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기본에 충실하다는 느낌. 그래서 좋았다. 모든 글이 "에피소드+메시지" 형식을 철저히 갖추고 있다. 에세이를 쓰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 글 잘 쓰는 작가로 상도 받고 평가도 후하게 받는데, 그 가운데 "기본"이라는 두 글자가 콱 박혀 있으니 더 없는 본보기다.
또 있다. "A시점에서 출발-B시점 회상-다시 A시점으로의 복귀"라는 일관성 있는 형태도 지킨다. 글이 술술 잘 읽히고, 재미 있고, 감동적이고, 공감된다는 많은 독자들의 평가. 이것은 문장력이라기보다는 오롯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라 보는 것이 마땅할 터다.
아울러, 모든 글이 '사람'에 관한 내용이란 점도 인상적이다. 작가는 앞을 보지 못한다. 그럼에도 다른 어떤 글보다 사람 이야기를 생생하게 날 것 그대로 적어내고 있다. '보다'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나는 무엇을 보며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누구보다 빨리 체념한다. 그것이야말로 불행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빠른 길이다."
나는 불행했다. 끝까지 내려놓지 못해서이다. 더 가지려 했고, 양보하지 않았고, 체념하지 않았다. 내 것인데 왜 포기해야 하는가! 불행의 씨앗을 정당하게 여기는 습성이 내 삶의 소중한 6년을 잃게 만들었다.
"진정한 복수는 모욕을 주는 것도 용서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를 동정하는 것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내 삶을 지켜내는 것. 늘 바른 길로 가는 태도. 성장하고 성숙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자세. 결국 내 인생 바르게 사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는 말이다. 조승리 작가는 자기 삶을 최선을 다해 꾸려 나간다. 이미 복수란 복수는 모조리 다 한 셈이 아닐까.
"나는 그동안 실패가 두려워 장애를 핑계삼아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왔다. 잃어버린 것만 생각했다."
그 생각의 깊이와 정도가 너무 깊고 높아서 책 읽는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숱한 핑계와 변명으로 중도 포기와 절망, 얼마나 자주 많이 했었는가. 장애를 안고서도 자기 삶에 대한 애착과 인생 공부를 이토록 철저히 해 나가는 작가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일요일 밤 8시부터 두 시간 동안 46명 작가님들과 제 71회 자이언트 독서모임 "천무" 진행했다. 조승리 작가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에세이를 선정하고 함께 읽고 토론했다.
눈물과 감동, 공감이 넘쳐나는 책이라는 점에 모두가 동의했다. 각자가 뽑은 한 줄 문장도 나누고, 왜 그 문장을 뽑았는가 의견도 듣는다. 소회의실로 이동하여 7~8명 함께 이야기 나눈다. 약 40분간의 토론을 통해 "한 권의 책으로 8명의 생각"을 짚어내는 시간이다.
독서는 다른 이의 삶과 생각을 간접 체험하는 도구이다. 읽는 동안 책 속 인물의 삶을 살고, 다 읽고 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이제 나는, 읽기 전의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이것이 독서다. 조승리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그녀의 삶으로 체험할 기회를 갖게 되어 영광이고 기쁘다.
마지막 꼭지의 제목이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지"이다. 큭 웃음이 나면서도, 작가의 의연하고 당당함에 멋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인생. 그럼에도 자기 삶을 결코 비극으로 간주하지 않는 작가.
인생 모든 순간을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으로 마주한다. 배우고 느끼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그러면서 작가는 하나씩 삶을 익혀간다. 마사지업을 하면서 만나는 고객들의 이야기를 통해 갖가지 모양새를 하고 살아가는 인생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보지 못하면서도 어떻게 이리 참한 글을 썼을까.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살아가는 나는 그에 비하면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는데, 나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알아차린 작가가 일갈한다. "남의 불행을 자신과 비교하며 안도를 찾는 이들을 나는 얼마나 경멸했는가."
"천무"를 통해 한 달에 두 권 독서를 권장한다. 술술 잘 따라오는 수강생도 있고, 헐떡이며 간신히 함께 하는 이도 있고, 중도 포기하고 들락날락하는 수강생도 없지 않다. 어떻게 하든 자기만의 속도로. 그렇지만 책을 읽으며 살아가겠다는 의지만큼은 놓지 않기를.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