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편한 인생
성인 남자 네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린다는 통계 자료가 있습니다. 25퍼센트 확률이지요. 그런데 제가 보험 영업을 할 때, 고객을 만나 이 얘기를 하면 모두가 한결같이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난 아닐 겁니다."
보험은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입니다. 일어날 지도 모르는 사고나 질병이나 죽음 따위에 대비하여 사람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자신과 가족의 삶을 보호하기 위함이지요. 보험의 원 뜻만 보자면 나쁠 게 하나도 없습니다만, 사람들의 인식이 문제인지 영업은 수월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만난 고객들의 생각은 이러했습니다. '위험한 일이 생길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자신은 그 위험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어떤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테니 굳이 매달 돈을 낼 필요가 없다.' 당장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준비하라는 권유와 설득은 참 어렵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혼 사유의 80%는 사소한 발단이라고 합니다. 이웃 주민과의 불화로 격한 싸움에까지 이르러 법정에 선 사람들도 그 시작은 지극히 사소한 이유라고 하지요. 친구한테 서운한 말 한 마디 들은 것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 많습니다. 작은 실수 때문에 후회하고 걱정하느라 스트레스 받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아버지 잔소리 때문에 속상한 적 많았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툭탁거리는 소리 때문에 문을 꼭꼭 잠그고 살았었지요. 얼굴에 뾰루지가 생기는 탓에 어떻게 강의를 해야 하나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죽음과 가족의 미래라는 엄청난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아닐 거야'라며 단순하고 편안하게 넘어가는 사람들이, 별 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연연하며 매일 매 순간 걱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제 삶에 일어났던 엄청난 사건들을 한 번 떠올려 봤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고통과 시련으로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전부 그만그만한 일로 여겨집니다.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 걸까요? 아니면 실제로 제가 겪은 대부분의 일들이 '엄청난 사건' 아니었던 걸까요?
아내와 심하게 다투었던 때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수백 번은 넘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껏 기억에 남는 부부싸움 별로 없습니다. 왜 싸웠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고요.
작년 한 해 동안 쓴 일기장을 펼쳐 하루하루 읽어 보니, 꽤 많은 고민과 걱정과 염려를 하면서 살았더군요. 중요한 것은, 일기장을 펼치지 않으면 대부분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불과 1년만 지나도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소한 문제들...... 그런 고민과 염려와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제 일상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귀에 팍 꽂히는 못마땅한 말도 들을 테고, 신경에 거슬리는 잔소리도 들을 테고, 뜻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 일이 생기면, 저는 또 스트레스 받으며 걱정하고 짜증내고 안절부절 못하며 불안과 초조에 빠질 겁니다.
사건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직 우리 생각이 문제입니다. 사고를 당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면 피식 웃으면서, 아내의 잔소리에는 곧 죽을 것처럼 스트레스 받습니다. 인생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남편 말과 행동은 전부 다 거슬립니다.
큰 일은 작게 여기고, 작은 일은 부풀립니다. 죽음 앞에 서면 모든 일이 작고 사소하게 여겨진다 하지요.
생각을 크게 하면 누구보다 자신이 편안합니다. 걱정과 근심은 '나'를 망치는 핵심 요소입니다. 수백만 원짜리 고급 음식 먹으면서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7천 원짜리 순대국밥 먹으면서 속 편한 인생이 훨씬 좋습니다.
작고 사소한 일에 발목 잡혀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큰 일인지 작은 일인지 저한테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일이든 생각하기 나름이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