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말과 행동의 힘

쾌활함을 자력으로 회복하는 방법

by 글장이


어머니 수술 후 첫 외래 진료일입니다. 담당 의사를 만나기 전에 피 검사와 엑스레이 촬영을 해야 해서 일찌감치 출발했지요. 아침 7시에 병원 도착했습니다. 무인 기계로 접수하고 채혈실로 향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조금만 늦었으면 기다리다 시간 다 보낼 뻔했습니다.


다음으로 엑스레이 촬영실에 갔습니다. 번호표를 뽑고 대기실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어머니 사고 당한 직후 침상에 누워 엑스레이 찍으러 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도 같은 생각을 하셨는지 한숨을 길게 내쉽니다.


병원 입구에서부터 채혈과 엑스레이 촬영까지, 어머니는 휠체어에 앉아 이동했습니다. 외래 진료 올 때는 꼭 두 발로 걸어서 올 거라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하셨는데, 아직은 무리였습니다. 어머니와 저에게 병원은 그저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답답한 마음만 가득했지요.


모든 검사를 마치고 담당 의사와의 상담을 기다렸습니다. 40분쯤 기다려야 한다는 간호사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대로 40분 동안 한숨만 쉬며 앉아 있다가는 어머니 없던 병도 생기겠다 싶었지요.


어릴 적 있었던 일을 재잘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실수했던 이야기도 마구 끄집어냈습니다. 처음에는 듣기만 하던 어머니도, 제 이야기 중에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며 맞장구를 치셨습니다. 너무 크게 웃어서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기까지 합니다. 시간은 금새 흘렀고, 어머니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우리는 추억여행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기분이 우울할 땐 몸을 크게 움직입니다. 주먹을 꽉 쥐고 두 팔을 높이 치켜듭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좌우로 흔들기도 하고, 두 손을 마주하여 짝짝 박수를 치기도 합니다. 고개는 한껏 높이 들고, 가슴도 활짝 펴고, 무릎을 가슴팍까지 힘껏 당깁니다. 힘찬 행동과 우울한 생각을 동시에 할 수는 없습니다. 뇌의 한계지요. 생각하는대로 몸이 위축되기도 하지만, 몸을 움직이는대로 생각이 펴지기도 합니다.


마음이 심란할 때는 재미있고 유쾌한 말을 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지만, 조금만 계속하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생각이 말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생각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과 행동은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땅굴 파고 있는 것보다 유쾌한 말과 행동을 통해 에너지를 바꾸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 훨씬 도움된다는 사실이지요.


쾌활함을 잃었을 때

자력으로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쾌활한 마음 자세를 갖고

유쾌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 윌리엄 제임스


그런 척을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랍고 다행스러운 일인 지 모릅니다. 유쾌한 척하면 실제로 유쾌해집니다. 부자인 척하면 부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성공한 척하면 성공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작가인 척했더니 작가가 되었지요. 아파트 공터에 혼자 서서 수십 명 앞에 두고 강의하는 척했더니 강사가 되었습니다. 타인을 돕는 인생을 살아야겠다 마음 먹었지만 사실은 잘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매 순간 그런 척했더니 실제로 누군가를 돕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을 쓸 때도 다르지 않습니다. 경험도 부족하고 문장력도 약하지만, 그럼에도 위대한 작가인 척 마음 갖고 쓰면 제법 분량을 채울 수 있습니다. 나름 재미도 있고요.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어렸을 적에 공주인 척 왕자인 척 한 번씩 다 해봤지 않습니까.


유쾌한 말과 행동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은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되지요. 생각이 바뀌면 변화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인간은 저질러진 일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것 이상으로 그 일에 대한 생각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결국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첫 단추라는 말입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으니까 유쾌한 말과 행동을 도구삼아 파이팅을 해 보자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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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의사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처방전을 받아 병원을 나왔습니다. 병원 다녀가는 사람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부슬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어머니 표정이 평온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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