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본질과 가치에 대하여
글을 쓸 때는 필요와 욕망의 차이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필요는 무엇인가요. 네, 맞습니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겁니다. 반면, 욕망은요. 작가가 쓰고 싶은 것만 쓰는 걸 뜻합니다.
필요와 욕망을 구분할 줄 모르면, 독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작가가 쏟아내고 싶은 이야기만 잔뜩 쓰게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독자가 관심조차 없는 글을 시간과 공을 들여 읽을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 독자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독자가 읽든 말든 상관없다 하는 사람은 글이나 책 쓰지 말고 그냥 일기 쓰면 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았으면서, 그런 글을 독자 앞에 내밀고 작가랍시고 어깨 힘 줄 생각만 하는 사람은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인 거지요.
필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독자의 고민, 근심, 걱정, 문제 따위를 공감하고 인식하여 작가인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이나 해결책 혹은 위로나 희망 등을 적는 것이죠. 이것이 필요에 따른 글쓰기 기본입니다.
사춘기 자녀 때문에 고민중인 엄마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지금 이 엄마에게 필요한 내용은 무엇일까요? 사춘기의 특성, 사춘기 자녀의 말과 행동, 사춘기 자녀의 마음 상태, 사춘기 자녀가 부모에게 바라는 것, 사춘기 자녀와 대화하는 법, 사춘기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법.... 대략 이런 내용이 사춘기 자녀 가진 엄마에게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많은 초보 작가가, "나도 우리 애 키울 때 아주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라는 하소연이나 푸념 혹은 신세 한탄만 잔뜩 늘어놓기 바쁜 그런 글을 쓰곤 합니다. 처음 글을 쓸 때 의도는 독자의 필요였으나, 쓰는 도중에 자기 감정에 빠져서 결국은 작가의 욕망으로 끝내게 되는 것이죠.
필요와 욕망을 명확히 구분하고, 독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핵심 독자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누구한테 말할 것인가? 글을 쓰는 대상이 분명해야 글 내용도 분명해집니다.
둘째, 핵심 독자를 정했다면, 그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 '어떤 고민, 어떤 걱정, 어떤 문제'가 있을까 생각해 보는 거지요. 인생살이 거의 비슷해서, 조금만 입장 달리해서 생각해 보면 그들의 고민과 문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셋째, 나의 경험 안에서 그들의 고민과 문제 해결에 도움 될 만한 조언을 찾아내야 합니다. 공자님 말씀보다는 자신의 경험담이 훨씬 독자에게 닿는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무조건 정답이라고 우기지 말고, 나는 이러했는데 너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겸손한 태도로 글 써야 합니다.
넷째, 구체적인 마음가짐 혹은 실천사항을 쉽고 명료하게 정리해 주어야 합니다.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라'라는 식의 조언은 아무 쓸모가 없겠지요. '자녀가 좋아하는 게임 한 번 해 보기'라는 식으로 써야 독자가 실제로 따라해 볼 수가 있겠지요.
다섯째, 독자 입장이 되어 이 글을 읽었을 때 정확히 어떤 도움 될 것인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시작도 독자여야 하고 끝도 독자여야 합니다. 글 쓰는 작가가 독자를 손에서 놓는 순간, 그 글을 쓸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거지요.
언제부터인가 글쓰기를 자기 치유와 위안의 도구로 설명하는 책과 강연이 늘어났습니다. 네, 충분히 그런 효과 있습니다. 저도 글 써서 과거 상처와 아픔 많이 치유했습니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됩니다.
독자를 위한 글을 정성껏 쓰다 보면, 자기 치유도 되고 자기 위로도 받고 힘과 용기 생기기도 하는 겁니다. 애초에 자기 치유와 위로만을 목적으로 쓸 거라면 그냥 일기 쓰는 것이 마땅하지요. 자기 혼자 치유하려고 쓰는 글을 왜 독자가 돈 주고 책 사서 읽어야 합니까.
그럴 듯한 말이라 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수용해서는 안 됩니다. 글쓰기의 본질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내가 살아온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의 삶에 무언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행위가 글쓰기입니다. 글쓰기는 돕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의미와 가치가 큰 것이지요.
한편으로는, 독자를 위해 쓰기 때문에 글쓰기가 좀 더 수월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위하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렵다 하는 누군가를 위로해 본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말을 잘 못한다 하는 사람도, 누군가를 위로할 때는 제법 말을 그럴 듯하게 하게 되거든요. 어떤 문제나 고민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누군가를 딱 정해서 머릿속에 떠올리고, 그에게 도움 될 만한 이야기를 한 번 써 보세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한결 줄어들 겁니다.
인간은 경험하는 존재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경험을 그저 아픔과 상처로만 간직한 채 살아가는데요.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경험담을 타인에게 전하며 적극적으로 남을 돕습니다. 지난 삶의 이야기를 그냥 덮어둘 것인가 아니면 남 돕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오직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자신의 욕망에만 매몰되어 있는 사람은, 과소비와 무절제와 나태와 유흥과 쾌락에만 빠져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타인의 필요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어떻게든 돕고자 하는 마음을 계속 낼 수밖에 없겠지요. 그것이 글을 잘 쓰고자 하는 개인적 바람에서 비롯된 일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좋은 생각과 좋은 글을 쓰는" 습관 굳어져 결국은 인생도 좋게 만들게 됩니다.
이왕 글 쓰고 책 출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무슨 팔리는 책쓰기 이런 허황된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나의 경험으로 다른 사람 돕는다는 품격 있는 정신으로 항해를 시작하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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