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른 삶으로 이동하는 순간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상태로 법정에 들어섰을 때, 수많은 참관인들이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순간의 모멸과 수치, 그리고 상처는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살면서 그토록 창피하고 도망치고 싶은 심정 느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모든 피고인은 재판을 세 번 받게 되어 있습니다. 첫 재판에서 구속되어도 혹시나 있을지로 모를 법 해석의 오류를 감안해서 두 번 더 재판을 진행하는 거지요.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 받을 때는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로 법원에 갑니다.
오랜 세월 지났지만, 저는 그 날 느꼈던 감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출소할 때도, 그리고 이후로 매 순간마다 다짐했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모욕을 느끼지 않겠다!
판사나 검사와 싸운다고 해서 제 상처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참관인들을 향해 쳐다보지 말라고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저의 상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다고 해서 그 상처가 아무는 것도 아닙니다.
상처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저 스스로 더 크게 성장하는 것뿐입니다. 오랜만에 저를 만난 누군가가 입을 쩍 벌리며 "당신이 그때 그 이은대 맞습니까?"라고 물을 정도로, 전혀 다른 삶을 만드는 것이지요.
10년도 더 지난 그 시절의 상처. 아직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아물긴 했습니다. 제 인생은 그때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이 악물고 치열하게 노력해서 전혀 다른 삶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상처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낸 상처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타인이나 세상으로부터 받은 아픔의 흔적입니다. 상처 받았을 때 반응은 여러 가지입니다. 대놓고 멱살 잡고 싸우거나, 모른 척 피하거나, 혼자 끙끙 앓으며 마음고생하거나, 무시하려고 애쓰거나.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상처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자기 삶을 차원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지 않는 한,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쓰라릴 수밖에 없지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상태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약간의 흔적은 남겠지만, 그 시절을 돌이키면서 씨익 웃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도약하는 것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처 받은 사람이 자신의 상처가 크고 아프다는 사실을 아무리 떠벌리고 다녀도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 없습니다. 사람은 원래 다른 사람 상처에 관심 없고, 설령 관심 있는 척하더라도 그게 진심이 아닌 경우 훨씬 많습니다. 남이 내 상처 알아주길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치유하고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강의 시간에 자주 강조합니다. 한 계단 올라서라고 말이죠. 어린 아이가 얼굴 시뻘게져서 울고 불며 억울함을 토로해도 웬만한 어른들은 웃으며 달래고 맙니다. 왜 그 아이의 상처를 대단하게 보지 않는 걸까요? 이미 우리는 어른이 되었고 그 만큼 생각의 깊이도 커져서 어린 아이의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신적 성숙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 계단 성장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누가 저를 보면서 전과자, 파산자 라고 부르면 불끈 화가 치솟았는데요. 지금은 언제 어디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과거 제 상처를 들춰낼 수 없습니다.
저는 이미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고, 제가 만들어낸 지금의 이 삶이 저를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인간들의 그것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모래성을 쌓은 사람이 진짜 성을 가진 사람에게 아무리 소리 질러 봐야 진짜 성주가 꼼짝할 일 없겠지요.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고. 화가 나고 질투와 시샘이 부글부글 끓고. 조롱과 멸시로 받은 상처가 심장을 뚫고 나오고. 이런 모든 아픔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들과 맞붙어 똑같은 인간 되어 봐야 치유에 아무런 도움 되지 않습니다. 공부하고 노력하여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승리라 할 수 있겠지요.
공부와 노력을 통해 새로운 삶을 만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 걸리지 않느냐고 묻는 사라도 있었는데요. 그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차원이 다른 삶으로 옮겨 가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순간부터 상처는 아물기 시작한다고요.
인간의 뇌는 어떤 결심을 하는 순간부터 전혀 다른 물질로 변화한다고 합니다. 변화의 시작은 결심이라는 말이지요. 공부와 노력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상처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닌 겁니다.
세상에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재미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족속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말과 글과 행동으로 누군가 고통스러워할수록 만족감 느끼는 거지요. 형편없는 인간들이며 상대할 가치조차 없습니다. 이들은 허구한 날 남의 흉이나 보고 험담하고 깎아내리기 바쁩니다.
그런 낮은 수준의 인간들 때문에 상처 받고 괴로워한다면, 내 인생이 너무 초라하고 불쌍하지 않겠습니까. 황금 멘탈을 장착해야 합니다. 지켜 봐라! 내가 너희들 머리 꼭대기에 오르고 말 것이다! 이런 패기와 열정으로 자기 삶을 멋지게 만들어내는 것만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인생을 바꾸고 나면 이전에 내게 상처 주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나질 않는다는 겁니다. 원래는 복수하고 싶어서 공부하고 노력한 것인데, 삶의 차원이 달라지고 나니까 오히려 저를 막 대했던 그들이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최고의 복수는 동정이라 했던가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서로 힘이 되고 의지가 되어 주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처와 아픔을 주는 사람 늘 존재하기 마련이지요.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 받으며 괴로워하지 말고, 한 계단 올라서세요. 공부와 노력 통해 내 삶을 근사하게 바꾸는 것만이 상처를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