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리고 지금
6년간 여섯 권의 개인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494호 작가를 배출했고요. 일기, 블로그 포스팅, 독서 노트를 비롯해 습작까지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고민이나 번뇌를 하면서 쓴 적 없습니다. 뚝딱뚝딱 씁니다. 잘 쓰는지 못 쓰는지 따지고 평가하고 분석하는 일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사람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쓴 제가 많은 성과를 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거겠지요.
잘 쓰고 싶다, 책 내고 싶다 말하는 사람 많습니다.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습니다. 헌데, 쓰는 과정 자체만을 놓고 보면 힘들다 괴롭다 하는 사람 또한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쓰고는 싶은데 쉽지 않으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글을 쓰는 데 있어 지름길이나 묘법이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글쓰기는 글쓰기로부터만 배울 수 있다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이야말로 명언이라 하겠지요. 그럼에도 10년간 매일 글을 쓴 제 경험을 돌이켜보니, 이렇게 하면 조금은 수월하게 쓸 수 있겠구나 하는 방법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저의 결과물을 언급해 보겠습니다. 여섯 권의 저서를 출간했고 494호 작가를 배출했으며 일기와 블로그 포스팅을 비롯해 습작까지 매일 글을 쓰고 있다 했지요. 만약,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이러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난 반드시 여섯 권의 책을 쓰고야 말 것이다!
난 반드시 500호 작가를 만들어내고야 말겠다!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겠다!
숨이 막혀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강박에 사로잡혀 정신 질환을 앓았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성과를 내기는커녕, 중도에 포기하고 여전히 막노동 현장에서 벽돌을 나르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여섯 권의 책을 쓸 수는 없습니다.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이지요. 한 권의 책을 쓸 수는 없습니다. 오늘, 한 편의 글을 쓸 뿐입니다.
500호 작가를 배출할 수는 없습니다. 한 번에 한 사람씩 작가가 되는 것이지요. 한 사람의 작가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로 하여금 오늘 한 편의 글을 쓰게 만들 뿐입니다.
10년간 매일 글을 쓴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쓴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요. 우리는 그저, 오늘, 한 편의 글을 쓸 뿐입니다.
꿈과 목표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의 꿈과 목표는 소중히 여기면서도 오늘과 지금은 허투루 여기며 살아갑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오늘과 지금을 대충 살아가는 태도에 더하여 과거와 미래에 사로잡히는 습관까지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오직 "지금부터 5분간" 뿐입니다. 지금부터 5분간 무엇을 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꿈과 목표가 이루어질 것인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멀티태스킹 불가합니다. 일을 한꺼번에 할 수도 없습니다. 시간을 뛰어넘어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인간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뿐입니다.
저는 책을 쓴 적도 없고 500호 작가를 배출한 적도 없습니다. 오늘, 지금, 한 편의 글을 쓴 것이 전부입니다.
글을 쓸 때마다 생각합니다. '지금 쓰는 한 편의 글에만 집중한다. 어제까지 쓴 글도 잊어버리고, 내일부터 써야 할 글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 없다. 난, 오늘, 지금, 쓰고 있는 글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만이 내게 중요하다.' 전부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보다 오늘과 지금만 생각할 때, 한결 수월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강의 시간에 글 쓰는 모습을 시연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수강생과 대화를 나누고 즉석에서 주제를 잡아 한 편의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이죠. 잘 써야 한다는 생각 1도 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해당 수강생 입장에 빙의가 되어 그 순간 쓰는 글에만 몰입합니다. 어제와 나중을 생각지 않는, 무모할 정도로 지금에 집중하는 습관이 '실시간 글쓰기 시연'이라는 전무후무한 쇼를 만들어낸 겁니다.
책 한 권을 통째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세계적인 거장도 단어 하나 문장 하나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한 편의 글이 모이고 쌓이면 한 권의 책이 되는 것이죠. 오늘, 지금 쓰는 글에만 집중합니다.
이러한 쓰기의 습관은 살아가는 데에도 적용됩니다. 과거를 돌이켜 후회하는 시간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기보다, 주어진 오늘과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는 겁니다.
오늘, 한 편의 글을 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