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잘 내는 사람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 때가 있습니다. 온갖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몇 가지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 당했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좋은 뜻에서 시작한 일의 결과가 나쁜 의미로 해석 될 때,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못한 이유가 남의 탓으로 여겨질 때.
이런 이유 말고도 더 많겠지만, 어쨌든 저는 "화가 날 만한 정당한 사유"로 화를 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아무런 이유 없이 화 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똑같은 상황이라도 조금 덜 화 내는 사람 있을 수 있고 아주 폭발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며 아예 평온한 사람도 없지 않겠지요.
어쨌든 저는 화를 낼 만한 일이 생겼을 때 주로 화를 크게 내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 가지 일을 가지고 오래 화를 품지는 않고요. 며칠 지나면 또 풀고 그럽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습니다.
유튜브, 릴스, 틱톡 등 영상을 통해서 아주 심하게 화를 내며 다 뒤집어 엎을 것처럼 폭발하는 사람들 종종 보는데요. 그들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또 각자 자신이 정당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왜 저는 그들의 모습이 참 보기 싫고 못마땅한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화를 내고 그들도 화를 내며, 저나 그들이나 다 화를 낼 만한 정당한 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오히려 제가 더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래, 맞아, 저럴 땐 저렇게 화가 날 만도 하지. 그런데 전혀 마음이 가지 않는 겁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저는 화가 날 때마다 저 자신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저를 볼 때는 이유가 뭐가 됐든 '골보기 싫은' 감정만 느낀다는 겁니다. 화를 낼 만한 상황이 아무리 정당해도, 미친 듯이 화를 내는 건 아무에게도 공감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 저 혼자 백날 정당해 봐야 저만 몰지각한 사람 되는 거지요. 화든 뭐든 적당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제 안에는 화가 많습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 탓이겠지요. 사실은 모두 제 잘못이고, 제가 처신을 잘못한 결과로 인생 바닥을 경험한 것뿐인데. 저는 그 모든 실패와 좌절과 절망을 세상과 환경과 조건과 타인의 잘못으로 돌렸던 겁니다.
사람이 분통의 세월을 보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성질이 더러워진다 하더라고요. 지금은 삶이 좋아지고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는데도 여전히 제 안에는 "건드리기만 해 봐라! 다 죽고 끝난다!"와 같은 시한폭탄이 잠들어 있는 모양입니다.
이제 그 폭탄을 꺼내 보이지 않는 안전한 곳으로 치워버릴까 합니다. 더 이상 어떤 분노도 저 자신의 삶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울러, 저를 방어하기 위해 화를 품고 살아야 할 이유도 더 이상은 없습니다. 이제는 저를 좀 자유롭고 편안하게 해 주고 싶습니다.
화 내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감정 통제 부족, 자기 중심적 사고, 불안감과 스트레스, 과거의 경험, 자기 방어 기제 등등. 그 중에서도 저는 "높은 기대와 완벽주의"에 해당합니다. 저 자신에 대한 기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죠. 게다가, 무슨 일이든 완벽에 가깝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기대감부터 내려놓아야 하는데요. 사람이 기대라는 걸 하면 반드시 실망이란 것도 하게 마련입니다. <황금 멘탈을 만드는 60가지 열쇠>라는 책에서 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타인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긴 했으나, 앞으로도 어떤 기대를 품지 않는 연습과 훈련을 반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완벽주의도 해결해야 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완벽하지 않은데도 완벽하려고 노력하니까 괴롭고 답답한 겁니다. 저와 제 인생의 가치가 완벽해야만 빛나는 건 아닙니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잘못해도 여전히 존재 가치는 변함 없습니다. 이 사실을 거듭 되새기면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습관 길러야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제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이 비슷한 성향을 품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심한 세상이지요.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삶을 쉽게 엿볼 수 있으니, 아무래도 그들과 나를 비교하게 됨으로써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겁니다.
제가 화를 많이 내면서 살아 봤는데요. 일생에 도움이 안 됩니다. 화 크게 낸다 해서 누가 저를 무서워하는 것도 아니고요. 화 낸다고 해서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닙니다. 화는 그저 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고, 저를 아주 우스운 사람으로 만들 뿐입니다.
진정한 강함은 침묵에서 비롯된다 했습니다. 소리 지르고 화 내는 게 아니라 고요하게 무표정하게 입을 닫고 기다리면, 결국 세상과 인생은 알아서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화 낸다 해서 인생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분통 터트린다 하여 타인을 내 마음 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 있다면, 이번 기회에 화를 조절하고 평온한 마음 갖는 연습과 훈련을 해 보길 권합니다. 내 마음이 고요하면 세상도 평온해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