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진다는 것
마트에 가면 다양한 먹거리가 있습니다. 요즘은 웬만하면 다 맛있습니다. 상태가 나쁜 음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수박 한 동 사려면 이것저것 통통 두들겨 보고 꼭지 확인하며 신중하게 골라야 했지요. 하지만 요즘은 그냥 아무거나 들고 와도 달고 맛있습니다.
유난히 눈길이 가는 먹거리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과일이나 젓갈인데요. 하나하나 생산자의 이름을 붙여 놓은 것들입니다. 저처럼 입맛이 둔한 사람은 맛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름표를 붙여 놓은 먹거리를 보면 왠지 신뢰가 갑니다. 얼마나 자신만만하면 전국 곳곳에 배송되는 생산물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두었을까 짐작이 되는 것이죠.
블로그 포스팅을 마무리할 때, 예외없이 저의 명함을 첨부합니다. 책을 집필할 때도 맨 첫 번째 장에 제목과 저의 이름을 적습니다. 강의자료 맨 첫 번째 장에도 제 이름을 씁니다. 2016년 5월 15일, 김해에서 진행했던 첫 강의의 제목은 "이은대의 글쓰기 수업"이었습니다. 브랜드 이름도 "이은대 자이언트 북 컨설팅"으로 정했지요.
이름을 새긴다는 것은 책임을 지겠다는 뜻입니다. 내가 만든 나의 생산물임을 증명하는 것이죠. 단 한 줄도 허투루 쓸 수가 없고, 포스팅 하나도 대충 할 수가 없고, 강의자료도 건성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그 누구의 탓으로도 돌리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것이 바로 이름을 새기는 일이지요. 장인들은 자신의 작품에 이름을 새깁니다. 영화가 끝나면 엔딩 크레딧에 수많은 이름이 올라갑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이름부터 짓습니다. 죽어서도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름은 그런 의미입니다.
악성 댓글은 어떻습니까? 절대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저기 욕설과 험담을 마구 남기는 겁니다. 아무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테니 예의도 필요없고 상식도 필요없고 책임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서비스 센터나 공공기관에 가서 일을 볼 때, 뭔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화가 나면 뭐라고 합니까? 여기 책임자 나와! 이렇게 말합니다. 책임은 그 만큼 중요합니다.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책임지는 사람과는 소통할 가치가 있습니다. 책임감 없는 사람과는 상대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책임을 져야 할까요?
책임질 필요가 없는 일은 굳이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생각하면, 그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백퍼센트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때도 있지요. 하지만,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그 일의 결과는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순간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임하면, 아마 지금보다 몇 배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핑계와 변명이 사라질 테지요. 다른 사람 탓하는 습관도 싹 사라질 겁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그 일은 과거의 이은대가 책임질 겁니다.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기든, 그 일은 미래의 이은대가 책임질 테지요. 현재의 이은대가 책임져야 할 것은 '오늘' 뿐입니다.
오늘에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으로 살면, 과거도 미래도 점점 나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활력이 생기고 의욕이 충만해집니다. 에너지 음료 열 병보다 책임감이 사람을 훨씬 강하게 만듭니다.
어릴 적 상처에 대해 말하는 사람 종종 만납니다. 과거 실패에 대해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상처, 아픔, 실패, 좌절, 절망 등 인생에서 겪는 부정적인 일들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저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책임을 부모나 선생님 또는 주변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고 해서 나아질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세상의 책임이라고 단정지으면 결국 세상이 바뀌어야 나도 좋아진다는 뜻인데요.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여자'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습니까? 여성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남자들은 이 말을 듣는 순간 엄청난 책임감을 느낍니다. 남성이 지닌 강렬한 소유 본능은 책임감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책임감은 없고 소유만 하려는 사람을 못난 남자라고 부르는 겁니다.
멋진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서 국민들이 한숨 짓는 이유도 마찬가지겠지요. 아무도, 그 무엇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난장판이 되는 겁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섭고 무거운 말입니다. 이 무섭고 무거운 말을 실천하기만 하면, 인생은 더 없이 가볍고 행복해집니다. '자기 주도'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는데요. 책임지는 태도야말로 인생의 주도권을 갖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오늘은 BBM 4기 공저팀 퇴고 안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일 진행할 2주차 정규과정 준비도 해야 하고요. 일기도 쓰고, 블로그 포스팅도 발행하고, 책도 읽고, 독서노트도 작성하고, 여덟 번째 개인 저서 퇴고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모든 일에 저의 이름을 새기겠습니다. 책임지는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