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사용할 가치가 있는가

잠시 멈추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다

Jan 21. 2025

매일 글을 씁니다. 네, 말 그대로 '매일'입니다.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할 때는 물론이고, 우울하고 슬프고 괴로운 날에도 빠트리지 않고 글 씁니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날에는 한 줄 쓰기도 어렵습니다. 가끔은 다 때려치우고 그냥 잠이나 실컷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매일 쓰는 이유는, 글쓰기가 제 삶에 충분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바닥에서의 삶을 일으켜 준 것도 글을 쓴 덕분이지요.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남은 힘을 쥐어짤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가치'가 저로 하여금 버티고 견디고 이겨내도록 해 주었습니다. 사업 실패하고 무너졌을 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생이란 생각이 들어서 생을 끝내겠다는 어리석은 시도까지 했었지요. 글쓰기 만나면서 제가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깨달았습니다. 멈출 이유가 없는 것이죠.

식사 자리 아버지 잔소리, 지인들과의 의견 충돌, 가족 갈등, 업무적인 스트레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속상한 마음. 일상에서 다양한 불편한 감정 겪습니다. 아무 문제나 근심 없이 오직 평온하게만 살아가는 사람 누가 있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없는 힘 쥐어짜서 기어이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처럼, 나를 힘들게 하는 이 모든 일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고 말이죠. 제가 가진 에너지를 쏟아부을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대부분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사람이 가진 에너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잠에서 깰 때 하루치 에너지가 100퍼센트 충전되어 있는 셈이죠. 사용할수록 줄어듭니다. 그러다 밤이 되면 에너지도 다 고갈됩니다. 한정된 에너지를 얼마나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하는가에 따라 우리 삶이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가치 있고 위대하고 훌륭한 곳에 에너지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그 인생도 근사하고 행복해집니다. 쓸데없이 감정풀이나 하고 다른 사람 흉이나 보고 불평 불만 툴툴거리는 데에다 에너지 다 쏟아붓는 사람 인생은 뭐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다들 똑같이 열심히 살고 있다 자부할 텐데요. 어떤 사람은 그 열심을 귀한 곳에 사용하고, 또 다른 사람은 그 열심을 허튼 곳에 쓰면서 살아갑니다. 똑같이 지치고 힘들지만, 누구는 성장하고 누구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 뚜렷한 것이지요.

5만 원 가지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식사 챙겨 먹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아니면 그 돈으로 술이나 퍼마시는 데 쓰는 게 마땅할까요. 나 자신에게도 이롭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 될 만한 곳에 에너지 사용하는 것이 나와 내 인생을 위한 길입니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매 순간 잠깐 멈추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지금 이 일에, 지금 이 감정에, 지금 이 생각에 나의 소중한 에너지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잠깐 멈추고 판단하고 선택한 후 결정하는 것이죠.

한 때, 뒤에서 저에 대한 험담을 하는 사람 이야기를 자주 전해들었습니다. 저도 사람이라 아주 불쾌했습니다. 당사자를 만나 따지는 것도 아니면서, 혼자 씩씩거리고 화 내고 짜증부리고 성질 있는 대로 다 뽑아내면서 살았습니다. 뻔한 사실을 한참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지요. 나만 손해였습니다.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습니다.

잠깐 멈춥니다. 나에 대한 험담을 했다는 그 사람 때문에 불쾌한 마음으로 오늘을 사는 것. 이것이 과연 내가 가진 소중한 에너지를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답은 분명했습니다.

다른 모든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잠깐 멈추고 생각하고 판단하면, 거의 대부분 사소하고 잡다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곳에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누구나 잘 알 수 있습니다.

글쓰기, 독서, 강의 자료 제작, 강의, 연구, 사색, 운동, 가족과 대화, 코칭 등 위대하고 훌륭하고 가치 있는 일 얼마든지 많습니다.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지요.

요즘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두 곳입니다. 하나는 스마트폰이고요. 다른 하나는 정치를 비롯한 세상을 향한 불평입니다. 스마트폰과 불평으로 과연 우리 인생에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이토록 쓸모없는 일에 계속 에너지 쏟아붓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