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못 쓰는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고개 숙인 사람들에게
죄를 짓고 감옥에 갔습니다. 억울할 것도 없고 분할 것도 없었습니다. 판사가 할 말 없냐고 물을 때마다 할 말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모두 인정하고, 모두 수긍하고, 모두 잘못했다고만 했습니다. 후회 많이 했고, 가슴 치며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그러나, 제가 저지른 잘못입니다.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었지요.
위와 같은 일 말고는, 저는, 우리는, 잘못이 없습니다. 성공하지 못한 게 잘못인가요? 글 못 쓰는 게 잘못인가요? 월급 적게 받는 게 잘못인가요? 아이 키우며 피곤에 지쳐 사는 게 잘못인가요? 아무 잘못 아닙니다.
출소 후 사회로 돌아와서 보니, 수많은 사람이 마치 잘못 저지른 죄인들처럼 고개를 숙인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가 교도소 안인지 밖인지 분간하기 힘들었습니다.
당당함을 말하고 싶습니다. 나약한 정신을 뿌리 뽑고, 자기 인생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막힐 때가 있습니다. 쓸 내용이 없어 막히기도 하고, 내 안에 뭔가 있긴 한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막막하기도 하고, 했던 말 되풀이하기만 하는 것 같아 답답하고,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골치가 아프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세계적인 거장부터 초보 작가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람은 슬럼프를 슬기롭게 극복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자책하고 자괴하며 땅굴을 파곤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글 쓰다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 만나는 건 자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돈 많이 벌어 성공하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 많습니다.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가족의 풍요와 안녕을 위해서일 테지요.
생각만큼 돈이 되질 않습니다. 부자 되는 방법, 돈 쉽게 버는 방법, 성공의 법칙 등 수많은 이론과 노하우가 책과 영상으로 즐비한 세상입니다. 공부하고 참고하는데도 영 시원찮습니다.
돈 못 버는 게 답답한 일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났나, 내 삶은 왜 이리 구질구질한다, 나는 실패만 거듭한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형편없는 인간으로 몰고 가는 사람 많은데요. 안타깝고 안됐습니다. 이런 건 잘못이 아닙니다.
진짜 잘못이 뭐냐면요.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죄인 취급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입니다. 세상 가장 큰 죄악이 자신을 업신여기는 태도입니다. 이것은 신을 거역하는 행위이며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행태입니다.
글을 잘 못 쓰면 매일 연습하고 훈련하면 됩니다. 돈을 잘 못 번다 싶으면 재정 목표와 계획 수립하고 오늘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어떤 일이든 잘 풀리지 않는다 싶으면, 원인과 해결책 궁리하고 처음부터 다시 도전하면 됩니다.
빨리 뭔가를 이루면 좋겠지요. 조급한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오래 전 제가 딱 그랬으니까요.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지요. 급하게 서두른다 하여 제대로 이룰 수 있는 일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성공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추가로 실패 경험도 필요하고요. 갈길이 먼데, 언제까지 자기 탓만 하면서 주저앉아 있을 겁니까. 벌떡 일어나 다시 출발하길 바랍니다.
고개를 숙인다는 건 참으로 수치스럽고 모멸감 느껴지는 일입니다. 죄를 지었으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바닥으로 처박고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던 날 다짐했습니다. 두 번 다시 고개 숙이지 않고 살겠다고요.
아무 잘못도 없이 고개 숙이지 마세요. 자꾸만 자신을 탓하는 습성도 당장 멈추세요.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고, 모진 순간 다 참고 견디며 여기까지 왔는데, 왜 자꾸만 자신을 형편없는 인간 취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존감이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자기 존중을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마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존재감입니다. 스스로 존재 가치를 인정할 수 있어야 존중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기 존재감을 형성하는 도구는 타인을 돕는 것이죠. 다른 사람 도우며 사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자연스럽게 인정합니다. 결국 자존감도 빵빵하게 형성되는 것이죠.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고, 자기 인생이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사람 있다면, 지금 당장 다른 사람 돕겠다 팔 걷어붙이고 나서 보세요. 주변 사람 누구라도 도울 수 있습니다. 글 한 편 써서 조언해 줄 수도 있고, 직접 가서 청소를 해줄 수도 있고, 봉사 단체 가입해도 됩니다.
존재 가치를 발현한 후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 가지는 것이 당당한 인생 살아가는 데 큰 도움 됩니다. 자꾸만 못났다 못났다 하지 말고, 잘난 일을 직접 행하면 됩니다. 세상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기다리는 사람 많습니다.
자신을 형편없는 존재라 여길 만한 겨를조차 없는 사람들. 몸도 마음도 무너져서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들. 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힘을 주고,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별것도 아닌 일 자책하며 살지 말고 당당하게 일어서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입히지만 않으면, 우리는 고개를 숙일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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