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처럼 쓴다

작가가 아름다울 때

by 글장이


당구를 좋아합니다. 세계적인 당구 선수 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코 사대천왕입니다. 브롬달, 쿠드롱, 산체스, 야스퍼스. 이 네 사람의 경기를 보면, 그야말로 예술이란 생각이 듭니다. 정확도는 말할 것도 없고, 어떻게 저런 길을 생각해냈을까 싶은 때도 많습니다. 두께를 얇게 맞추는 기술, 큐를 잡는 손목의 스냅, 공의 회전과 각도까지, 왜 사대천왕이라 일컫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쿠드롱은 사대천왕 중에서도 으뜸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그의 '힘 조절'을 인상적으로 보았습니다. 저렇게 살살 쳐서 제 2구를 맞출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순간, 기가 막히게 공을 맞히곤 합니다.


브롬달은 쇼맨십까지 갖췄습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길로 공을 치지 않고, 감탄이 절로 나는 묘수로 청중을 휘어잡습니다. 산체스는 신중한 당구의 아이콘입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정확도가 박수 받을 만하고요.야스퍼스는 상대에 따라 기복이 심한 편이긴 하지만, 역시 관록의 선수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똑같은 당구 경기인데도, 네 사람의 스타일은 전혀 다릅니다. 시합을 구경하는 맛도 그래서 더 흥미진진한 것이지요. 어디 당구 뿐이겠습니까. 농구 선수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고, 야구 선수도 자신만의 강점이 있고, 축구 선수도 모두 나름의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드롱이 브롬달의 스타일을 흉내내면 어찌 될까요? 산체스가 야스퍼스의 동작에 맞춰 공을 치면 어떻게 될까요? 워낙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이라 그럼에도 나름 점수를 따긴 하겠지만, 큰 경기에서는 아마 틀림없이 실수를 하고 말 겁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 기술을 부러워하는 순간 자신이 가진 실력마저 잃게 됩니다. 원숭이는 나무 타는 연습을 부지런히 해서 나무를 더 잘 탈 수 있도록 자신을 성장시켜야 합니다. 물고기는 수영 연습을 더 많이 해서 수영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계발해야 마땅합니다.


장석주 작가의 글을 흉내낸 적 있습니다. 김 훈 작가의 글을 필사하며 모방한 적도 있고요. 강원국 작가의 책을 읽으며 문장을 짧게 쓰는 연습을 했고, 공병호 박사의 책을 읽으며 논리와 주장을 쓰는 법을 익혔습니다. 다산 정약용, 이석원, 김영하, 공지영, 이외수, 나탈리 골드버그, 브렌다 유랜드, 윌리엄 진서, 제임스 스콧 필드, 토니 라빈스, 존 맥스웰 등 수도 없이 많은 작가의 책들 파헤쳐 읽고 따라 쓰면서 그들의 글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글을 쓰려는 분들에게 세 가지 사실을 전하고자 합니다. 첫째,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의 글을 많이 읽고 따라 써 보라는 겁니다. 배우지 않는 사람은 실력을 갖출 수 없습니다. 익히고 연습하지 않는 사람은 더 나아질 수 없습니다.


둘째, 글은 연습하는 시간 만큼 나아진다는 사실입니다. 빠른 시간 안에 결실을 맺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세상에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 같다는 기대와 바람이 소중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만드는 겁니다. 우직하게 앉아서 쓰고 또 쓰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양한 책을 읽으며 어휘력과 문장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미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쓰게 되는 최종 목적지보다, 글쓰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이미 삶에 관한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글을 쓰라고 말이죠. 그토록 많은 이들의 책을 읽고 연습했지만, 지금 저는 '이은대처럼' 쓰고 있습니다. 필사도 좋고 흉내도 좋지만, 그 모든 시간은 자신의 글과 문체를 찾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장석주 작가의 글을 따라 쓰며 연습할 때도 좋았지만, 저는 제 자신만의 '글투'로 쓰고 있는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요. 자신만의 글쓰기 색깔을 찾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하겠지요.


처음에 책을 냈을 때, 부족하다는 평가 많이 받았습니다. 두 번째 책을 냈을 때도 비판의 목소리 많이 들었고요. 그런데, 여섯 권을 출간하고 나니까 이제는 글에서 '이은대 말투'가 느껴진다고 합니다.


작가 수업을 시작했을 때, 손가락질 많이 받았습니다. 작가를 열 명쯤 배출했을 때, 개나 소나 글쓰기 가르친다고 별 소리 다 들었습니다. 501호 작가를 배출한 지금, 저를 비난하던 그 사람들 전부 어디 갔는 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가장 통쾌한 복수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연습, 그리고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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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짜리 꼬마는 다섯 살짜리 꼬마처럼 말하는 게 가장 예쁩니다. 개그맨은 자기만의 스타일로 웃길 때가 제일 멋있고, 가수는 자신만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 가장 빛납니다.


'나'의 글을 쓰십시오. 세상 좋은 말 쓰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십시오. 작가는 '나'처럼 쓸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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