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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병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모든 감정은 옳다

by 글장이


저는 요즘 자주 속이 상하고 화도 잘 냅니다. 최근 들어 집안에도 문제가 좀 있고, 또 개인적으로 갈등을 빚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뒷통수를 맞은 격이어서 더 울화통이 터지고 천불이 납니다.


제가 이렇게 속상해하면, 상대는 제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너무 속상해하지 마라"라고 말합니다. 제가 많이 화를 내면, "무슨 조울증도 아니고, 왜 그렇게 화를 많이 내느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상대가 보기에 제 감정은 모두 "하지 말아야 할 짓"인 거지요.


인간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감정은 인간의 내면과 외부 상황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신호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감정은 지금 나에게 해결해야 할 어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지요.


속이 상하다는 건 가족과의 사이에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라는 신호입니다. 화가 난다는 건 당사자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관계를 정리하든가, 또 다른 방법을 취하든가, 무슨 결단을 내라는 신호인 겁니다.


감정이 신호를 보내는데도 계속 외면하면 결국 심각한 '감정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그 결과, 조증이나 우울증 등 이른바 '병'이라고 불리는 상태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죠.


어릴 적 부모로부터 학대 받은 아이는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당한 탓에 자기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릅니다. 그런 상태로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고 감정을 숨기며 혼자 끙끙 앓는 습성을 갖게 되지요. 화가 나도 티를 내지 못하고, 좋아도 좋다 소리 못하고, 속상해도 속상하다 말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건강하게 감정 표현을 잘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심각한 가족 갈등을 빚는 와중에 세상 누가 속편하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믿고 따르던 사람이 하루가 멀다하고 염장을 뒤집어놓는데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감정을 억지로 누르거나 외면하는 게 아니라 슬기롭고 현명하게 '감정 처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속상한 건 당연하지만, 그 속상한 마음 때문에 스스로 괴롭고 힘든 시간 보내야 한다면 결국 나 자신만 손해입니다. 화가 날 만한 일이라 하여 계속 화만 내면, 결국 나만 홧병에 걸리고 말 테지요.


우선, 지금 내 감정이 속상하고 화 나는 상태임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합니다. 모든 감정을 다루는 첫 번째 반응이 '받아들임'입니다. 나의 감정은 내가 인정해주는 순간부터 사그라들기 시작합니다. '아, 내가 지금 속이 많이 상해 있구나.', '아, 내가 지금 화가 많이 나는구나.' 이렇게 자기 감정을 알아차리고 인정해주는 순간, 감정은 자기 몫을 다 했다고 여기는 거지요.


다음으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등과 같이 탓을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정확히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마음이 다르고, 어떤 견해다 다르고, 어떤 상황이 달라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짚어 보아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해야 하고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과감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네, 맞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죽음, 과거, 타인의 마음. 이 세 가지는 나의 통제권 밖의 일이면서도 늘 신경 쓰이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소입니다. 내려놓는 것도 습관입니다. 연습하고 훈련하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저도 부단히 연습하는 중입니다.


내려놓기 위해서는 오직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한데요. 나의 생각, 나의 기분, 나의 태도, 나의 꿈, 나의 목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나의 인생.... 세상 가장 소중한 '나'란 존재에게 관심과 정성을 쏟으면, 외부 또는 타인으로부터 일어나는 부정적 감정을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끝으로,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이 정상이고 옳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의 평온이란, 어떤 부정적 감정도 느끼지 말아야 하는 압박이나 강박의 상태가 아닙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을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마음 평화의 시작입니다.


속상하고 화 난 상태를 오래 지속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감정만 억누른다고 해서 평온한 상태로 바뀌지도 않고요. 지금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정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부정적 감정이든 긍정적 감정이든 모두 내 소중한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롭고 현명한 감정 처리 방법일 테지요.


단, 나의 감정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더라도 내 감정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기분 나쁘다 하여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지요. 온전한 하루를 살아내면서도 자기 감정을 정상적으로 표출하는 지혜와 태도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감정은 항상 평온해야 정상이며

평온하지 않으면 비정상이라는

착각에서 이제 그만 빠져나와

어떤 감정이든 온몸으로 느껴 보라.

모든 감정은 옳으니까.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김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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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감정에 관심을 좀 가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데에만 익숙하고 정작 소중한 자신의 감정은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경우 많은데요. 내 안에서 외치는 소리에 무관심하면 결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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