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과 시간의 누적
엄청난 각오와 결심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이들을 수없이 보았습니다. 2016년 1월 4일.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날이죠. 그 때만 해도 SNS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생각나는대로 글을 써서 포스팅을 발행하고, 아무 사진이나 찍어서 글 중간중간에 넣곤 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저는 마냥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이웃'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올리더군요. 댓글과 답글로 서로 소통했고, 때로 위로를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이렇게 사람들과 끈끈하게 연대하면 어떤 비즈니스도 가능할 것 같다는 기분좋은 상상도 해 보았지요. 실제로 주변 이웃들 중에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자신만의 노하우로 신사업을 시작한다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7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습니다. 2016년에 만났던 수많은 사업가들. 지금은 전부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업을 반복하고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열심히 글을 쓰는데도 왜 실력이 늘지 않는 걸까요?"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질문하는 사람의 글을 독자 입장에서 읽어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글을 쓴 지 얼마나 되는지 제가 다시 물어 봅니다. 돌아오는 답변은 기껏해야 6개월 미만입니다.
열 줄 미만의 글을 쓰면서 글쓰기 실력을 운운하면 안 되겠지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A4용지 약 1.5매 분량의 글을 써야 합니다. 원고지 분량으로 12~15매에 해당됩니다. 이 정도 분량의 글을 매일 꾸준히 쓴다면,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독서도 해야 하고 문법도 공부해야 합니다.
해 봤는데 안 되더라는 소리를 너무 쉽게 한다는 뜻입니다. 평생 글을 쓰는 사람도 자신의 글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람 많습니다. 세계적인 거장도 매일 공부합니다. 하물며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한 초보 작가가 고작 몇 개월 글을 쓴 걸 가지고 실력 어쩌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고3인 아들 녀석은 요즘 매일 운동하고 있습니다. 뭐 그래봐야 팔굽혀펴기와 아령 몇 개 드는 게 전부이긴 하지만요. 아들이 맨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제가 아주 귀가 따가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근육통이 생겼다고 했다가 인대가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가 갈비뼈가 아프다고 했다가 팔목이 마비된 것 같다고 했다가. 심지어는 왜 이렇게 근육이 붙지 않느냐며, 아빠가 잘못 가르친 것 아니냐고 따지기까지 했습니다. 운동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한 대 때릴까 하다가 저보다 훨씬 덩치가 커서 참았습니다.
제 아들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 결과를 빨리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입니다. 저한테 무슨 조언을 구하면, 제가 답변하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 무슨 일이든 시간이 걸립니다. 시간을 초월하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빨리, 쉽게, 제가 그런 거 생각하다가 인생 쫄딱 말아먹었지 않습니까.
매월 정해진 날짜에 강의합니다. 수요일 오전 10시, 수요일 밤 9시, 목요일 밤 9시, 토요일 아침 7시. 정규과정 진행이죠. 단 한 번도 예외를 둔 적 없습니다. 이것은 저와의 약속이기도 하고 수강생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니까요. 이제 우리 작가님들, 수요일과 목요일과 토요일만 되면 자동으로 수업 링크를 확인합니다. 처음엔 어리둥절 뭐가 뭔지 헷갈려하던 분들도 이제는 완전히 적응을 했지요. 반복은 사람의 뇌를 바꿉니다.
매일 일기를 쓰고 블로그 포스팅을 발행하고 책을 읽고 독서 노트를 작성합니다. 누군가는 일기 쓰기에 '도전'을 해야 합니다. 블로그 일일 포스팅 발행을 위해 이벤트까지 펼치기도 하고요. 누군가는 매일 독서가 신년 목표가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독서 노트 작성을 돈 주고 배우기까지 합니다. 어떻게든 해 보겠다는 열정은 좋지만, 사실 이런 일들은 단순 무식하게 반복하기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매일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이라는 사람도 자주 만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잘 하든 못 하든, 무슨 일이든, 자신은 매일 꾸준히 반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먼저 믿어야 합니다. 확신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과 어설프게 시작하는 사람은 시작부터 결과를 알 수가 있습니다.
저는 실력도 능력도 없는 사람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평균 이하 삶을 살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 무식하게 반복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확신합니다. 반복이야말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반복이야말로 변화와 성장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어쩌다 한 번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하다가 말다가 하는 것도 효과 없습니다. 하지 않아도 됩니다. 누가 강제로 시키는 것도 아니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생에 무슨 큰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합니다. 했다가 말았다가, 왜 자꾸만 자신을 보잘 것 없고 초라한 인간으로 만드는 건가요.
거창한 일 아니라도 좋습니다. 뭔가 한 가지 딱 정해놓고 매일 하십시오.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하는 겁니다. 시간 맞춰두고, 그 시간이 되면, 그냥 하는 겁니다. 머리를 쓰지 말고 손을 쓰십시오. 머리를 쓰지 말고 발을 움직이세요. 머리를 굴리지 말고 온몸으로 부딪쳐야 합니다. 그래야 벽이 부숴지지요.
시장통에서 떡볶이 파는 할머니도 경력이 30년 되었다고 하면 다들 "우와!" 합니다. <생활의 달인>에 출연하는 달인들 중에 경력 10년 미만은 찾아 보기도 힘듭니다. 반복과 시간의 누적이 만들어낸 보석 같은 결실이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