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연습하고, 반복하기
아들은 한 달짜리 병영훈련을 떠났습니다. 떠나기 일주일 전, 아들은 전투화 끈 묶는 법을 몰라 답답해 했지요. 운동화 끈 묶듯이 하니까 끈이 밖으로 너저분하게 보였고, 그냥 막 묶으니 풀 때마다 곤혹을 치뤄야 했습니다.
"넌 배울 필요가 있어."
저는 아들에게 전투화 끈 묶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군에서는 속도가 생명이기에, 빨리 묶고 빨리 풀 수 있도록 요령과 기술을 가르쳐준 것이지요. 몇 번의 연습만을 되풀이한 끝에, 아들은 전투화 끈을 쉽게 묶고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아들은 전투화 끈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아들에게 너무 쉽고, 당연하고,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일상 습관이 되어버린 거지요. 아들이 전투화 끈 때문에 답답해 했던 것은 배우지 않은 탓이고, 아들이 전투화 끈을 애쓰지 않고 묶게 된 것은 배운 덕분입니다.
살다 보면 익숙지 않은 일을 만나게 마련입니다. 힘들고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그럴 땐 마냥 답답해 할 게 아니라 배워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배우고 연습하기만 하면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약간의 시간차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속도와 실력을 갖추게 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애를 써야 합니다. 애를 쓰다 보면 힘들고 지치게 마련이지요. 힘들고 지치면 포기하고 싶습니다. 재미가 없기 때문에 흥미를 느낄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억지로 하는 일은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반면, 배우고 익혀 익숙하게 되면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속도도 빠르고 요령도 생겨서 재미를 붙이게 됩니다. 어떤 일이든 재미 있는 수준에 이르면, 그 때부터는 옆에서 말려도 계속하게 되는 거지요.
글쓰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경험 부족하고 배운 적 없으니 글 쓸 때마다 답답하고 어렵고 힘들게 느껴집니다. 다만 이것은, 배우지 않아서 그런 것일 뿐, 재능이나 성향과는 무관합니다. 글을 잘 못 쓴다고 해서 '난 재능이 없나 봐, 난 역시 안 되나 봐' 따위 생각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지요.
못하면 배우면 됩니다. 익숙하지 않으면 연습하면 됩니다. 숙달이 될 때까지 반복 연습하고 훈련하면 됩니다. 지극히 단순한 인생 법칙이지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연습하고 훈련하길 꺼려 합니다. 귀찮고 힘들고 어렵다는 이유에서죠.
힘들고 어려워서 연습하지 않을 거라면, 글을 쓸 때마다 막막하고 골치 아픈 상황을 기꺼이 견뎌야 하고요. 글을 수월하게 재미 있게 쓰고 싶다면, 힘들고 어려운 연습과 훈련 과정을 묵묵히 견뎌야 하는 겁니다. 편하게 쉬면서 글도 잘 쓰고 싶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줄넘기 처음 하면 자꾸만 줄이 발에 걸립니다. 몇 개만 해도 숨이 찹니다. 다음 날 되면 무릎과 발목도 아프고 팔과 겨드랑이도 뻐근합니다. 줄넘기를 정식으로 배우고, 연습과 훈련 반복하면, 음악에 맞춰 줄을 이리저리 휙휙 돌리며 재주까지 피울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재미를 들이면, 이후로는 누가 말려도 줄넘기 중독이 되게 마련이지요.
달리기 처음 하면 아주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숨도 차고 다리도 아프고 머리까지 띵합니다. 하지만, 달리는 요령을 배우고 익혀 어느 정도 숙달이 되면, 의지와 상관없이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루라도 달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때가 오는 거지요.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작가들이 이 짓거리를 대체 왜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다 쓴 글 읽어 보면 엉망이고, 했던 얘기 계속 반복하기만 하고, 분량 채우기도 힘들고.... 수도 없이 책 읽으며 내 글을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면서 공부한 끝에, 요즘은 글 쓰지 않고는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할 지경이 되어버렸지요.
배우고 연습하고 반복하기. 바로 이 세 가지 요소 때문에 인간의 능력이 무한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무슨 줄기세포 공부하자는 것도 아니지요. 글을 쓰자는 것뿐입니다. 배우고 익힌 다음, 매일 꾸준히 연습해서, '애쓰지 않고도 쓸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면, 그 때부터 글쓰기 재미 톡톡히 누릴 수 있습니다.
취업에 성공해서 첫 출근을 하게 되면, 지하철 방향 잡고 갈아타는 모든 순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자칫 한 번이라도 잘못 타면 지각을 하고 말 테니까요. 그렇게 사나흘 정도만 신경 곤두세우고 나면, 이후로는 스마트폰 보면서 반자동으로 지하철 갈아탈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숙달의 힘이지요.
어떤 일이든 애쓰지 않고 할 만한 수준까지 연습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재미를 붙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인생에서 이 '재미'라는 게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흉악하고 참혹한 감옥이란 곳에서, 저는 거의 매일 큭큭거리며 웃었고 농담했습니다. 순간의 재미를 잃지 않은 덕분에, 무사히(?) 출소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딜 가나 '재미와 웃음'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애쓰며 사는 것을 본받을 만한 태도라고 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인상 팍팍 쓰면서 쓴 글과 웃으면서 즐기며 쓴 글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초보작가 글 수준이야 별 차이 없겠지만, 쓰는 과정 작가 마음이 다릅니다. 작가 마음이 다르니까, 독자 마음에 이르는 정도도 다르겠지요. 웃으면서 즐기며 쓰는 글이 훨씬 낫습니다.
'집중'과 '심각'을 동일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더 많이 웃어야 합니다. 하루라도 더 재미 있어야 하고, 한 시간이라도 더 유쾌해야 합니다. 웃음은 가벼움이 아닙니다. 재미는 촐싹거림이 아닙니다. 웃음과 재미야말로 자기 인생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입니다.
배우고, 연습하고, 반복해서, 애쓰지 않고 글 쓸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글 쓰는 게 재미 있어서, 누굴 만나든 글쓰기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그런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라 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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