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머릿속 관념 말고 보이는 대로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by 글장이


부부싸움에 관한 글이 많습니다. 블로그에도 그런 글이 자주 올라오고, 실제로 제 수업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글에도 단골 글감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부부싸움 이유는 다양하지만 마무리는 비슷합니다. 다들 "후회하고, 화해하고, 두 번 다시 싸우지 말자"라는 따뜻한 결말을 씁니다.


저도 아내와 자주 다투는 편인데요. 제가 읽었던 수많은 글과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맺거든요. 어떤 때는 일주일씩 열흘씩 말도 안 하고 지내기도 하고요. 따로 화해 같은 거 없이 그냥 저절로 쓰윽 말을 트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가끔 화해 비슷한 걸 한 날에도, 밤에 잠들 때 마음속으로 여전히 씩씩거리며 분해합니다.


저만 그런 걸까요? 제가 집집마다 방문해서 곁을 지켜보지 않았으니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조금은 닮아 있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부부가 싸울 때마다 "따뜻한 화해"로 끝날 수 있겠느냐 이 말입니다.


글쓰기나 독서에 관한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작은 늘 "어렵고 힘들다"라는 얘기이고요. 마무리는 대부분 "앞으로 열심히 읽고 쓰겠다"입니다. 만약, 사람이 자신이 쓴 글처럼 된다면 아마 지금쯤 대한민국 사람 절반이 작가와 독서가가 되었을 테지요.


"글쓰기가 나랑은 맞지 않는 것 같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도무지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무지 많을 겁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마치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글쓰기와 독서를 찬양하듯 글을 마무리합니다.


세상 분위기라는 게 있거든요. 지금처럼 글쓰기 열풍이 부는 시대에 "나는 글쓰기가 싫어요!"라고 말할 용기가 없는 겁니다. 아울러,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차마 "쓰지 않겠다"라는 선언을 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할 테고요.


그림에는 젬병입니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사람을 그릴 때면, 항상 팔과 다리 관절 부분을 딱딱 수직으로 꺾어 그렸거든요. 선생님이 저한테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은대야, 옆에 친구 팔과 다리를 보면서 그려야지. 직접 보면서 그리면 더 잘 그릴 수 있어."


글도 똑같습니다.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적어야 합니다. 실제 세상과는 다른, 머릿속 관념으로만 글을 쓰려고 하면 "공자님 말씀"밖에는 쓸 수가 없어요. 세상 좋은 말, 아름다운 결말, 참하고 반듯한 내 모습, 살기 좋은 세상.... 이렇게 교과서에 적힌 대로만 글을 쓰면 독자에게도 작가 자신에게도 아무런 감정 기대할 수 없습니다.


보면서 그려야 합니다. 본 것을 적어야 합니다. 엄연히 실제 세상과 사람과 사건이 존재합니다. "오늘 친구들이랑 수영장에 갔다. 참 재미 있었다!" 초등학생 일기처럼 모든 걸 "좋았다"는 식으로 쓰는 글은 영혼 빠진 붕어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감옥에 있을 때, 그 곳 복도와 담벼락에 가장 많이 적힌 글귀가 있는데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의 한 구절이지요. 저는 그 글귀를 볼 때마다 속에서 천불이 났습니다. 세상에는 흔들리기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꺾어지는 꽃도 많거든요.


감옥이란 곳이 어떤 장소입니까.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흔들린다" 정도로 표현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착각이지요. 꺾어지고 짓밟혀서 박살난 인생입니다. 그 글귀가 적힌 곳을 지날 때마다 혼자 속으로 욕설을 뱉았습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보는 세상은 다 다릅니다. 누구한테는 저 시의 한 구절이 인생을 다시 살게 되는 계기가 될 테고요. 저 같은 사람한테는 볼 때마다 '감옥'을 떠올리게 되는 나쁜 추억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세상과 타인의 눈치 볼 것 없이 솔직하고 진실하게 자신이 본 것과 들은 것과 경험한 이야기를 쓰면 됩니다. 이런 글이 많아져야 세상도 진실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물론, 약간의 가식도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지하철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를 보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럴 때 솔직하게 쓴답시고 "저렇게 못생긴 아기는 처음 본다"라고 굳이 쓸 필요는 없겠지요. 주제가 "못생긴 아기"가 아닌 이상, 그냥 대충 귀엽더라 하고 넘어가는 것도 센스 아니겠습니까.


스마트폰과 SNS 시대이다 보니, 다른 사람 사생활과 관심사를 너무나 쉽게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친구나 지인이나 회사 동료들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잘 알고 있거든요.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싫어하는지, 꿈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바라는지, 어떤 감정을 주로 느끼며 살고 있는지.... 남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는 작금의 현실은 참으로 불행하고 안타까운 모습이지요. 그래서 더욱 자신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글을 쓰는 연습이 필요한 겁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듯한 표현이나 결말을 거부해야 합니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쓰길 바랍니다. 조금 투박하고 거칠어도, 살아 펄떡이는 글 쓰는 훈련을 해야 치유도 되고 공감도 받을 수 있는 법이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 책쓰기 무료특강 : 6/24(화) 오전&야간

- 신청서 :https://blog.naver.com/ydwriting/223900233231


★ 이은대 전자책 출간 <포커스 코어>

- 도서구입 바로가기 :https://ydwriting.upaper.kr/content/1192289


★ 이은대 열 번째 개인저서 출간 <나이 오십은 얼마나 위대한가>

- 도서구입 바로가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210685


KakaoTalk_20250108_153504199.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