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을 존중한다
일하는 동안에는 평온하게
강의자료 두 가지 한꺼번에 만들어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나 만드는 것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두 가지나 만들어야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하나에 보통 파워포인트 100매 가량 되니까, 200매에 육박하는 강의자료를 한 번에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죠.
수강생들 전화가 한꺼번에 몰릴 때가 있습니다. 집필 상담, 퇴고 상담, 투고 및 계약 상담, 그 외 일상 생활에 관한 상담까지. 평소에는 유쾌한 마음으로 대화를 주고 받지만, 글을 쓰거나 일 많을 때는 저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과거 돈 욕심 부리다가 망한 적 있는데요. 그때도 급하게 서두르고 짜증 부리고 복잡하고 두서없이 일했습니다. 뭔가 삐그덕거린다 싶으면 분명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지요.
재작년에 아버지 심장 수술한 적 있습니다. 의사가 골든타임 임박한 상태라 해서 얼마나 긴장하고 놀랐던지,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다행히, 수술 잘 끝내고 회복해서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 보내고 계십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담당 의사가 이런저런 바쁘고 힘든 상황에서 마구 짜증을 내고 불평하면서 아버지 심장 수술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 상상만 해도 덜컥 겁이 납니다. 그런 의사한테는 절대 아버지 수술 맡기지 않을 겁니다.
의사는 지극히 평온한 상태로 수술을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저는 제 일을 그저 닥치는 대로 감정에 휘둘려가면서 하는 걸까요. 의사의 수술은 대단한 일이고 제가 하는 일은 별 게 아니라서 그런 걸까요.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자기 일을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일을 하는 동안만큼은 집중하고 몰입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일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집중하고 몰입하다 보면 그 일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고, 혹은 그런 나의 태도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 통해서 더 나은 일을 부여받을 수도 있는 거지요. 기회는 항상 태도에서 비롯되는 거니까요.
욕심도 좀 내려놓아야 합니다.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처리하는 걸 멀티태스킹 능력 뛰어난 걸로 착각하는 사람 많은데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처리한다면 훨씬 완성도 높겠지요. 차분하고 여유롭게 임해야 집중할 수도 있고 마음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힘들겠지만 노력해 보자는 겁니다.
회사에 다닐 때, 일 대충 했습니다. 열심히 하든 말든 월급날 되면 돈 나온다고 생각했지요. 인생 첫 사업도 그런 태도로 했습니다. 오직 돈만 생각했을 뿐, 어떤 의미와 가치와 태도로 일해야 하는지 전혀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일을 대하는 저의 태도가 인생을 결정한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일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현한다는 말 모두 가식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모든 걸 잃고 난 후에야 제게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아침에 양복 차려입고 집에서 나와 어느 공원 벤치에 앉아서 마냥 시간을 때워야 했을 때, 한 인간으로서 생산적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할 때의 무력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지요.
일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과도 같습니다. 자신의 일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가 곧 자신과 자기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는 길입니다. 마음과 태도가 결국 인생을 만듭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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