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 물처럼 살아가기가 어렵다
아침부터 글 쓰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할 때가 있는가 하면, 종일 글쓰기를 피하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수강생 전화를 기꺼운 마음으로 받을 때가 있는가 하면, 속상하고 우울한 기분이 들어 아예 전화를 받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잔소리가 행복하게 들릴 때가 있는가 하면, 도저히 한 마디도 더 이상 들을 수가 없겠다 싶은 때도 많다. 아내가 참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떤 때는 다 때려치우고 그냥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이뤄놓은 내 삶의 성을 보면서 흐뭇하고 기쁠 때가 있는가 하면, 죽도록 고생한 세월이 떠올라 서럽고 눈물겨운 때도 많다. 책 읽고 글 쓰면서 차분한 일상 보내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 여겨질 때가 있는가 하면, 멋진 차 사가지고 흥청망청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다.
내 마음은 오락가락 갈팡질팡이다. 오래도록 한 가지 마음으로 굳게 뿌리를 내린 적이 없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엉망진창. 그 와중에 글 쓰고 책 읽으면서 꿋꿋하게 강의를 해 온 덕분에 지금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휘청이는 마음 가눌 길 없다.
감히 말하건대, 나처럼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본 사람 중에는 나와 다른 이가 한 명도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사람 마음이 지고지순 오직 하나의 대쪽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처럼 수도 없이 흔들리는 마음과 생각으로 살면서도, 우리는 때때로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며 고집도 부리고 타인과 다투기도 한다. 하룻밤만 지나도 달라지는 생각이고, 한 시간만 지나도 변하는 감정인데. 마치 자기 생각과 감정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날을 세운 채 분을 참지 못하니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똑같은 아이스크림이라도 어느 때는 천상의 맛처럼 느껴지고 또 다른 때는 한 입만으로 정나미 떨어지는 맛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니, 아무 때나 함부로 아이스크림의 맛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단정 지을 일이 아닌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좋은 사람들. 그러나, 심사가 뒤틀려 있을 때는 아무리 좋은 분위기에서도 그냥 혼자 있고 싶기도 하다. 누군가를 절대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기분 따라 좋고 싫음이 마구 나뉘어지는 거라서 관계는 늘 위태롭고 허망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 순간 누군가를 평가하고 누군가의 말을 비방하고 누군가의 행동에 관해 험담한다. 낯 부끄러운 줄도 모른 채 다음 날이 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을 대하고, 돌아서면 쓴 맛을 다신다. 나는 정당하고 그들은 틀렸다는 말을 어쩜 이리 예사로 내뱉는 것인가.
나는 그저 우왕좌왕할 뿐이다. 오락가락 정신 없다. 고요한 물처럼 신념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일인가.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