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도권을 손에 쥐다
술을 끊은 지 거의 3년 다 되었습니다. 과거에 제가 그토록 술에 절어 살았다는 사실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매일 같이 마셔대던 술을 이렇게 단박에 끊을 수 있었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종종 묻습니다. 어떻게 끊을 수 있었는가? 혹시 지금도 술의 유혹을 견디고 있는가? 그럴 때마다 제 자신 돌아봅니다. 그냥 끊었고, 마시고 싶다는 생각 전혀 들지 않습니다. 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매일 운동합니다. 산에 오르고 웨이트도 합니다. 둘 다 하는 날도 있고 한 가지만 하는 날도 있습니다. 어쨌든 운동이란 걸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근육질의 남자가 된다거나 끝내주는 몸매를 만들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 때문입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몸을 움직입니다.
과거에는 운동이란 걸 아예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오프라인 강의장에서 저를 만났던 수많은 수강생들이 아마도 저의 배를 기억할 겁니다. 불룩 튀어나온 배가 저의 외모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수식어였지요.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배가 절반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꼼짝도 하기 싫어했던 제가 매일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한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4년 전, 청주에 살고 계시던 큰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가 친척이 모여 장례를 치뤘지요. 사촌 형님이 고인의 마지막을 얘기했습니다. 현관 바로 앞에서 쓰러진 큰아버지를 사촌 형이 발견하고는 들쳐업고 병원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이미 기력이 다했지만, 그나마 사촌 형의 빠른 조치로 임종까지 편안히 하셨다는 말을 들었지요.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모두 팔십 노인입니다. 여기저기 탈은 좀 있지만, 다행히 아직은 건강하십니다. 하지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누나는 멀리 살고 있고, 곁에는 저 하나 뿐입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제가 어딘가에서 술을 퍼마시고 헤롱거리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그 후로 제 자신을 결코 용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아버지 어머니 앞에서 비실대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두 분 덕분에 저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아무 걱정 하시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들은 저와 대화하는 걸 좋아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그랬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사람이 아빠라고, 아들은 누굴 만나도 이렇게 말합니다. 언젠가 제가 물은 적 있습니다. 아빠가 술을 마셔도 너한테는 피해주는 게 없는데, 넌 왜 그리 아빠가 술 마시는 걸 싫어하냐?
"잠들기 전에 자리에 누워서 아빠랑 얘기하는 게 좋은데, 아빠가 술 취하면 말을 할 수가 없잖아."
하나 뿐인 아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는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무엇이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는 지, 전혀 알지 못했던 거지요.
30년 넘게 퍼마시고 심각한 알코올중독까지 경험했던 제가 단박에 술을 끊을 수 있었던 이유. 평생 운동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던 제가 건강에 신경쓰고 관리하기 시작한 이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힘은 '책임감'입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나중에 다 잘 될 거야, 무슨 큰 일이야 생기겠어? 이런 종류의 말이나 생각은 삶을 회피하는 도망자의 태도입니다. 책임지겠다는 자세야말로 삶의 주도권을 손에 쥐는 일이지요.
물론, 책임진다는 것은 때로 엄청난 고통과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고 해서, 그 고통과 무게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더 큰 고난으로 닥쳐오게 됩니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가만히 살펴 보면,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은 다양한 위치에서 살아갑니다. 가정에서, 회사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학교에서, 모임에서, 각각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다 하겠다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문제와 갈등이 생겨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조금은 진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술자리 분위기가 얼마나 좋은 지, 살짝 취기가 오르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 지, 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술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절제하지 못하는 게 문제지요. 이성을 잃을 정도까지 퍼마시는 건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습니다. 자신을 믿고 따르고 사랑해주는 수많은 이들을 내팽개치고, 삶의 책임을 벗어던지는 못난 도망자가 되는 것이죠.
아버지와 어머니, 연달아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건강을 잘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축복이구나. 적어도 나의 건강 문제로 주변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말아야겠구나.
책임감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결단하게 하고 시작하게 하고 계속하게 합니다. 모든 일이 내 손에 달려 있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게 됩니다.
"만약 그게 될 일이라면, 그건 내게 달려 있다." - 트루엣 캐시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