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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나중에 쓸 거라고 한다

기회는 오직 지금뿐

by 글장이


고등학교 때 기타를 배우러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한 번씩 교실에 기타를 들고 와서 점심시간에 서너 곡 연주를 했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지 넋을 잃곤 했었다. 생긴 것도 별로였고 노래도 그닥 잘하지 못하던 그 친구는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 여고생들의 영웅이 되었다.


부러웠다. 나도 기타를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현실이 차마 기타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부모님한테 꺼낼 수 없게 만들었다. 일단 공부부터 하고. 일단 대학부터 들어가고. 그런 다음에는 시간이 충분할 테니 그 때 가서 기타를 배우자.


대학에 들어가서는 늘상 술만 퍼마셨다. 당구만 쳤다. 기타를 배우려고 했더라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었을 텐데. 고등학교 때는 공부한답시고 배우지 못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논다고 배우지 못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춤을 잘 추고 싶었다. 사람들 앞에서 끝내주게 몸을 흔들고, 매혹적으로 허리를 돌리며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는 사람들 보면서 홀딱 빠져들었다. 어디 학원엘 가든지, 아니면 춤 잘 추는 친구한테 좀 배우든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춤을 배우고 싶었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핑계로 미뤘고, 대학 가서는 논다고 바빴고, 사회생활 시작한 이후로는 뭐 정신이 하나도 없었으니 더 핑계와 변명만 늘어갈 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춤을 싫어하게 되었다. 춤 추는 사람들을 미워하기까지 했다. 나는 참말로 춤을 잘 추고 싶었는데도 배우지 못해 여전히 몸치로 사는데. 저들은 어찌 저리도 몸을 잘 흔드는가 싶어 질투와 시샘이 생겼던 거다. 요즘 같은 때는 '아파트'나 '고양이' 같은 춤이나 동작이 제일 싫다. 내가 춤을 증오하는 동안, 세월은 흘렀다.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해 보고 싶었다. 지금의 아내와도 당연히 사랑했으니 결혼한 거다. 하지만, 내가 꿈꾸는 사랑은 따로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뜨거운 사랑. 목숨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간절한 사랑. 오직 나만 바라보고, 오직 너만 바라보는 그런 사랑.


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짝사랑했다. 내 기억으로는 그것이 내 삶의 첫 번째 불꽃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더 뜨거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선생님은 결혼을 했고 나를 버렸다. 화가 치밀어서 이후로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다.


결혼 후, 언젠가 한 번 누군가를 사랑한 적 있다. 이 또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불가능한 사랑인 줄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한 번 만나지도 못했으면서, 그냥 멀리서 지켜만 보면서, 이런 저런 질투와 시샘만 하면서. 어느 날 그녀는 내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감옥에서 글을 썼다. 기타를 배우고 싶었다고. 춤을 배우고 싶었다고. 뜨거운 사랑을 한 번 해 보고 싶었다고. 그렇게 적고 난 후에 나 자신에게 말했다. 무엇이든 그냥 지금 하라고.


다 때가 있다는 말 나는 반대한다. 때고 나발이고 그런 거 없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무슨 일이든 지금 해야 한다. 나중에? 언젠가? 인생에 그런 건 없다. 그냥 지금 해야 한다.


감옥 안에 앉아서 내 삶을 돌아보았다. 사업 실패도, 채무관계도, 욕심 부린 것도, 모두 어느 정도는 후회가 되었지만 가슴을 후벼 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기타를 배우지 못하고 춤을 배우지 못하고 뜨거운 사랑을 해 보지 못한 것은 정말이지 심장을 도려내고 싶을 만큼 후회 막심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를 더 크게 하는 법이다.


즉시 실행하지 못하고 미루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게으른 사람일 수도 있고,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언젠가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들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란 사실. 악담이 아니라 내 경험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즉시 실행하라.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해 봤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경험은 그 자체로 자산이 된다.


삶은 한정되어 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세상을 떠난다. '나중에'라는 말 만큼 무책임한 말 없고, '언젠가'라는 말처럼 허망한 단어도 없다. 나는 기타를 배우지 못했고, 춤을 배우지 못했으며, 뜨거운 사랑 한 번 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시작하려 한다. 기타도 배우고 춤도 추고. 아쉽게도 뜨거운 사랑은 물 건너갔다.


글 쓰고 책 출간하려는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나는 수강생들의 열정과 꿈과 바람을 지켜볼 때마다 행복하고 흐뭇하다.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은 밝고 아름답다.


아쉬운 점 있다면, 그렇게 쓰는 삶을 갈망하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중에' 쓰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다음에 쓰려 하고, 언젠가 쓸 거라고 말한다. 제 3자인 내가 강요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자기 삶에 나중은 없다는 사실을 나중이 되어서야 알게 되다면 또 나처럼 후회하지 않겠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하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고백하라.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그냥, 지금, 즉시 하라! 이것이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다가 실패하면 어쩌냐고? 겁이 나서 시도조차 못 해 본 사람보다 백 배 낫다. 배우고 성장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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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군 입대 전에 운동 좀 해서 몸 만들라고 했다. 나중에 하겠다고 한다. 군에 가서 체력 달려서 식겁을 해 봐야 정신 차리겠지.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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