠지는 느낌입니다. 힘들고 괴롭다는 사실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무기력은 다른 사람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스스로 극복해야 합니다.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주변에서 도움을 주려 해도 효과가 없지요. 한 가지 희소식은, 한 번만 제대로 무기력을 극복하고 나면 삶에 활력이 넘친다는 사실입니다. 사는 게 신나면 저절로 잘 살게 되고요.
무기력은 어쩔 수 없는 질병이 아닙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누구나 극복할 수 있는 일시적 증상일 뿐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입에 불이 날 정도로 매운 볶음면이나 쫄면, 비빔면 등을 점심으로 권합니다. 무기력 극복에 도움 되실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