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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요한 사람인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by 글장이


무슨 말이든 잘 들어주는 친구가 있었다. 속상하고 화 날 때 그 친구랑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 새 마음이 진정되곤 했었다. 그 친구가 딱히 무슨 비법이나 해결책을 제시한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이며 필요할 때마다 맞장구를 쳐 준 것뿐이다.


글 쓰고 강의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지 햇수로 10년째다. 당연히 글쓰기/책쓰기에 관한 상담을 주로 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사람들은 내게 인생에 관해 물었고 사업에 관한 의논을 했으며 일상에 대한 질문을 퍼부었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나 나름대로 해결 방법을 제시하거나 조언을 건넸지만, 그들은 내가 하는 말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나한테 물어 놓고 대답을 하면 그냥 자기 멋대로 하는 거였다. 그럴 거면 나한테 묻지를 말든가.


시간이 한참이나 흐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내게 어떤 답을 원한 게 아니었단 사실을. 그들은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를, 그래도 글쓰기 선생이라 믿고 말한 거다.


귀담아 들어주기만 하면 될 일을, 괜히 조언이랍시고 '나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제시했으니 그들의 귀에 들어갔을 리 없다. 내 친구가 그랬듯이, 그냥 차분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 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상담이 되었을 일인데.


그래도 요즘은 좀 낫다. 수강생이 전화로 어떤 상담을 해도 일단 가만히 듣고 있는다. 물론, 아직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과 통화하다 보면 욱하고 성질이 튀어나오곤 하지만, 계속 노력하다 보면 이 또한 잘 추스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들어 줄 존재가 필요하다. 아무런 딴지도 걸지 않고, 오지랖도 떨지 않으며, "그건 아니야!"라고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 그저 고요하고 차분하게 자기 말을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그런 존재가 곁에 있어야 한다.


누군가 내 말을 잘 들어주면, '나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사람이 최고의 자부심과 자존감을 갖게 되는 때는 존재 가치를 느끼는 순간이다. 속상하고 화 나고 억울하고 분한데, 누군가로부터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이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동의를 얻었을 때. 이럴 때 사람은 안심을 하고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어렸을 적부터 "그건 아니야!"라는 부정을 많이 접하면서 살아왔다. 내가 하는 생각, 나의 말, 나의 행동, 나의 감정 등 이 모든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상처 입고 괴로워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나는 글쓰기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이자 안녕이며 희열의 끝이라고 확신한다. 글을 쓰는 이유는 독자를 위함이다. 허나, 글 쓰는 동안에는 '백지'라는 존재가 나의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고스란히 들어 준다. 쓰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이미 충분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획득하고, 그런 상태에서 쓰는 글은 독자에게 신뢰와 긍정을 전하게 된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을 때, 가만히 앉아 글을 쓰다 보면 흰 종이가 나를 감싸안는다. "그래, 그래, 충분히 그럴 만하다. 나 같았어도 화가 났겠다.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그래서 초보 작가 중에는 글을 쓰다가 눈물을 쏟아내는 경우 허다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만히 안아주면 그보다 더한 위로와 치유가 또 어디 있겠는가.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그런 사랑의 존재를 만나기도 힘들 뿐더러, 실제로 그런 존재 있다 하더라도 내가 아플 때에 맞춰 딱 곁에 있어 주리란 보장도 없다.


종이와 글은 다르다. 한밤중이고 새벽이고간에 내가 아프고 힘들 때마다 얼마든지 마주할 수 있다. 종이와 글은 잠도 없고, 그들은 피곤하지도 않으며, 그들은 내 감정에 반론을 제기하지도 않고, 그들은 나를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나는 백지를 상대로 나의 이야기를 마음껏 드러내고 표현한다. 덜 아프고, 덜 힘들며, 상처가 오래 가지도 않는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한 가지 있다. 감정이든 상황이든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마구 쏟아낸다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항상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독자를 위해 메시지를 장착해야 한다는 점이다.


'쏟아내기'만으로도 효과는 있으나, 차원이 다른 글쓰기를 통해 성찰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의 이야기로 타인을 돕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어떻게 남을 돕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시련과 고통의 한가운데에서조차 타인에게 도움 되는 메시지 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치유와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책을 출간한 수많은 작가들은 자신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존재들이 아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여전히 힘들고 아프고 괴로운 일상 보내고 있다. 다만, 그들은 그럼에도 다른 사람 돕겠다는 열정을 품고 살아가는 덕분에 위대한 존재로서 인정도 받고 성공도 하는 거란 사실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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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이다. 삶의 무게에 지쳐 이 진실을 자꾸 잊어버리는 경우 많다. 기억을 되찾고 진실을 밝히고 가슴에 품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백지라도 좋고, 사람이라면 더 좋겠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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