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듯한 글 말고 나다운 글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일입니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시대가 됐지요.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분명 같은 주제로 썼고 내용도 비슷한데 어떤 글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또 다른 글은 금방 잊히곤 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 수없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내용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고, 나중에는 구성이 허술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건 표현이었습니다. 같은 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 같은 감정을 어떻게 녹여내느냐, 그것이 글의 온도를 바꾸고,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핵심이었지요.
‘뻔한 글’이라는 말은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감정이 닿지 않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전달하고는 있지만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하는 글. 열심히 썼는데도 반응이 없을 때 이런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제 글을 다시 읽어보는 연습부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바꾼 건 문장의 구조가 아니라 문장에 담는 제 마음이었습니다. 독자가 글을 읽는 순간, 그들이 어떤 느낌을 받을지를 상상하면서 문장을 다듬기 시작했지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그들이 듣고 싶은 말’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익숙한 말이지요. 이 문장을 바꿔 봅니다.
“당장은 실력 향상 정도가 눈에 띄지 않더라도, 꾸준히 쌓아가는 힘이 결국 성취와 성장을 가져다 줄 겁니다.”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같습니다. 하지만 표현을 바꾸면 독자 반응도 달라집니다. 단순한 정보를 감정과 결합할 때, 사람들은 제 글에 더 오래 머물렀고, 더 많이 공감해주었습니다.
다음으로 했던 연습은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글’을 쓰는 거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으면 쉽게 지나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문장 속에 장면을 담으려 애쓴 거지요.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베란다 창을 열고 아침 햇살에 눈을 감는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조용히 생각하고 다짐해 본다. 저 아래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는 이들 바라보면서 나도 슬슬 글을 쓸 준비를 한다. 창을 닫고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펼친다.”
추상적인 말 대신 구체적인 장면을 넣었을 때, 독자는 내가 쓴 글 안으로 더 깊이 들어와 주었습니다. 그렇게 문장 하나하나를 마치 짧은 영상처럼 다가가게 만들려는 노력이, 뻔한 글을 살아 있는 글로 바꿔주었지요.
단어 하나에도 감정을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일을 못 합니다”라는 문장을 “머릿속이 시끄러워지면 손이 멈추더군요.”라고 바꿔보았습니다. 말은 단순하지만, ‘시끄러운 머릿속’이라는 표현 하나로, 독자에게 더 선명한 감각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감정을 실어 전달하는 단어들이 글의 분위기를 바꿨고,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의 말’에서 ‘우리의 말’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힘들었습니다”보다는 “우리 모두 그런 순간이 있었지요”라고 표현할 때, 훨씬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었습니다.
독자는 작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글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머무는 것이죠. 독자와 나를 연결해주는 다리를 생각하고, 단순한 이야기에서 진짜 대화가 되도록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리듬’입니다. 글도 말처럼 리듬이 있어야 읽기 좋습니다. 길게 늘어지는 문장은 집중력을 흩뜨리고, 꼭 넣어야 할 문장성분마저 다 빼버린 문장은 감정까지 끊어버립니다. 문장을 다양하게 조합하고,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여백을 의도적으로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마침표 찍을 자리를 고민하고, 쉼표 넣을 타이밍을 조율하는 거지요. 때로는 의도적으로 문장을 끊고, 때로는 일부러 이어갑니다. 그렇게 리듬을 조절해나갈 때, 글은 음악처럼 흐르기 시작합니다. 독자들은 그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읽고, 감동하고, 반응해줍니다.
'읽히는 글'을 쓸 때 꼭 하나만 기억하라면, ‘진심’입니다. 표현이 아무리 화려해도 글에 진심이 없으면 독자는 금세 알아차립니다. 잘 쓰려고 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써야 합니다. 실제 보고 듣고 겪은 일. 전하고 싶은 메시지.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위로. 그런 글이야말로 오래 읽히고, 독자로 하여금 내 글을 다시 찾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사람은 결국 마음 담긴 글에 반응합니다. 문장이 아무리 세련돼도, 감정이 없다면 공허할 뿐이지요.
이렇게 쓰다 보면 ‘뻔한 말’도 ‘읽히는 글’로 바뀝니다. 표현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작가만의 감정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아는 말을 쓰더라도, 자기만의 목소리로,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됩니다.
얼마나 특별한 어휘를 많이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솔직하게, 진심 담아 표현하느냐입니다. 독자들은 진심에 머무르고, 마음에 반응합니다.
혹시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 자꾸만 평범하고 밋밋하다 느껴진다면, 표현을 바꾸기 전에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왜 이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마음이 분명해지면 표현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마음 담은 표현 하나가 사람들의 시선을 머물게 하고, 독자 마음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글을 씁니다. 하지만 읽히는 글은 다릅니다. 뻔한 글을 넘어서는 건 단어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언어로,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써야 하는 거지요. 진심 담긴 글은 누군가의 마음에 반드시 닿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한 줄 한 줄 진심으로 써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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