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시각예술이다

보고 듣고 체험한 것들

by 글장이


휴가 다녀온 사람이 글을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아마도 대부분 사람이 "재미있었다.", "즐거웠다.", "별로였다.", "행복했다.", "잘 쉬었다." 등의 서술어로 글을 끝내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좋다 나쁘다 따지려는 게 아닙니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공부해 보자는 의미입니다.


해변에서 먹은 짜장면, 모래사장에서 잃어버린 모자, 볕에 그을려 새카맣게 변해버린 얼굴, 돌아가신 엄마의 얼굴을 닮은 횟집 할머니,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크게 틀어놓은 90년대 가요, 주차장에 세워둔 차 문을 열었을 때 훅 하고 밀려오는 뜨거운 공기......


재미있었다, 즐거웠다 등의 표현은 한정적입니다. 추상적이고요. 독자는 '그런가 보다' 해야 합니다. 짜장면과 모자와 얼굴과 식당 주인을 쓰면 독자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90년대 가요를 들을 수 있고 뜨거운 공기를 느낄 수 있지요. 휴가에 대한 글을 쓰려면, 독자가 휴가지에 함께 있을 수 있어야 합니다.


글쓰기는 시각예술입니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표현이 글의 맛을 살립니다. 경험이 부족한 작가일수록 '설명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독자는 작가의 설명을 듣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직접 보고 듣고 느끼길 원하지요.


지하철 출근길 한 번 써 볼까요?


"사람들이 짐짝처럼 가득 차 숨 막혀 죽을 뻔했다."


익숙하지요? 사실 그대로 썼다며 착각하기 딱 좋은 사례입니다.


먼저 '짐짝처럼'이라는 표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항구에 가득 쌓여 있는 콘테이너 박스를 쓰는 편이 낫겠고요. 택배 차량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그걸 표현하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 지하철에 사람들이 빼곡히 서 있는 모습과 짐짝이라는 단어를 바로 연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요.


다음으로,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라는 표현도 짚어 보겠습니다. 과연, 정말로, 죽을 뻔했을까요? 일상 생활에서 과장된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탓입니다. 더워 죽겠다, 추워 죽겠다, 바빠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 미춰버리겠다, 환장하겠다...... 말을 할 때는 이런 표현이 먹힐지 모르겠지만, 글에다 이렇게 쓰면 지루하고 재미없습니다. 특히, 믿음이 전혀 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아저씨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약한 입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내 속으로 들어오는 듯했다. 오늘 처음 꺼내 입은 핑크색 원피스가 쭈글쭈글해지고 말았다. 다음 정거장은 시청역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이 마치 로봇처럼 일제히 출입문을 향해 돌아섰다. 불과 다섯 정거장 출근길이 끝날 무렵, 나는 이미 하루 업무를 마친 듯 힘이 빠졌다."


글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저도 많이 부족하고요. 어느 정도 감만 잡을 수 있다면, 자신만의 표현으로 글을 써 보는 것이 좋겠지요.


세상 사람들이 기대하는 방향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를 쓰는 습관을 키워야 합니다. 더 잘 보려고 애를 쓰고, 더 잘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더 애정어린 관심으로 세상을 대할 때, 비로소 글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죠.


추상적인 표현은 사고의 한계를 가져옵니다. 이번 휴가 어땠습니까?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래요? 한 마디만 더 해주세요! 이렇게 같은 내용을 세 번만 질문해도 말문이 막혀버립니다. 표현이 닫혀 있으면 생각도 닫히게 마련입니다. 자신의 우주를 스스로 좁히는 것에 다름 아니지요.

스크린샷 2022-07-21 오전 8.45.49.png

보고 듣고 체험한 것들을 사실 그대로 표현하는 습관. 바로 이것이 글쓰기 실력과 삶을 더 높은 단계로 안내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