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운전중에 급히 우회전을 해야 할 상황이 생겨서 억지로 끼어들었습니다. 뒤에 있던 차가 빵빵거리며 난리가 났지요. 급기야는 우회전 후에 계속 저를 따라와서 창문을 열고는 욕설까지 날렸습니다. 갑자기 그렇게 끼어들면 어떡하냐는 말이었는데, 그 운전기사는 얼굴까지 시뻘겋게 달아올라 흥분 그 자체였지요.
뭐 솔직히 제가 다 잘못한 게 맞으니까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날씨도 더운데 고작 그런 일로 저렇게까지 욕을 하고 난리를 칠 것까지야 뭐가 있겠는가 싶었지요. 미안하다는 신호로 손도 흔들었고 비상깜빡이도 켰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사과는 다 했는데도 저리 화를 내니, 결국은 저도 속이 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 세우고 내려서 고성 오가는 상황을 기어이 만들어야 하나 싶었는데, 그냥 참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차에서 내리는 것도 싫었고요. 무엇보다 상대 운전자 표정과 욕설에서 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욱하는 성질이 지나칠 정도입니다. 별 것 아닌 일에도 화를 잘 내는 편인데, 그 와중에 상대가 "별 것도 아닌 일에 왜 그렇게 화를 내냐"라고 하면 더 폭발하곤 합니다. 나는 화를 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데, 상대가 자기 입장에서만 말하는 것 같아 분통이 터지는 거지요.
저한테 이런 욱하는 성질이 생긴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에 혼자 지낸 시간이 많거든요. 아버지와 어머니 맞벌이 하셨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다보니, 동네 친구들이 항상 엄마와 함께 다니는 걸 보면서 속상하고 화 나는 마음을 속으로 삼켜야 했습니다.
친구들에 비해서 나는 무언가 부족하고 완전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었지요.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행사나 발표 같은 걸 할 때마다 무조건 내가 먼저 나서서 인정과 칭찬을 받아야만 직성이 풀렸습니다. 내가 무슨 일이든 잘하면 아빠와 엄마도 관심을 더 가져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겠지요.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말이죠.
결국은 제 안에 잠들어 있는 열등감 때문입니다. 욱하는 성질, 절제하지 못하는 습성, 기어이 다른 사람을 누르고 내가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심성. 이 모든 것들이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열등감은 제게 또 다른 현상도 나타나게 했습니다. 저보다 잘난 사람 볼 때면, 어떻게든 그를 끄집어내려 저와 비슷하거나 저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어야만 분이 풀렸습니다. 저한테 무슨 해코지를 한 것도 아닌데, 무조건 그 사람을 비난하고 비방하곤 했었지요.
정작 저 자신한테 어떤 문제가 있는가 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 없었습니다. 아마 누군가 저한테 조언을 건네거나 충고를 한 적도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귀를 열지 않았으니 듣지 못했고, 그래서 기억조차 못하는 것일 테지요. 열등감 때문에 남을 비난하는 것에는 탁월한 재주가 있었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데에는 미숙할 따름이었습니다.
사업 실패로 쫄딱 망하고 감옥에 가서야 비로소 저를 돌아보는 시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잘난 존재가 아니란 사실, 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많다는 사실, 내가 그렇게 대단하고 위대한 존재가 아니란 사실, 겸손한 태도로 배우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 이 모든 것들을 인생 절반에 이르러 감옥에 앉아 글 쓰고 책 읽으며 배우게 된 겁니다.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남발하는 그 운전자를 보면서, 과거 저를 떠올렸습니다. 만약 제가 차를 세워 도로 한복판에서 그와 한판 싸움을 벌였더라면, 아마도 그는 법규와 규칙 따위 상관없이 무조건 저를 이기려 했을 겁니다. 또한, 제가 정중히 사과를 건넸다 하더라도 그는 오랜 시간 화를 풀지 않았을 테고요.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기 감정을 우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여간해선 그 감정을 풀지 않거든요.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 있다!"라는 생각을 하는 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조차도 열등감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을 돌아보라는 취지입니다. 어떤 몰지각한 현상에 대한 글이나 영상을 접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타인을 떠올리는 사람 많은데요. 이 또한 열등감에 사로잡힌 이들의 특성입니다.
남을 향해 비난하는 건 아주 잘합니다. 반면, 자신을 성찰하는 것에는 미숙하고 어색하고 부족합니다. 더 나은 인생을 위해서는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할까요? 남 비난 잘한다고 하여 성공했다는 말 들어 본 적 없습니다. 자기 성찰을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이야말로 성장하고 성취하고 성공하는 것이죠.
자기 성찰을 하려고 하니, 스스로 뭔가 부족하고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거든요. 특히,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람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어떤 문제나 고칠 점 있다는 사실 인정하는 걸 죽기보다 싫어합니다.
책 읽으면서도 깨닫기보다 지적질 더 많이 하고, 강의 들으면서도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토를 달거나 같잖게 듣는 경우 많습니다. 책이나 강의 내용에 초점 맞추는 게 아니라, 상대가 얼마나 어려운 사람인가 아니면 쉽고 만만한 사람인가에 따라 집중하는 정도가 달라지지요. 이런 사람은 노력하는 만큼 성장하는 게 아니라, 한계가 딱 정해져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노력하고 연습해도 자기 성향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10년째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저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욱하는 성질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저는 저한테 그런 성질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차차 더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예전처럼 다른 사람 비난하거나 억지로 끄집어내리려는 성향은 많이 줄었습니다. 반대로, 더 나은 저 자신이 되려는 노력 치열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스스로 느낄 때 참 기쁘고 행복합니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멈추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테지요.
비난은 잘하고 성찰은 못하는 사람 많습니다. 바꿔야 합니다. 성찰을 잘하고 비난은 없애야지요. 남을 쥐어박는다 하여 자신이 우월해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다른 사람 축하하고 격려하면서 자기 노력을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함께 성장"하는 세상이 열리겠지요.
내가 준 상처, 내가 저지른 잘못, 그리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들. 하루 한 번 이런 생각을 하는 시간 가져야 합니다. 느리지만 나아지는 인생이야말로 버티는 힘을 주는 거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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