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자신과의 약속

쓰고 싶다면

by 글장이


2021년 1월 1일. 매일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평소에 늘 글을 쓰기 때문에, 일기장 한 페이지 정도 추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닷새쯤 쓰고 나니까, 이게 보통 일이 아닌 겁니다. 하루가 왜 이리도 빨리 저물고 다시 오는 걸까요. 돌아서면 일기를 써야 하니, 아주 곤혹스러웠습니다.


무슨 일이든 21일만에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고 누가 그랬습니까? 저는 210일이 지나도 습관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챙기고 관심 갖고 의지를 가져야만 일기를 쓸 수가 있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기를 대충 쓰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는 사실입니다. 보고 들은 경험을 쓰고, 거기에 나의 느낌과 감정을 적은 후, 하루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자는 것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의도였거든요. 그런데 매일 일기를 쓰려니 힘들고 귀찮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했다 식으로 나열만 하는 때가 많아진 것이죠. 2년째 매일 일기를 쓰고 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때가 많았습니다.


요즘 저의 취미는 제가 쓴 일기장을 펼쳐 보는 겁니다. 무슨 대단한 깨달음이 있거나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지난 일기를 읽다 보면 눈물도 나고 감동도 하고 반성도 하게 됩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낸 저를 보면서 마음 공부를 더 해야겠다 느끼기도 하고, 작은 일에 호들갑을 떤 저를 읽으면서 마음의 평정을 가져야겠구나 성찰하기도 합니다.


점점 쌓여가는 페이지를 볼 때마다, 일기 쓰기를 참 잘했구나 싶습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에 뿌듯하고, 다른 일에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기는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고, 주제와 소재 또는 형식에 어떤 구애도 받지 않습니다. 글쓰기 훈련에도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독서 노트도 매일 작성하고 있습니다. 한 페이지를 읽었으면 한 페이지 내용에 대해서만 간단히 적고, 완독을 한 경우에는 한 권에 대한 독서 노트를 기록합니다.


《강안독서》라는 책을 출간한 적 있습니다. 거기에도 적었듯이, 독서란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 수단입니다. 저자가 하는 말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바람직한 독서라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나의 생각만 고집하는 것도 마땅한 방법이 아니지요. 작가와 독자의 생각과 생각이 부딪치고 섞여 또 다른 생각으로 확장되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독서 노트를 기록하는 것은 생각을 정립하는 데 대단히 유용한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일기와 마찬가지로, 독서 노트 기록도 매일 하길 권합니다. 한 줄이라도 좋으니까 매일 쓰라는 뜻이지요. 무슨 일이든 매일 하는 것이 변화와 성장에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현재 일곱 번째 개인 저서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머지 않아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집필하는 것은 일기나 독서 노트에 비해 훨씬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매일 쓰고, 매일 퇴고하는 것이죠.


문장 노동자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책을 한 권 쓰다 보면, 문장 노동이란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습니다. 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 단어와 씨름하고 어휘와 논쟁합니다. 이렇게 썼다가 지우고, 저렇게 썼다가 지우고, 또 다시 쓰고 지우길 반복합니다. 만약 제가 어느 정도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오랜 시간 문장 노동을 한 덕분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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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그래서 쓰고 나면 뿌듯합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세상이 캄캄할 때 쓰기 시작합니다. 한 편의 글을 다 쓰고 나서 두 팔을 올리고 기지개를 켜면, 등 뒤 붉은 빛이 창을 타고 들어옵니다. 그 순간의 희열이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요.


글은 써서 뭐하냐고 묻는 사람 있습니다. 먹고 살기 바빠서 쓰지 못한다는 사람도 많고요. 쓰고는 싶지만 당장 여건이 되지 못해 아쉽다는 사람도 만납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인생이니까요. 당신이 주인공이니까요. 여기까지 어떻게 왔습니까? 혼신의 힘을 다해 참고 버티고 견디면서 지금에 이른 것 아닙니까? 잘 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너무 멋지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한 번만 하고 살라고, 그래도 된다고, 자신한테 한 마디쯤 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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