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하는 힘
사랑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산다 하여 끝이 아닙니다. 인생의 끝은 어디일까요? 목표를 달성하고 꿈을 이루는 순간일까요? 아니면, 생이 다해 눈 감는 순간일까요? 삶의 마지막이 죽음이라면, 그렇게 단순하게 말해버리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끝'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사실 끝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끝을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니니까요. 중요한 건 언제나 과정입니다. 저 끝에 가서 행복한 게 아니라,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이 행복해야 합니다. 저 멀리 어느 성공을 향해 노력하지만, 노력하는 매 순간이 의미 있어야 합니다.
'끝'을 향해 전력질주하던 저는 중도에 넘어지고 쓰러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뻔했습니다.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던 매일이 불행했던 탓에 발은 헛디딘 때문이지요. 인생이 과정이란 사실을 진즉에 알았더라면 그런 바보 같은 짓은 저지르지 않았을 겁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덕분에 소중한 가치를 배웠으니까요.
글쓰기의 끝은 어디일까요? 책 한 권 쓰면 끝일까요? 아니면, 책 몇 권 더 쓰면 끝나는 걸까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배우고 깨닫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 그게 고작 책 몇 권 분량밖에 되지 않는 걸까요.
글쓰기도 과정입니다. 인생과 똑같습니다. 책을 출간하든 뭘 하든 매일 쓰는 거지요. 쓰는 과정에서 기쁨과 보람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좋아서 매일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분량이 많아져서 책도 내고, 또 계속해서 글 쓰면서 자신과 세상과 인생을 알아가는 겁니다.
프로필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죽기살기로 다이어트 해놓고선, 촬영 끝나고 나면 폭식에 생활 리듬 다 깨져 원래보다 더 뚱뚱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경우 허다하게 봤습니다. 책 한 권 출간한 후 글이라고는 한 줄도 쓰지 않아서 '책 출간한 글 못 쓰는 작가'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흔하게 보았고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그 일을 평생토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겁니다. 평생 몸매 관리? 평생 글쓰기?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차라리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그러나 이걸 알아야 합니다. 어떤 목적을 갖고 단기적 활동으로 반짝 성과만 내려고 하는 사람과 그것을 삶의 일부로 만들어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 누가 더 제대로 실력 갖추고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줄지 자명한 사실이겠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잠시 몸을 담았다가 원래의 자기 삶으로 돌아가는 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자기 삶의 일부로 만들면서 매일 꾸준히 지속하는 일도 한두 가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 아니면 취미. 양극단의 설정 말고, 일이면서 동시에 취미이기도 한 그런 무언가를 일상에 장착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성을 강조하려는 겁니다. 요즘은 무슨 일이든 빨리 성과 내고 끝을 보고 떠나려는 사람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 쓰는 삶을 함께 하고 싶어서 [자이언트 북 컨설팅]을 운영하고 있는데, 책 몇 권 쓰고 나면 더 배울 것도 없고 공부할 것도 없다는 듯 훌쩍 떠나버리는 사람 많거든요.
떠나는 사람들 때문에 제가 무슨 손해를 본다거나 아쉬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함께 했던 시간들이 퇴색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어쨌든 자기 갈 길 가겠다 하니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런데요. 그렇게 떠난 사람들 소식을 종종 들어 보면, 어딜 가서도 정착하지 못한 채 마치 떠돌이처럼 여기 저기 기웃거리고 다닌다 하거든요. 하다가 중도에 말았으니 글쓰기 실력도 원점으로 돌아갔을 테고, 다른 일도 싹 다 하다 말았으니 무엇 하나 제대로 실력 갖춘 게 없을 겁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순식간에 달라지는 세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직하게 한 우물 파는 습성 꼭 갖춰야 합니다. 여기 찔끔 저기 찔끔 돈은 돈 대로 다 쓰고 세월 다 보내고 실력은 그대로이고. 자기계발 분야에 몸 담은 사람이라면 시간 흐를수록 더 탄탄해지고 뭔가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이런 거 좀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이게 내 삶의 일부다 여기고 꾸준하게 지속하는 힘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정도 실력 갖춘 후에는 일주일에 한 번 해도 좋고, 한 달에 한 번 해도 별 문제 없겠지요. 뭐라도 하나 배웠으면 실력 갖추고 유지하는 게 노력과 시간 아깝지 않은 태도 아니겠습니까.
젊은 친구들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단연코 끈기와 인내와 지속성 따위를 강조할 겁니다. 지금은 다시 한 우물에 집중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너무 빨리 그만두고, 너무 쉽게 포기하고, 다른 사람 말에 너무 자주 휘둘리는 세상입니다. 중심 잡고 지속하면 무조건 성취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싫증 빨리 내고 집중 잘 못하는 아이. 부모 입장에서 보면 안쓰럽고 답답할 테지요.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뭐 좀 해 보다가 돈 안 된다 싶으면 얼른 다른 곳을 기웃거리는 습관. 일 년이 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뭐 한 건 많은 것 같은데 제대로 이룬 건 하나도 없는. 그런 세월만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이젠 달라져야 합니다.
목표를 정하는 건 중요합니다. 허나, 목표까지만 이르고 나면 다 때려치울 거란 생각은 위험합니다. 고3 때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대학에 입학한 직후부터 흥청망청 술 마시고 놀기만 하는 청춘이 얼마나 많습니까. 오직 대학 입학만이 목표였기 때문에 목표 달성 후에는 아무런 중심 잡지 못한 탓입니다.
만약 그 아이들이 공부란 게 단기 목표 달성이 아니라 평생 지속해야 할 삶의 일부란 걸 알았더라면 어땠을까요? 대학 입시 합격의 기쁨도 누렸겠지만, 이후로도 꾸준히 공부를 계속하고 훨씬 깊이 있는 존재로 거듭날 기회를 가졌을 겁니다.
정치인들 중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는 것이 '최종' 목표였던 사람 많았던 것 같습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걸 삶의 일부로 여기고 선거철에 보여주었던 지극한 정성을 정치 활동 내내 보여주었더라면 지금 우리나라 어떤 모습일까요? 모르긴 해도, 지금보다 훨씬 평화롭고 안정적인 나라가 되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무조건 목표만 달성하면 그만이라는 생각만 하면서 살면 '본전생각' 지울 수 없습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는데, 이 정도는 누려도 되겠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 내 멋대로 살아도 되겠지! 해 봤더니 별 것 없네!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서 목표 이후의 삶을 허투루 여기게 되는 것이지요.
목표보다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인생은 끝이 없고 글쓰기도 끝이 없습니다. 어느 정도 연습하고 훈련하고 노력해야 하는가. 그냥 계속 하는 거지요.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노력해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면, 그 실력을 평생 유지하는 것이 자기 노력에 대한 보답입니다.
잠시 쉬어 가는 거야 얼마든지 괜찮고, 오히려 권할 만하지요. 그러나, 어떤 결과를 냈다 하여 일시에 모든 걸 중단하고 도전하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은 그 시간과 노력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마땅찮은 행동이라 봅니다.
하루에 한 편씩 쓰던 사람이 힘들고 지쳐 하루 세 줄만 쓰는 날 있을 수 있습니다. 하루 한 줄만 써도 되고요. 그러다가 다시 한 편 쓰면 됩니다. 완전히 펜을 놓는, 다 때려치우는 일 결코 없어야겠습니다. 지속하는 힘이야말로 우리 삶을 견고하게 만드는 최고의 습관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