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 때문에 끙끙 앓고 있을 때, 믿을 만한 사람 만나 다 털어놓을 때가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상대가 어떤 해결책이나 조언을 건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마리가 풀릴 때가 많습니다.
머릿속으로 문제나 고민 혹은 걱정거리 안고 있다 하여 해결하는 경우 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문제나 고민을 털어놓다 보면, 스스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발전적 결론에 이르기도 하는 거지요.
유능한 정신과 의사가 제일 잘하는 게 '경청'이라고 합니다. 환자가 자기 이야기를 두서 없이 털어놓을 때에도 가만히 듣고 있는 거지요. 그러다 보면, 환자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정리하고, 또 자신이 해결 방법까지 찾는 경우도 많다 합니다. 경청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자기 이야기를 말로 드러내다 보면 해결책 찾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만큼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그렇지요. 우리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 주는 '백지'가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는 것 못지않은 효과가 있는 것이 바로 글로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식의 강박이나 부담 따위 싹 다 내다버리고, 백지를 상대로 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생각으로 적어 보는 겁니다. 형식이나 문법도 고려하지 말고, 그냥 나오는 대로 마구 적다 보면 문제나 고민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말도 글도 언어입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언어를 활용해 고민을 풀어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기 문제나 고민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기거나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곤 합니다. 중요한 건 자존심이나 열등감이 아니라, "내가 더 나아지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 이야기를 언어로 드러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행위가 바로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것이죠. 경청과 독서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자신의 문제나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그 만큼 나를 신뢰하고 나의 전문성을 인정한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좋은 마음으로 귀를 열어야 합니다.
내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 이야기를 글로 읽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언어만 다를 뿐 남의 이야기 경청하는 것이나 다를 바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잘 듣고 잘 읽다 보면, 내가 경험한 것의 몇 배나 많은 일을 간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경험으로 성장한다 하지요. 남의 경험을 내 것처럼 체득했으니, 나의 성장에 얼마나 큰 도움 되겠습니까.
우리가 가진 문제나 고민은 언어로 드러낼수록 해결 가능성 커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문제와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때로 그것들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고,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많지요. 말로 표현하고 글로 드러내면서, 문제와 고민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태도가 꼭 필요하겠습니다.
말로 드러낼 때 주의할 점 있습니다. 상대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거지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무조건 자기 이야기를 마구 쏟아내기만 한다면,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대화 장소나 시간 등, 상대가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글 쓸 때도 주의할 점 있습니다. 감정을 마구 쏟아내는 것도 일정 부분 도움 되긴 합니다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나의 상황이나 세상 보는 눈이 더 좋아지기 위해서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세상과 타인을 힐난하기만 하는 글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문제, 고민, 걱정, 근심. 저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말도 못합니다.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거기다 암 선고까지. 아주 그냥 인생이 꼬일 대로 꼬여서 도저히 한 치 앞을 보기가 힘들 지경이었지요.
그랬던 제가 10년을 하루 같이 매일 글을 썼습니다. 또, 수강생들에게 저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용기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요. 그렇게 글과 말로 저의 이야기를 펼쳐내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문제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가 하나씩 찾을 수 있게 되었지요.
글을 끝내주게 쓴다거나 강의를 최고로 잘한다거나 그런 거 전혀 아닙니다. 잘하기 때문에 효과를 본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낸 덕분에 좋아진 것이지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반드시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줍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에 말이나 글로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가지요. 성장이나 치유의 시작은 언제나 말과 글에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말을 잘 못하는 사람,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를 수용하기 힘들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잘"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작"이 중요합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드러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