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망치지 마세요
순환계와 림프종에 이상이 생겨 만성 염증을 앓고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과 몸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이지요. 가볍고 따가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보기에도 흉해서 강사인 제게는 최악인 질병입니다. 과거에 겪었던 고난과 역경에 비하면 이까짓 염증 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견뎠습니다. 그럼에도,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볼 때마다 여간 스트레스 받는 게 아니었습니다.
환경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감옥과 막노동 현장. 어렸을 적부터 피부가 약했던 저는, 지저분하고 오염된 곳에서 몇 년을 보내는 동안 급속도로 상태가 나빠진 것이죠. 글을 쓸 때도, 잠을 잘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저도 모르게 염증 부위를 긁거나 문지르고 있습니다. 세수 한 번 시원하게 못하니까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불면증을 앓았던 적 있습니다. 아! 그 고통,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밤에 잠이 오지 않는 증상이지요.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게 뭐 그리 문제냐고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지쳐 곧 쓰러질 것 같은데도 잠을 잘 수가 없으니 불면증만큼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병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글도 쓰고 책도 읽었습니다. 어차피 잠도 못 잘 것인데 괜히 누워서 뒤척이지 말고 차라리 나한테 도움되는 일을 하자, 뭐 그런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그것도 하루이틀입니다.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고 살은 점점 빠지고 몸은 녹초가 되어 말라 비틀어진 시금치처럼 늘어졌습니다.
돈이 없었던 시절에도 괴로웠습니다. 신체 질병 못지않게 정신적 고통을 앓았지요. 요즘 같은 세상에 하루 세 끼 밥값을 고민해야 하다니, 제 자신 비참하고 어이가 없어서 매일 한숨만 쉬었습니다.
막노동이라도 하면서 가족 챙겨야겠다 생각하고 온몸으로 부딪쳤습니다. 그래! 이렇게라도 살아내면 되는 것이야! 몇 번이고 각오를 다졌지만, 수시로 마주하는 지독한 현실 앞에서 저는 수도 없이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지나면서 제게는 습관 하나가 생겼습니다. 인생을 망치는 독약 같은 습관입니다. 제가 지금처럼 살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독약 같은 습관을 뿌리째 뽑아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인생을 최악으로 만드는 독약 같은 습관, 그것은 바로 '걱정하는 습관'입니다.
악성 염증보다 더 지독했던 질병은 "염증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불면증보다 더 해로운 증상은 "불면증에 대한 걱정"이었고요. 가난보다 더 비참한 현실은 "가난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염증도 제 모습의 일부라는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일 년에 두 달쯤, 얼굴이 제법 깨끗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면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 지 말도 못합니다. 나머지 열 달은 그러려니 하고 살아갑니다. 수강생들이 제 얼굴보다 강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와 공부와 노력을 하게 되었고요. 편안합니다. 행복합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밤 공기 마시며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평소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펼치기도 합니다. 대신, 일과 중에라도 졸음이 올 때가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침대에 벌렁 누워 달콤한 잠에 빠집니다. '억지로' 하지 않고 '흘러가는대로' 제 자신을 맡기는 것이죠. 잠 부족하다는 이유로 뭔가 소홀히 하거나 내 자신을 변명하는 일 따위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돈이 부족할 때는 돈을 벌 궁리를 합니다. 돈이 없으니 어떻게 하나 이런 생각은 현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당장 큰 돈을 마련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야 어쩔 도리가 없겠지만, 평소 가난한 일상에 있어서만큼은 '걱정'만큼 쓸데없는 소모가 또 없습니다. 두 가지 멘탈이 필요합니다. 없으면 없는대로 속 편하게 살자! 두 배로 벌기 위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자! 몸을 움직이는 동안 걱정은 사라졌고, 시간이 흐르고 나니 경제적 상황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걱정만 하고 있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저는 돈 걱정만 하면서 살고 있을 테지요.
걱정은 독약 같은 습관입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첫째, 자신이 걱정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걱정 좀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도, 정작 자신은 걱정할 만 하니까 걱정한다며 정당화합니다. 걱정이 치명적인 두 번째 이유는, 난 왜 이리 걱정이 많은 걸까 하며 걱정에 대한 걱정을 또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거나 따뜻한 차를 마십니다. 아프니까 치료를 하는 것이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배가 아프면 화장실에 갑니다. 손끝에 가시가 박히면 뽑아냅니다. 눈에 티끌이 들어가면 비벼서 빼냅니다. 코가 간지러우면 손으로 긁습니다. 어떤 증상이 생기면 그것을 치료하고 해결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당연한 본성이지요.
걱정하는 습관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당장 고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데요. 사실, 걱정하는 습관은 꽤 오랫동안 스며든 것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거든요. 걱정하는 습관이 말 그대로 일상이 되어버렸다면, 그 동안 해 왔던 일상적인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하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특단의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첫째, 자신이 걱정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인생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둘째, 걱정의 원인이 세상이나 환경 또는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이라는 사실 또한 인정해야 합니다.
셋째, 계속 걱정하며 엉망으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지금 당장 걱정하는 습관을 뿌리뽑아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것인가 결단해야 합니다.
넷째, 좋은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아니면 걱정을 하고 있는 지 수시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과 기분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다섯째, 미친 사람처럼 감사해야 합니다. 길 가다 자빠져도 감사하고, 똥 밟아도 감사하고, 길이 막혀도 감사하고, 감빵에 가도 감사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니까요. 걱정하는 습관을 뿌리뽑는 데에 감사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걱정이란 걸 하지 않을 수야 있겠습니까. 하지만, 걱정하느라 소중한 인생 놓친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인생도 없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