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작가 주제 정하는 법, '내 인생 10 장면'

내가 살아온 흔적이 먼저다

by 글장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 말하는 사람 많은데요. 조급한 마음, 그리고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우선 생각을 좀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이야기'를 살아왔습니다. 이야기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가에 대한 대답이지요. 한두 해도 아니고, 수십 년 살아온 사람이 쓸거리가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는 표현보다는 자기 안에 있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방법을 잘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마땅할 듯합니다. 그럴 때 제가 추천하고자 하는 방식이 있는데요. 자기 인생에서 열 개의 장면을 떠올려 글로 적어 보는 겁니다.


단순히 자서전을 써 보자는 뜻이 아닙니다. 자기 삶을 돌아보며 핵심 장면을 정리하는 행위는 강력한 글쓰기 훈련이자 나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자기계발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열 개의 장면을 글로 쓰면서 인생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자는 취지인 거지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내 인생에서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순간, 나를 변화시킨 사건, 후회하거나 감동받았던 장면, 울거나 웃었던 기억, 처음 시도했던 도전들, 관계의 전환점, 성공 또는 실패 기억 등을 떠올리면 됩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됩니다.


객관적 시선 따위 필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오직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가’ 하는 겁니다. 남들 눈에는 평범해 보여도, 나 자신에게 깊은 흔적을 남긴 순간이면 충분합니다.


이 연습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첫째,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초보 작가들이 글쓰기 막막하다 하는 이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데 있는데요. ‘내 인생 10 장면’을 떠올리면, 그 안에 이미 쓸거리가 넘쳐나는 거지요. 글은 소재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경험한 이야기는 가장 쓰기 쉽고 강력한 소재입니다.


둘째, 장면을 떠올리면 ‘구체성’이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글을 잘 쓰려면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장면, 구체적인 감정, 구체적인 대화가 필요한데요. 독자들은 머리로 이해하는 글보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글에 반응합니다. 그런 글은 디테일한 '장면'에서 비롯됩니다. 장면 없는 글은 설득력도 없습니다. 내 인생 장면을 글로 옮기면 자연스럽게 구체적인 문장 훈련이 되는 거지요.


셋째, ‘내 인생의 10 장면’은 글쓰기 습관을 만드는 데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하루 한 장면씩 써 보는 겁니다. 오늘은 초등학교 때 기억, 내일은 처음 아르바이트했던 날, 그 다음은 첫 실연, 첫 출근, 첫 승진, 또는 가장 후회하는 과거 선택 등으로 말이죠.


이렇게 10개 주제를 정해놓고 하나씩 써내려가면, 열흘 후엔 자연스럽게 ‘글 쓰는 사람’이 됩니다. 목표가 명확하면 실행도 쉬워집니다. ‘오늘 무엇을 쓸까’ 고민하지 않고, 정해진 장면을 쓰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글쓰기 습관이 빠르게 만들어집니다.


넷째, 삶을 돌아보는 강력한 성찰 도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인생 돌아보면 어렴풋한 감정만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장면씩 꺼내 정리하다 보면 그 안에 감정의 결이 살아 있고, 선택의 흔적도 남아 있으며,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렷하게 떠오르게 됩니다.


글을 쓰면서, 내가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등을 되짚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 정체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게 되는 거지요.


다섯째, ‘내 인생 10 장면’은 훗날 내가 쓰게 될 책 재료가 됩니다. 많은 초보 작가가 책 쓰고 싶다 말하지만, 정작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하소연하거든요. 이미 정리된 10개의 인생 장면은 훌륭한 자전적 글쓰기 소재로 책의 뼈대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장면을 한 챕터로 확장할 수도 있고, 열 개의 장면에서 하나를 골라 책 주제로 삼을 수도 있으며, 서른 개의 인생 장면을 추가해도 됩니다. 흐름만 잡히면 누구나 다양한 주제의 책을 쓸 수가 있는 거지요. 초보 작가가 책 주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마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생각이 잘 나지 않을 수도 있고, 어렵고 힘들다 느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장면을 써야 할지 고민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막상 써보면 기억도 열리고, 감정도 살아나며, 손이 자연스럽게 키보드를 두드리게 될 겁니다.


완벽하게 쓸 필요 없습니다. 인생 장면 하나라도 꺼내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장면을 머릿속에서 꺼내 손끝으로 옮기고, 그것을 문장으로 적어내는 과정. 그것만으로도 글쓰기 절반을 해낸 것이지요.


어느 날 갑자기 작가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써내려가는 사람만이 작가가 되는 거지요. 그렇게 적은 글이 모여 책이 되고, 그 책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게 되는 겁니다. 글은 그렇게 시작되고, 책은 그렇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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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10 장면’을 쓰는 것은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 삶에 대한 선언입니다. 자신의 삶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겠다, 나는 내 인생을 기록하며 살아가겠다, 세상과 타인에게 공표하는 것이지요. 작가로서 첫걸음은 언제나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는 사실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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