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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모는 완벽하지 않다

마음을 편안하게, 스트레스 없이

by 글장이


필요할 때마다 엄마를 불러댔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엄마 곁에서 잠들었다. 엄마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종일 집에 없었다. 가끔 외할머니가 와서 나를 봐주셨다. 혼자 있을 때도 많았다. 동네 친구들과 해질녘까지 놀다 보면, 저 멀리 골목 끝에서 퇴근하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엄마는 어머니가 되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나는 어머니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뭔가 필요할 때는 늘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는 모든 걸 알고 계셨고, 어머니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어머니는 내가 필요한 모든 걸 제공해 주셨다.


아버지도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보다는 그래도 거리가 좀 있긴 했으나, 아버지 역시 내가 도움 필요할 때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위해 무엇이든 해 주셨다. 아버지는 흔들리지 않는 산이었다.


어머니에게 소리 지른 적 많다. 아버지에게 불만 가진 적도 많다. 어렸을 적 내가 알던 "모든 게 완벽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라졌다. 어설프고, 부족하고, 모자라고, 잘 모르는. 완벽한 줄 알았던 두 분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란 걸, 나는 내 아들을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아들에게 완벽한 아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나는 실수했고, 실패했고, 부족했고, 모자랐다. 나는 지금도 아들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어설프고, 잘 모르고, 완벽하지 않은 아빠일 뿐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최고인 이유는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부모이기 때문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최고인 이유는 자식이 뭘 잘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자식이기 때문이다. 이유와 조건을 걷어치우고 있는 그대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마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부족하고 모자란 아버지와 어머니가 완벽하게 보이는 거다.


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 그런데, 밉기도 하다. 나는 어머니를 사랑한다. 그러나, 못마땅한 구석도 많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에. 나는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를 세상 최고로 꼽는다.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최선을 다한다. 자식 눈에 덜 차고, 자식 눈에 부족하고 모자라겠지만, 부모는 어떤 기준에 맞춰 최고 또는 최악이 되는 게 아니다. 미울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고 못마땅한 구석도 있지만,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부모'라는 이름 자체만으로 최고여야 한다.


어린 시절 완벽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가 클수록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실망도 하고 속도 상한다. 그러나 다시, 내가 부모가 되면서 완벽하지 않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완벽해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 이미 훌쩍 나이 들어버린 두 분 앞에서 그 죄를 다 씻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가 저지른 모든 실수와 실패와 잘못을 용서하고 이해하고 심지어 도움까지 주셨다. 그런데 나는 두 분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은, 열지 못하는 자가 가장 아프고 힘들다는 사실을 실제로 느꼈던 거다.


이제, 내가 좀 편안해지려고 한다. 내 마음을 내려놓아야, 내 분노와 증오를 내려놓아야, 내 삶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나는, 결국 나 자신을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를 품으려 하는 것. 부모를 부모로써 진정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어야 하는데, 내 마음의 평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음의 자물쇠를 푸는 거라서 석연찮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이제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식으로서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간다. 부모 자식간에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서로 오해할 수도 있고, 뜻이 맞지 않아 갈등 일어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보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로서 '그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다.


최근 몇 달간 속이 시끄러웠다. 사람도, 사랑도, 인생도. 또 한 가지 깨달았다. 무슨 일이든 내려놓아야 비로소 내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걸. 악착같이 이루고자 했을 때는 성과도 없이 힘만 들더니, 다 내려놓고 나니까 하나씩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아직 마음은 청춘인데, 나도 어느덧 나이 오십 넘었으니 자꾸만 여기저기 삐그덕거린다. 나이 인정 못하고 펄쩍거리면 몸도 마음도 문제 생기게 마련이다. 세월 흘러가는 것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이 들어 더 멋지다는 말 듣는 기쁨도 누릴 만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가족 때문에 속상한 일 생겨도 이젠 그러려니 하고 마음 편히 갖기로 했다. 마음 편안하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물 흘러가는 대로. 참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악을 쓰고 기를 세워 봤자 결국 나만 힘들다는 걸. 이제는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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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악의를 가지고 문제를 일으키는 '나쁜' 사람 아닌 이상, 모두 나와 비슷한 인생임을 이해하고 품기로. 또 한 번 용기를 내어 본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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