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도, 집착도, 욕심도 다 필요없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사람의 몸은 늙고 병들고 죽게 되어 있습니다. 나이 들면 피부도 쭈글쭈글 주름이 지고, 힘도 떨어지고, 사고력도 약해지게 마련입니다. 사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가지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지만, 결국은 그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나야 합니다.
정신도 다르지 않습니다. 오만한 사람이 겸손해질 수도 있고, 멘탈 약한 사람이 강해질 수도 있으면, 탐욕에 젖은 사람이 비울 줄도 알게 됩니다. 고정되어 있는 것은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무언가를 보거가 누군가를 만날 때, 이것은 이렇다 저 사람은 저렇다 판단하고 정의 내리는 것은 일시적 모습에 대한 선입견일뿐입니다.
돈 많이 가지려고 바득바득 애쓰며 살았던 적 있습니다. 누군가를 증오하며 쓸데없는 감정 에너지 활활 태운 적도 많습니다. 내가 성장하면서 배우고 깨달은 모든 것들이 오직 진실이라 믿으며 타인을 배척한 때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때문이지요.
지난 주 목요일에 대학병원에 가서 심장 관련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습니다. 오늘 오전에 결과 들으러 병원 다녀왔는데요. 사는 게 참 허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요일 오전 대학병원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했습니다.
의사는 의사 대로 환자와 면담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고, 간호사는 간호사 대로 발바닥에 땀이 날 지경이고, 각종 검사를 하고 환자를 이동시키는 사람들도 잠시 쉴 틈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태어나고, 자라고, 늙고, 병들고, 그리고 죽습니다. 그래서 뻔한 인생일까요? 어차피 끝이 뻔한 인생이니까 대충 살아도 되는 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이 아름다운 건 가장 사람다울 때입니다. 사람답다는 건 자신을 제대로 알고 중심 잡을 줄 알고 나눌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스무 살이나 서른 때에는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나이 오십을 넘기고 보니, 이제 저만치 끝이 보이는 듯합니다. 남은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거듭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 과연 마땅한 태도인가. 아니면, 지금껏 살면서 배우고 익힌 지식과 지혜와 경험담을 나누며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을 줄 것인가. 결국은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겠지만, 이왕이면 마지막 순간에 후회 없는 것이 바람직한 인생 아니겠습니까.
후회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 가지 태도가 필요합니다. 첫째, 오늘을 사는 태도입니다. 어제와 내일 자꾸 생각하면서 집착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행위입니다. 오늘과 지금에 존재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고, 주어진 몫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지요.
둘째,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생각을 지워야 합니다. 살다 보면 참 억울하고 분하다는 느낌 들 때가 있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살아온 인생 환경과 조건과 교육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세상 바라보는 눈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옳다 그르다 문제가 아니라, "다르다'입니다.
셋째,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시간 지나면,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후회가 "저지른 일"에 대한 후회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에 놀랄 겁니다. 감옥에서 그토록 처절하게 아팠던 이유는, 사업 실패 때문에 아니라 지난 인생 제대로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과 지금을 살고, 나와 너의 다름을 알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질 때, 사람은 후회보다 "인생 한 판 잘 놀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지요. 대학병원 복도에 끝도 없이 앉아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스무 살 시절에는 펄펄 날아다녔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도 몸이 쇠약해지고 있다는 사실 전혀 신경 쓰지 못한 채 마음 젊은 것만 계속 생각했었지요. 작년 5월에, 척추와 신경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짐작합니다. 오십 넘은 사람이 '나 이제 늙었구나' 생각하는 사람 얼마나 되겠습니까. 아마 다들 한창이다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나도, 내 마음도, 내 몸도, 내 인생도 결국은 늙고 병들고 사라질 겁니다.
이것은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생각이 아니지요. 지극히 현실적이며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냉철한 태도입니다. 인생이 결국은 끝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금 마주하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가 느낄 수가 있는 것이죠.
검사 결과는 썩 좋지 않습니다. 앞으로 치료할 것도 많고, 병원 다닐 일도 많고, 약도 많이 먹어야 하고, 상당한 관리도 필요합니다. 덤덤하게 말하는 의사 앞에서 저도 애써 편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나마 당장 죽을병 아니란 사실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만 알고 있을 겁니다. 가족조차 오늘이 제가 병원 가서 검사 결과를 듣는 날이란 걸 아무도 모르더군요. 사람은 원래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법입니다. 다른 사람 눈치 보며 살 것도 없고, 다른 사람이 내게 관심 가져주길 바랄 필요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인생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습니다. 변해가는 내 마음 잘 살피고, 변해가는 내 인생 잘 챙기고, 변해가는 내 몸 잘 관리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겁니다.
"평생 뼈빠지게 돈 벌어서 늙어가지고 병원에 그 돈 다 갖다 때려박는다!"
얼굴은 시커멓게 탔고 머리는 다 벗겨진, 얼핏 봐도 팔십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속에 있던 말을 토해내듯 뱉습니다. 병원 복도가 쩌렁쩌렁 울립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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