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사업에 실패했을 때, 처음엔 그게 실패인 줄도 몰랐습니다. 어리버리 대책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다가 결국 모든 걸 다 잃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망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요.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일 없을 겁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습관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파산했을 때, 사람이 가질 걸 모두 잃으면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든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지킬 게 있으면 약해집니다. 아무것도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싶으니까 배짱이 생기더군요. 돈을 비롯한 물질적 재산은 언제든 잃을 수도 있고 또 다시 벌어들일 수도 있다는 사실.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감옥이란 곳에서 저는 제가 별 것 아닌 존재란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대기업에 다니고, 돈도 많이 벌어 보았고, 떵떵거리며 살았던 시절. 감옥에서는 그런 거 아무 쓸모 없었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죄수복을 입고 수번을 달고 똑같은 수저에 그릇에 밥과 반찬 먹었습니다. 내가 특별할 것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후부터 마음이 편안해졌지요.
막노동판에서 일하면서, 처음부터 막장 인생이었던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전에는 식당 갔을 때 일꾼들 앉아 있으면 더럽다 지저분하다 생각하며 자리 피했습니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었고, 오히려 나보다 더 삶에 치열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이 모든 상처와 아픔의 결과물입니다. 과거 그 순간에는 힘들고 괴로워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그런 시간들을 견디고 이겨내면서 단단해졌고 배웠고 깨달을 수 있었던 거지요.
누구나 과거를 돌아보면 기쁘고 행복했던 일도 있고 슬프고 괴로웠던 일도 있습니다. 좋기만 했던 사람 없고, 나쁘기만 했던 사람도 없습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모든 "좋고, 나쁜" 경험들을 통해서 지금의 내가 완성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나쁜 경험이라 해서 무조건 아파하기만 할 건 아니란 말이지요.
남은 삶에서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 얼마든지 생길 수 있습니다. 고난과 역경은 끝도 없이 몰려올 겁니다. 두려워하며 피할 것도 아니고, 근심 걱정 쌓아두고 노심초사할 일도 아닙니다. 어떤 일이 닥치든, 그 일을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더 배우고 깨닫고 성장할 테니까요.
바라는 게 있고 원하는 바 있으면서도 실패나 좌절이 두렵고 무서워 망설이고 주저하는 사람 많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인생은 경험입니다. 그 외엔 아무것도 아닙니다. 두려워서 경험하지 않는다면 죽은 존재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거친 시련이 닥쳐온다 하더라도 그 일을 거쳐 새로운 '나'로 거듭난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딪쳐 봐야 합니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겠지요. 성공하면 성공한 대로 좋은 것이고, 실패하면 또 배우고 성장할 테니 좋은 일입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인생 온 천지 상처 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이 상처들 부끄러워 고개조차 들지 못했는데, 요즘은 내 상처의 크기와 수가 나를 증명하는 흔적들인 것 같아서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닙니다.
사람을 증명하는 것은 외모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닙니다. 마음입니다. 그가 어떤 마음을 가졌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네, 맞습니다. 경험으로 만들어집니다. 직접 경험을 통해서도 만들어지고, 독서와 같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도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모든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개인의 마음이 만들어지고 결정되는 것이죠. 어떤 경험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내가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떤 걸 깨닫는가 하는 겁니다.
상처의 흔적이 나를 증명한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세상과 인생에 당당히 맞설 힘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