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좋아지고 삶이 좋아지길
한 달 전에 미리 강의자료를 만듭니다. 그러니까, 4월에 강의할 총 4주차 자료는 2월말까지 완성합니다. 이렇게 매달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만드는 자료를 가지고 평생 무료 재수강 제도를 운영합니다.
두 시간짜리 1회차분 강의 자료의 양은 파워포인트 약 90~110매 정도입니다. 정규수업, 문장수업, 각종 특강, 독서모임 천무 등 모두 합하면, 월 평균 파워포인트 약 1천매 남짓 자료를 만드는 셈입니다.
한 마디로, 사람 할 짓이 아닙니다. 라이팅 코치 양성과정 론칭하기도 훨씬 전에 남자 수강생 둘이서 저의 문하생이 되겠다고 작정하고 찾아온 적 있습니다. 하루 4시간 자고, 틈만 나면 자료 만들고, 수강생들 원고 검토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사흘간 지켜본 후 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냥 돌아갔습니다.
왜 이렇게 미친 사람처럼 일에만 몰두하며 사는 걸까요? 저는 과거 큰 실패 후 삶을 통째로 잃어버린 경험 있습니다. 아프고 힘들었지요.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두 번 다시 그런 삶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글쓰기와 독서와 강의는 그런 제 삶을 다시 일으켜준 보물입니다. 독자들과 수강생들에게 제가 얻은 가치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사명이자 책임이 된 거지요. 물리적으로 일의 양이 많긴 하지만, 실제로 저보다 훨씬 열심히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 얼마든지 많습니다.
일에 중독된 사람처럼 사는 것이 좋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적어도 자신이 하는 일에 어떤 철학이나 가치관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똑같이 글 한 편을 써도, 저는 이 글로 독자들의 삶이 좋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강박을 안고 쓰거든요.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집중하고 몰입하고 이것 저것 찾아 보고 정성 쏟으니까 겨우 이 정도라도 쓰는 겁니다.
저는 원래 머리가 나쁩니다. 우리 작가님들은 저보다 훨씬 빨리, 더 근사하게 글을 쓸 테지요. 그 길에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 되고 싶어서 매번 혼을 담아 자료를 만들고 수술 직후에도 정해진 시간에 변함없이 강의를 하는 겁니다.
토요일 아침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64명 예비 작가님들과 "온라인 책쓰기 수업 168기, 2주차" 함께 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자료를 만들기 때문에 저는 제 강의 자료와 내용에 상당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피와 살이라 여깁니다.
그럼에도 강의 마치고 나면 수강생들에게 자료를 있는 그대로 다 송부합니다. 자료 유출이나 도용의 위험 없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과거에 제 자료와 내용을 마치 자기 것인양 쓰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두려워서 우리 작가님들 글 쓰는 데 도움 될 자료를 막을 순 없지요. 믿고 다 나눕니다. 제가 바라는 건 하나뿐입니다. 우리 작가님들이 강의 들은 내용 복습하고 자료에 있는 대로 연습하고 훈련해서 조금이라도 나은 글을 쓰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거지요. 뭐 좀 간지럽긴 해도, 제 마음이 이렇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두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강의를 허투루 한 적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이런 저의 정성이 결국은 보람과 가치로 돌아올 것을 확신합니다. 글이 좋아지고 삶이 좋아지는 작가님들 갈수록 더 많아질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