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는 인생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두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무조건 매일 똑같은 분량을 채운다. 둘째, 감정보다는 팩트 위주로 쓴다. 오늘로써 550일입니다. 550편의 글을 썼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일기를 쓰면 도움되는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찰과 비전을 동시에 챙길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한 일도 있고 실수도 합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지극히 너그럽고 타인에 대해서는 냉정한 사람 많습니다. 진정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냉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기는 그런 점에서 유용한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일기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지금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에 쓴 일기를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 때 힘들고 괴로웠는데도 참 잘도 견뎠구나. 도저히 해결될 것 같지 않았던 문제들도 결국 다 풀렸구나. 경험으로 증명된 일기장 덕분에 시련과 고통 마주할 때마다 이번에도 잘 견딜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깁니다.
하루라는 인생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일기 쓰기의 좋은 점 중 하나입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중심 잡지 못하면 휩쓸리게 마련이지요. 내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 분간조차 하기 힘듭니다. 정보는 쏟아지는데 어떤 정보가 옳은 지 판단할 여력이 없습니다. 멈추고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기를 쓰는 시간 만큼은 고요하게 멈출 수 있습니다. 하루 중에서 자신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 쓰는 실력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글감을 발굴해낼 수 있다는 것도 일기의 효과입니다.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쓰고, 그 안에서 메시지를 뽑아냅니다. 처음엔 억지스럽기도 하고 논리가 맞지 않을 때도 많지만, 꾸역꾸역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문맥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근육을 써야 하듯이, 글쓰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글을 많이 써야 합니다. 일기는 글쓰기 실력을 향상에 더 없이 좋은 도구입니다.
강의를 할 때마다 일기를 예찬합니다. 오죽하면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까지 표현하겠습니까. 앞뒤 분간 못하고 정신없이 질주하던 제 삶이 일기 덕분에 멈출 수 있었습니다. 제가 제 인생에 관심을 가진 후부터, 인생도 제게 관심을 가져주었습니다. 지금 마음으로는 죽는 날까지 계속 일기를 쓸 것 같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하고 싶고요.
그런데, 지금까지 말한 일기 쓰기의 좋은 점들 외에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효과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제 인생이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기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듭니다.
과거 제 일기장을 읽어 보면, 주로 결심이나 각오 또는 다짐으로 마무리된 걸 알 수 있습니다. 서론이나 본론은 주로 팩트 위주로 썼고요. 자연스럽게 그 두 가지 내용을 비교하게 됩니다.
저는 큰 결심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결심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단한 각오를 했습니다.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했지요. 주먹 불끈 쥐고 이 악물고 다짐했지만, 실행한 일은 그보다 적습니다.
하고 싶고 되고 싶고 이루고 싶다고 적은 것과 실제로 제가 해온 일들을 비교할 때, 저는 말을 멈추게 되고 노력을 더 하게 되며 자만과 오만에 반성하게 됩니다.
거짓말로 일기장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써 보면 압니다. 바꿔 말하면, 일기장에 적힌 내용은 모두 진실이라는 뜻이지요. 진실 앞에서, 스스로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불완전한 존재임에도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제가 기특하고 대견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입니다. 겸손한 마음과 자존감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니 얼마나 놀랍고 대단한 깨달음인가요!
일기를 쓰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행위도 아닙니다. 하루 1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시도만 하다가 중도 포기하고 맙니다. 이유는 하나 뿐입니다. 습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기를 쓸 만한 시각에 알람을 맞춰 두고, 며칠만 실천하면 습관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왕 일기를 쓸 거라면, 팩트와 감정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오늘 무엇을 했는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그래서 오늘은 무엇을 배웠는가. 세 가지 내용만 꾸준히 정리하면 인생은 나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전쟁터에서도 일기를 썼다 하지요. 그래서 난중일기라 부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하루하루가 전쟁터나 다름없습니다. <이은대의 난중일기>라고 이름 붙여도 동기부여 충분할 것 같고요. 아니면,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이은대의 모닝저널>이라는 이름도 괜찮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재미와 동기를 부여하면 실천 의지도 더 강해집니다.
일기를 쓸 수 있는 존재는 사람밖에 없습니다. 이런 능력을 갖게 된 데에는 틀림없이 무슨 이유가 있을 테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