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글의 가치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 막막함과 어려움 지금도 생생합니다.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다양한 벽을 만나지만,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관련 도서에는 주제와 소재를 잘 정해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어떻게 정하는 것이 잘 정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어쩌다가 괜찮은 주제를 정했다 싶은 날에도, 다 쓴 글을 읽어 보면 이게 지금 무슨 내용인가 제 자신조차 알아보기가 힘들 지경이었지요. 제법 괜찮게 썼다 싶은 경우에도 독자가 이런 글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라는 질문 앞에 또 다시 좌절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관한 고민과 근심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답을 찾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매일 글을 썼지요. 분석과 판단은 글 쓰는 행위와는 별개로 간주했습니다. 잘 쓰든 못 쓰든 일단 쓰고 본다! 이제 10년이 지났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글부터 씁니다. 써야 할 이유도 없고 쓰지 않으면 안되는 조건도 없습니다. 좋아서 씁니다. 아직도 저는 주제와 소재를 '잘 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정답을 찾았다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틀림없이 다릅니다.
이제 저는,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하지 않습니다. 대신, '누구를 도울 것인가?'라는 생각에 집중합니다. 이별로 상처 받은 사람들을 위해 써 볼까? 글 쓰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을 써 볼까? 돈 때문에 근심하는 사람, 부부 사이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 독서 초보자들, 자기계발 효과를 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어떤 상황이든 한 마디 말을 걸어볼 수는 있습니다. 위로는 전문가만 하는 게 아닙니다. 직접적인 위로는 섣부른 오지랖이 될 수도 있고요. 돕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위로와 격려를 받을 거라는 확신을 갖습니다.
조언을 해 줄 만한 아무런 경험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일까요? 지난 6년간 전국 수많은 이들과 글 쓰는 삶을 함께 해 본 결과,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상처와 아픔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사람 없고요. 성장과 극복의 경험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요.
강의 시간에 자주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글을 글처럼 쓰려고 애쓰지 마라! 질문을 던지면 '상당한 분량'의 답변이 돌아옵니다. 다들 말씀 잘 하십니다. 그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들어 있다는 뜻이지요. 그럼에도 글을 쓰라고 하면 한숨부터 짓습니다. 왜일까요? 생각과 말과 삶과는 달리 동떨어진 글을 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와 글짓기는 다릅니다.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쓰고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덧붙이면 참한 글이 됩니다. 전문 용어로 바꿔 쓰면 '사실+견해'로 정리할 수 있겠지요. 이것이 전부입니다. 세상 모든 글은 팩트와 생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경험했는지 구체적으로 적고, 그에 따른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느낌과 주장과 의견을 덧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이론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쉽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최고입니다. 오늘, 딱 한 사람만 도와주세요. A4용지 1.5매 분량에다가 그 사람한테 도움될 만한 이야기 한 번만 들려주면 됩니다. 저는 지금, '글 쓰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한 편의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잘 쓰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힘들고 어렵습니다. 돕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쓰는 내내 행복하고 흐뭇하고 즐겁습니다. 사람은 타인을 도울 때 가장 큰 가치를 품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글쓰기의 기쁨입니다.
글쓰기의 기쁨에 빠지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의미 가득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주제와 소재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관심 가져야 할 것은, '나의 글로 누구를 도울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