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비전은 무엇입니까?
일을 보고 집에 돌아왔더니 밤 10시 30분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밤 산책을 나섰습니다. 어제는 제가 일이 있어서 낮에 운동을 하지 못했거든요. 아직 보행기를 잡고 엉거주춤 겨우 한 걸음 떼는 정도이지만, 한 달 넘게 꾸준히 재활하셔서 처음보다는 제법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관을 나서 엘레베이터 타는 것부터 고난입니다. 제가 엘레베이터 문을 잡고 있으면 조심조심 탑승하는 거지요. 내릴 때도 마찬가지고요. 1층 현관 입구는 계단과 내리막 두 개 길이 있습니다. 당연히 내리막을 선택합니다. 평지보다 더 조심스럽게, 보행기를 앞세워 '걸음마'를 합니다.
멀쩡한 사람 5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20분 넘게 걸어야 합니다. 아파트 관리실 앞 빈 터를 크게 돌며 밤 공기를 마셨지요.
"저 앞쪽으로 나뭇잎이 무성해졌구나."
저 앞쪽으로 가 보고 싶다는 뜻입니다. 한 번 가 보자고 했습니다. 제가 뒤 바짝 붙어서 여차하면 잡아드릴 테니 각별히 주의하면서 걸어 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세 걸음쯤 가다가 잠시 쉬고, 네 걸음 걷고는 심호흡을 했습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저 앞을 바라봅니다. 그러고나서 한 걸음, 또 한 걸음...... 생각보다 많이 걸었습니다. 어느 순간 가만히 서서 고개를 들고는 한참 앞을 보십니다. 저 앞에 동사무소까지 한 번 갔다 오면 안되겠냐고.
골반뼈가 부서져 큰 수술 받은 지 딱 40일 되었습니다. 79세 노인에게 위태로운 경험이었지요. 병원에서는 재활하는 데 몇 달 걸릴 거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정작 당신은 조급하고 답답해합니다.
병원에서는 복도만 걸었습니다. 집안에 있을 때에는 거실만 돌았습니다. 1층 현관을 나서면 주차장 입구 주변만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젯밤에는 아파트 관리실과 산책길과 동사무소까지. 제법 먼(?) 길을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가 점점 먼 곳까지 다녀올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다리가 나아서? 아닙니다. 여전히 불편하고 힘에 겹습니다. 더 멀리까지 걸어갈 수 있는 이유는, 더 먼 곳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만이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갑니다. 혜안이 부족한 사람은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해결 방법이 오직 하나 뿐인 줄 압니다. 사람은 자신이 볼 수 있는 곳까지만 이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비전'이라 부릅니다.
돈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돈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당장 눈앞의 문제에만 매달려 더 큰 인생을 보지 못했습니다. 내 자신을 확장시키고 개발하기보다는 더 나은 세상이 되기만을 바랐지요. 우물 안 개구리는 자신의 좁은 세상에서 우쭐대며 살았습니다.
실패와 고난을 겪으면서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시작도 못했던 거지요.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세상에서 저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짚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글 쓰는 세상을 만들고야 말겠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글 쓰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재단을 만들고 싶다.
동기부여 연설가가 되어 사람들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
스토리텔링을 전파하여 각자의 이야기로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야 말겠다.
대한민국 최고의 글쓰기 아카데미를 만들겠다.
비전을 하나씩 세울 때마다 존재 가치를 느끼고 피가 끓고 열정이 솟았습니다.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세 걸음 걷다가 잠시 멈춰 돌아보고, 네 걸음 걷다가 크게 심호흡을 하고, 5분 걷다가 멈춰 고개를 들고 저 멀리 앞을 내다 봅니다.
비전은 사람을 나아가게 하고, 자신을 따르는 이들까지 움직이게 만듭니다. 비전은 큰 그림입니다. 비전은 동력입니다. 비전은 희망이자 가능성이며 용기이자 극복입니다. 멀리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보는 곳까지만 닿을 수 있습니다. 헬렌켈러는, 불행이란 앞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니라 비전을 갖지 못하는 거라고 말했지요.
밤바람 서늘한데도 어머니 이마에 땀이 흐릅니다. 이제 그만 들어가자 하시네요.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저도 어머니도 포기하지 않을 테고요. 반드시 혼자 힘으로 걷는 날 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어머니는 더 먼 곳까지 보고 계시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