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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안경, 그리고 노트북

나만의 이유

by 글장이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약 서른 개 정도의 키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랑질 아닙니다. 저한테는 키보드가 그 무엇보다 소중한 도구라는 걸 말하는 겁니다. 저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단순히 책 출간해서 돈벌이하겠다는 작정으로만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저한테 글쓰기는 제가 살아 있는 이유입니다. 오래 전, 사업에 실패하고 인생 처참하게 망가졌을 때 글쓰기를 만났지요. 모든 걸 잃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었던 그 시절에, 아직도 제게 무언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살아야 할 이유, 존재 가치, 오늘 하루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 이 모든 생각을 글쓰기를 통해 갖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암 환자라는 최악의 수식어들을 뒤로 하고 작가와 강연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겁니다.


요일별로 키보드를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감정에 따라 키보드를 교체하기도 합니다. 에세이나 자기계발서 등 제가 쓰는 글의 장르에 따라 키보드를 바꾸기도 하고, 책 한 권을 집필하기 전 '이번 책의 키보드'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저 나름대로 키보드에 관한 철학과 가치관을 새긴 후로, "키보드 덕분에 글 쓸 마음이 생긴다"라고 할 정도가 된 것이지요. 사치와 낭비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저한테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남들 눈치 보지 않습니다.


책 열한 권 출간했습니다. 키보드를 향한 사랑이 아니었더라면, 이 만큼 책을 집필하지 못했을 겁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쓸 겁니다. 제 손과 키보드가 맞닿아 딸깍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저는, 행복합니다.


안경도 못지않게 많습니다. 멋 부리는 거 아닙니다. 저도 꽤 많은 강의를 들어 보았는데요. 아무리 훌륭하고 멋진 강의라도, 똑같은 강사 세 번 보면 지겹습니다. 집중하기도 힘들고, 내용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안경은 저에게 있어 유일한 변화입니다. 여성들과 달리 남자는 액세서리라 할 게 별로 없습니다. 월 평균 25회 강의를 하는데, 수강생들이 매번 똑같은 제 모습을 봐야 하니 얼마나 지겹고 심심할까 짐작하게 되는 거지요.


안경을 바꿔 쓸 때마다 그나마 조금씩 변화를 느끼도록 해주고 싶은 겁니다. 강사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수업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강의 내용이나 자료도 싹 다 새로 만듭니다. 어떻게든 수강생들의 집중도와 재미를 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 안경도 포함되는 것이지요.


사무실에서 온라인으로 강의합니다. 강의용 데스크톱 시스템, 집필용 맥북, 그리고 강의 자료 등 기타 업무용 갤럭시북까지. 총 세 대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다른 이들에 비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수량이죠.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충분할 텐데 말이죠.


글 써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혼자만의 싸움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닙니다. 독하게 결심하고 시작하지만, 오래지 않아 포기하게 됩니다. 컴퓨터 또한 저한테는 변화이자 신선함입니다. 열차나 버스로 이동할 때, 맥북은 참으로 편리합니다. 트랙패드의 유용함 덕분이지요. 강의 자료 만들 때는 화면 터치가 가능한 갤럭시북이 월등합니다. 파워포인트 100매 분량 자료 만드는 데 2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기능과 속도 덕분이지요.


이 또한 남들 눈에는 다소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저한테는 꼭 필요한 일이고, 덕분에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 눈치 보지 않습니다. 절실한가, 의미 있는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렇지 않은 일에는 거의 무심한 편입니다.


필요한 건 많이 구입하라! 그런 말 하려는 게 아닙니다. 어떤 분야 어떤 일이든 자기만의 주장과 뒷받침 근거를 명확하게 하고 살자는 뜻입니다. 세상이 이렇다 하여 이렇게 따라 살 필요도 없고요. 다른 사람들이 저렇다 하여 저렇게 휩쓸릴 이유도 없습니다.


나만의 주장, 나만의 근거, 나만의 철학, 나만의 가치관, 나만의 WHY. 겉모습과 성향이 모두 다르듯이, 살아가는 방식도 달라야 마땅합니다. 온라인 시대이다 보니, 다른 사람 삶의 방식을 엿보기가 쉬워졌는데요. 중심 없이 남들 하는 대로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없고 '가면'만 남게 됩니다. 그런 인생은 참으로 허탈하고 공허하지요.


비단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모든 순간 판단과 선택과 결정에 있어 '자기만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왜 구입했는가. 왜 선택했는가. 왜 이 일을 하는가. 왜 그 사람인가. 자기만의 이유는 살아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리더십과 승부 근성의 바탕이기도 합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 다 쓰니까 나도 쓴다? 남들 다 책 내니까 나도 내야겠다? 그런 식의 시도와 도전은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합니다. 자기만의 목적의식이나 필요성이나 절실함 없이, 남들 하니가 그냥 한다는 식의 태도로는, 설령 성과를 낸다 하더라도 아무런 희열 느끼지 못할 테지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왜 책을 출간하려 하는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먼저여야 합니다. 목적의식 없이 그냥 시작하는 사람은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 매우 큽니다. 자신을 움직이는 동력이 없으니 힘이 빠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동기나 목적의식이 분명한 사람은 스스로 추진력을 계속 생성함은 물론이고,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에너지를 전파합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매일 꾸준하게 무언가를 반복하는 사람들. 그들은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게 아니라, 자기만의 이유와 목적의식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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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이유로, 나만의 스타일로, 나만의 방식으로 글도 쓰고 강의도 합니다. 나다운 삶을 만들어가는 기쁨 누리고 있습니다. 세상과 타인이 말하는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는 노력,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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