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내려놓기
지난 10년 동안 혼자서 [자이언트 북 컨설팅]을 운영해 왔습니다. 사업 규모가 커지고 수강생이 많아지면서 매일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몰리기 시작했지요. 무엇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모든 일을 혼자 힘으로 다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지금의 자이언트를 완성한 동시에 건강을 잃게 했습니다.
다른 사람 고용해서 일을 분산하고, 리더인 저는 가장 중요한 핵심 개발과 확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겨 놓으면 도무지 마음이 놓이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의 생각과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만히 내버려두면 알아서 잘 할 텐데, 그 잠시의 시간을 저는 기다리질 못했던 거지요. 일을 위임할 줄 모르는 성향이 저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모든 일을 저 혼자 힘으로, 그리고 완벽에 가깝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 어떻게든 이것을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저 자신을 향한 강박이 심하다 보니, 다른 사람을 보는 입장도 비슷했습니다. 누가 무슨 일을 하는 걸 보면, 도대체 왜 저리 엉성하고 불완전하게 처리하는가 답답했습니다. 할 거면 제대로 하고 말 거면 때려치우는 게 낫지 않은가. 혼자서 씩씩거리며 돌아서곤 했었지요.
사람은 이래야 하고, 일은 이렇게 해야 하며, 교육은 이렇게 해야 하고, 공부는 또 이렇게 해야 하며, 태도는 이러해야 한다....... 제가 살아온 환경과 교육 받은 정도와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무엇은 이러해야 한다"는 기준을 정했으나, 그것이 도를 넘어 강박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사업 실패 후 감옥에까지 다녀오는 바람에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더 심해진 듯합니다. 작은 실수나 잘못도 크게 확장 해석하여 스스로 괴롭히고, 똑같은 기준으로 타인을 지적하며 살았던 것이지요.
나에 대한 기준,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너그럽게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받을 자격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살아오는 동안 이런 저런 일 겪으면서 자꾸만 "무언가 제대로 이루어야만"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저 자신에 대한 사슬을 풀어 자유롭게 놓아주어야만 다른 사람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있습니다. '나는 이러해야 한다'는 강박이 '너도 이러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져 주변 모든 사람을 힘들게 했습니다.
"이은대 대표는 다른 건 몰라도 같이 일할 사람은 못 돼. 사람을 얼마나 들들 볶는지 숨도 못 쉬게 한다고!"
오프라인 시절, 친하게 지내던 수강생 두 명을 3개월 동안 수습으로 채용하여 같이 일해 본 적 있습니다. 지금도 자주 연락하는 사이지만, 그때는 하마터면 영원히 결별할 뻔했습니다.
작년 5월, 극심한 통증으로 무너진 이후로 새벽 4시 기상을 무너뜨리고 요즘은 5시에 일어납니다. 불과 한 시간 양보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이걸 결심할 때 저는 참말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10년간 지켜오던 저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던 새벽 4시 기상을 접어야 한다니. '나는 이러해야 한다'가 깨지는 순간이었죠.
그런데요. 새벽 4시 기상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만 같았지만, 지금 제 인생은 더 없이 좋습니다. 오히려 한 시간 더 자면서 건강도 좋아졌고 활력도 생겼습니다. 절대 안 된다는 저만의 기준이 오히려 건강을 해쳤고, 마음 너그럽게 사슬을 풀고 나니 모든 게 더 좋아졌다는 뜻입니다.
아주 조금씩 저에 대한 강박을 풀어가려 합니다. 아울러,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씩 넓고 크게 보려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
강박 심하던 사람이 그걸 내려놓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냥 조금 덜 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바꾸는 건 하늘이 무너지는 것이나 비슷하거든요. 하지만, 저와 타인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씩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상을 한 시간 늘였고요. 강의 리허설도 두 시간 꼬박 하던 걸 한 시간으로 줄였습니다. 책 읽다가 밑줄 그은 문장은 반드시 옮겨 적어야만 했던 강박도 내려놓아서 이제는 제 마음에 꼭 와 닿는 문장 서너 개만 초록합니다. 그 외에도 일상에서 '이건 꼭 이렇게 해야만 해!'라는 생각을 가급적 없애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 수강생들이 느끼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전화기에 대고 폭발하는 경우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경우 없고 기본 벗어나는 얘길 해도 최대한 목소리 톤 유지하면서 조근조근 설명하려 노력합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강생들의 사랑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저의 수행이란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뭐 어쨌든 이렇게 하나씩 저를 변화시켜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제법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나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가 알아차린 것은, 그 만큼 제가 저에게 관심 있었다는 사실이지요. 그냥 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저와 제 인생을 조금이라도 낫게 바꾸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하기도 합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옳다, 혹은 그러지 말고 그냥 되는 대로 살아도 된다, 이런 두 가지 생각도 일종의 강박이겠지요. 각자 나름의 삶에서 선택하면 됩니다. 다만,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반드시 무얼 해야 한다는 강박이라기보다는, 그런 관심과 태도가 삶의 무게를 줄여주기 때문이지요.
저는 과거 오직 돈에만 미쳐 저를 비롯한 주변 모든 사람에게 아예 관심을 두지 못한 채 살았습니다. 저 멀리 행복과 성공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당장 눈앞에 펼쳐진 행복은 전혀 보지 못했던 겁니다. 사업 실패하고 감옥 갔다 온 것조차 이제는 후회를 하지 않습니다만, 저를 팽개치고 살았던 시간들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픕니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도 자기 삶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태도라서 근본은 선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과정에서 나 자신을 너무 괴롭고 힘들게 하기 때문에 방향을 잘못 잡은 거라고 판단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행복과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이 순간 행복과 성공을 느끼는 것이지요. 지금 행복해야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고, 지금 성공해야 앞으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행복과 성공을 위해 지금 기꺼이 불행을 참아낸다? 이런 태도야말로 불행한 인생의 근원입니다. 그 옛날의 제가 딱 그랬습니다.
인생 목표가 행복이라면 지금 행복해야 하고요. 인생 목적이 돈이라면 지금 이 순간 풍요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원하고 바라고 꿈꾸는 모든 삶의 모습을 모조리 눈앞으로 끌고 와서 지금 당장 그 모든 걸 누리고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끌어당김 법칙의 핵심이기도 하지요.
셔츠 단추를 목 끝까지 잠그고 살았습니다. 이제는 숨통을 좀 트고 살고 싶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풀어 내리고. 호흡도 깊게 하면서. 꼭 그렇게 강박 안고 살지 않아도 된다고, 저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