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인생도 가볍게 편안하게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할 때마다 코치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힘 빼세요!" 처음엔 이 말이 우스웠습니다. 무거운 덤벨과 기구를 있는 힘껏 들어야 하는데 계속 힘을 빼라고만 하니까 말이죠. 하지만, 운동 제대로 해 본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다들 잘 알 겁니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에서 덤벨을 무리하게 들어올리거나 근육 운동을 하면 다치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잘 들어올릴 수도 없습니다. 반면, 몸에 힘을 쭈욱 뺀 상태로 누워서, 내가 땅으로 꺼지면서 하늘을 밀어올린다 생각하고 팔을 천천히 뻗으면, 희한하게도 들어올릴 수가 있습니다.
반드시 들어올려야 한다는 강박으로 악을 쓰기보다는, 호흡에 따라 리듬에 맞춰 힘을 빼고 운동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몸에 무리도 덜 갑니다.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집에 에어컨이 고장 나서 새로 구입했습니다.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스탠드형과 벽걸이형 두 대를 철거하고, 새로 구입한 두 대의 에어컨을 설치하는 대공사(?)를 진행했었지요.
기사 두 사람 방문해서 철거부터 했습니다. 그냥 기계만 달랑 들어내는 게 아니었습니다. 실외기와 배관까지 아주 작업이 복잡하고 번거로왔지요. 이래서 선수가 필요한 거구나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기사 도착 직후 방과 거실 등 온 집안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저걸 언제 다 치우나.'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할 일도 많고, 얼른 사무실에 다시 가 봐야 하는데.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었지요. 아예 일을 포기하고, 종일 에어컨 공사 치닥거리만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일찍 공사가 끝났습니다. 집안 정돈도 마무리했고요. 저걸 언제 다 치우나, 답답한 마음으로 '빨리 치워야 한다' 강박 가질수록 스트레스만 받습니다. 그냥 순리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치우고 정리하니까 뭐 그리 복잡할 것도 없는 일이었지요.
무언가를 해야 한다.
반드시 이렇게 되어야만 한다.
언제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잘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들이 지나치면 강박이 됩니다. 자신이 강박증 아니라고 착각하는 사람 많지만, 병원 가서 진단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상 많은 부분에서 '이래야만 한다'라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경우 허다합니다.
글을 잘 써야 한다.
준비가 다 갖춰져야 한다.
관계는 원활해야 한다.
내 마음을 이해해주어야 한다.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
사소한 일들부터 인생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이래야 한다'라는 생각을 품고 살아갑니다. 이것이 왜 심각한 문제인가 하면요. 인생에서 내 뜻대로 되는 일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노력한다 해서 무조건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닙니다. 내가 좋은 마음으로 대한다 하여 상대가 반드시 나를 이해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상대가 싫어할 수도 있고요. 내가 싫어하는 걸 상대가 죽어라 고집할 수도 있는 겁니다. 일도, 사람도, 상황도 내 마음 대로 이뤄지는 일 드뭅니다. 이런 인생에서, 뭔가 이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망과 상처와 좌절과 분노를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많은 초보 작가가 "준비가 다 되면 시작하겠다"라고 말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매일 글을 써 본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그놈의 "준비"가 만족스러울 만큼 갖춰질 때가 없다는 거지요.
"잘써야 한다"라는 강박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잘쓴다" 의미를 물어 봤을 때 똑 부러지게 답하는 사람 보질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잘쓰는 게 어떤 건지 알지도 못하면서 잘쓰려 하는, 앞뒤 맞지 않는 오류에 빠져 강박만 품고 있는 것이지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내어야 하고, 책상 앞에 자세 딱 잡고 앉아야 하며, 주변 고요해야 하고, 커피도 한 잔 타야 하고, 아이디어도 술술 떠올라야 한다는 환경과 상황에 대한 강박을 품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글 쓰기 위한 적절한 환경과 상황은 없습니다. 그걸 기다리는 사람일수록 계속해서 글을 쓸 수가 없는 것이죠.
"이래야만 한다"라는 강박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일도 자연스럽게 잘 해낼 수 있고, 글도 능력껏 잘쓸 수가 있습니다. 내가 하는 생각이나 판단이 무조건 옳을 수 없고요. 반드시 이래야만 한다는 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 하여 그것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지요.
어느 한 사람의 판단과 결정과 선택이 '최고'일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보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 보는 과정에서 그나마 나은 길을 택하는 것뿐이지요. 반드시 이래야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경우 어떤 결과라도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저도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품고 인생 전반전을 살았습니다. 결과는 여러분 잘 알듯이 쫄딱 망했지요. 그렇다고 제가 탱자탱자 놀았던 것도 아닙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목표와 계획도 분명했으며, 노는 날 없이 죽어라 노력했거든요. 삶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옥에 가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내려놓게 된 것이지요.
내려놓고, 마음 편안하게 일한 덕분에 지금 두 번째 인생을 즐기며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하지 않고 그냥 편안하게 자빠져 쉬기만 해도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몸은 부지런히 움직여야지요. 대신, 마음속에 '이렇게 되어야만 한다'라는 강박은 갖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합니다. 베스트셀러 안 될 수 있지요. 제 글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독자 많을 수 있습니다. 다음 책을 또 씁니다.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 있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책을 또 씁니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역시나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냥 계속 씁니다. 그래서 열한 번째 책까지 낼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제 글과 책이 어떠해야 한다는 강박을 품은 채 썼더라면, 아마 첫 번째 책조차 출간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결과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지속"할 수 있는 것이지요.
초보 작가 입장에서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허나, 말 그대로 '초보 작가'이기 때문에 부족하고 모자란 점 많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갖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자기 수준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쓰는 것이 훨씬 부드럽고 참한 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온 몸에 힘을 빼야만 무거운 덤벨을 들어올릴 수 있듯이, 강박을 내려놓아야 인생도 글도 잘 풀어낼 수가 있는 겁니다. 한 마디로, 마음에 여유를 좀 갖자는 말입니다. 쫓기듯 살아가는 인생에서는 행복도 만족도 감사도 느낄 수 없는 법이지요.
잘해야만 한다는 강박은 우리로 하여금 자꾸만 '비교'를 하게 만듭니다. 비교는 무조건 '실망과 좌절'을 가져오게 마련이고요. 실망과 좌절은 인생에 대한 '불평, 불만'을 끝도 없이 품게 만듭니다. 강박이야말로 인생 악순환을 만드는 요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제, "라이팅 코치 10기 수료식"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자이언트 북 컨설팅]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해왔는데요. 어제만큼 실수 많고 허둥댔던 행사는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참여한 많은 라이팅 코치들은 거의 눈치 채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 스스로가 용납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또한 강박입니다. 제가 진행하는 모든 행사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그것이 저를 참 힘들게 만들었거든요. 사람이 행사를 준비하고 운영하다 보면, 실수도 있을 수 있고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과거 한 번도 실수가 없었다는 이유로 매번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초긴장 상태로 준비하고 운영했습니다. 때문에, 행사 한 번 하면 전과 후로 몸이 아주 박살이 나버리는 거지요.
어찌 됐든, 지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행사 착오와 실수들 처음으로 겪었습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입니다. 다만, 행사 진행에 큰 무리가 없었던 만큼, 저의 착오와 실수를 오래 붙잡고 있으면서 자책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강박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오늘과 내일에 더 신경 쓰면서 마음 내려놓고 살아가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끝으로 한 말씀 더 드립니다. 글쓰기든 인생 어떤 일이든, '강박'을 갖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반드시 이래야만 한다는 자기 기준에서 조금만 자유로워져도 인생 전혀 달리 보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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