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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빗장을 푸는 두 가지 말, "미안하다, 고맙다"

자존심과 열등감, 그리고 피해의식

by 글장이


감옥에서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을 보고 의아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툭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자기 상사에게 "죄송합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거였다.


죗값을 치르고 나온 나는 두 번 다시 '죄송할 일'을 하지 않으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세상 앞에 고개를 숙이는 일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모욕적인가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수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사과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일에 그저 인사치레로 "죄송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 것은 자신을 위축시키는 습성을 만든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존재'라는 사고방식을 뇌에 각인시키는 것이나 다름 없다.


방금 나는 아무 잘못도 없이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그러다, 그보다 더 크고 심각한 문제가 있다. 크든 작든 분명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사과를 하지 않은 채 뭉개고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홧김에 말을 잘못 했을 수도 있고,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피해를 주었을 수도 있고, 하다 못해 발을 밟을 수도 있다. 열차에서 의자를 뒤로 젖히다가 뒷사람에게 불편을 주었을 수도 있고, 가까운 사람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으며, 감정에 따라 본의 아니게 심한 말 던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분명한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거다. 아무 실수나 잘못 없는데도 스스로 위축되어 고개를 자주 숙이는 것도 잘못된 습성이지만,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아예 입밖으로 내지 않는 습성도 옳지 않은 인성이다.


사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존심이다. 열등감이다. 피해의식이다. 자기 입을 통해 "미안하다, 죄송하다, 잘못했다"라는 말을 하게 되면, 스스로 아주 작아지고 못난 사람인 걸 인정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두 가지다.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와 "그럴 수도 있지!"이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상대가 화를 내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당당하게 넘어간다. 상대가 화를 낼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라며 되려 화를 더 크게 낸다.


자존심 굽히고 싶지 않은 거다.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기를 꺾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들은 콕 집어 사과하라고 요구할수록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국회 청문회나 토론회 보면 이런 사람들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은 천지가 개벽해도 여간해선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과 자신의 정당이 머리를 숙이는 꼴 절대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감사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감사는 삶의 축복이자 동력이지만, 아무 일도 없을 때 감사하지 않는 것을 가지고 뭐라 할 필요까지는 없겠다. 그러나, 분명 도움을 받고 요청한 조언을 듣고 자신에게 배움과 깨달음이 되는 무언가를 얻었음에도 절대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 족속이 있다.


국밥집에 가서 돈 내고 한 끼 먹고 식당을 나설 때, "내가 내 돈 내고 밥 먹었는데 감사할 게 뭐 있어?"라는 식이다. 강의도 듣고 도움도 받고 아쉬울 때마다 상담도 받았으면서, 책 내고 나면 "뭐 내가 다 했지, 크게 도움 받은 건 없는데?"라며 입 싹 닦는 사람들. 지난 10년 동안 아주 징하게 보아 왔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의 특징 또한 사과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그것과 비슷하다. 이들도 자존심 무지 세다.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것이 자신의 실력이 아닌 상대로부터 도움 받았음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자기 잘나서 척척 해내는 걸로 세상에 알려야 하는데, 누군가로부터 도움 받았다는 사실을 알릴수록 자신이 밀린다고 느끼는 것이다.


자존심, 열등감,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 사과도 하지 않고 감사하지도 않는 인간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또 한 가지 있다. 매일 매 순간 사과할 일을 저지르고 감사할 일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야 하는 때도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감사할 일 없는데도 감사하지 않는 걸 가지고 뭐라 하는 것도 아니다. 언제 어떤 때에 사과를 해야 하는 건지 개념조차 없는 사람들. 도움을 받았을 땐 반드시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정작 본인들은 칼 같이 사과 받기를 바라고 감사 인사 받기를 바란다는 것도 웃지 못할 특성이다. 워낙 자존심 세고 열등감 쩔고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어서, 마치 자기 삶에 철조망을 둘러치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과연 제대로 행복한 성공을 이룰 수 있을까.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고맙다고 말하는 건 자기 실력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사과할 줄 아는 용기야말로 품격 있는 태도이며, 조금이라도 도움 받았을 때 감사하다고 인사 건넬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자존감이다.


사과한다고 하여 무슨 조선시대 노예 되는 것도 아니고,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하여 내 공로에 스크래치 생기는 것도 아니다. 입 꾹 다물고 끝까지 잘못한 게 없다고 우기는 사람이 오히려 수준 낮고 저질 품격을 가진 거다. 꼭 그렇게 굳이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하냐고 따지는 사람이야말로 남들로부터 싫은 소리 못 견디는 졸렬하고 치사한 인간인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하고 도움 받는다. 거의 매일,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누군가로부터 도움 받으면서 살아간다.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고, 고맙다고 인사 건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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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아무 일 없고 자기 잘난 맛에 세상 살아가는 것 같겠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음 빗장 잠겨 있기 때문에 결코 행복할 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 미안하다 말해야 하고 고맙다 전하면서 살아야 한다.


어렵고 불편하고 낯선 이들에게만 미안하고 감사한 게 아니다. 늘 마주하는 가까운 이들에게 더 미안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친하고 편한 사람이 막 대해도 되는 쉽고 만만한 사람이란 뜻은 아니다. 가까운 사람이라 하여 말을 막해도 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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